2019년 해외 자동차 10대 뉴스…“파랑새는 없다”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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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26 18:10
2019년 해외 자동차 10대 뉴스…“파랑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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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암울한 소식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일부 제조사는 생존을 위한 합병을 결정했고, 생계를 위협받은 노동자들은 회사와 갈등을 빚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2019년을 되돌아보며, 해외 자동차 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 PSA-FCA 합병…“그저 그런 이들 간 만남?”

(왼쪽부터)PSA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 FCA 마이크 맨리 CEO

12월 18일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이하 FCA)와 푸조시트로엥그룹(이하 PSA) 간 합병이 성사됐다.

양측 이사회는 50:50 합병에 동의하고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새로운 회사는 커넥티드, 전동화, 공유, 자율주행 등 각 분야에서 효율적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PSA는 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FCA는 알파로메오와 마세라티 등 산하 브랜드 연구 개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합병으로 프리미엄, 럭셔리, 대중 승용차는 물론, 상용차까지 모든 세그먼트를 포괄하는 공룡이 탄생했다. 합병 회사 규모는 연 판매량 870만대, 매출액 1700억 유로(한화 약 221조2100억원)의 세계 4위 수준이다.

회사 주주들은 새롭게 합병된 회사 지분 50%씩을 소유하게 되며, 발생하는 이익도 동등하게 공유한다. 신임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사회 의장은 FCA 존 엘칸 회장이 맡으며,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PSA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이 5년간 역임한다. 남은 이사회 구성원은 FCA와 PSA가 각각 5명씩 지명하며,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도 이사회에 포함된다.

FCA는 합병 완료 전 주주들에게 55억 유로(약 7조1568억원)를 특별 배당하고, PSA는 지분 46%를 분배할 예정이다.

# GM 미국 노조 전면 파업…40일 만의 극적 타결

(왼쪽 맨 앞부터) UAW 게리 존스 위원장, GM 메리 배라 회장 (사진=GM)
(왼쪽부터) UAW 게리 존스 위원장, GM 메리 배라 회장

GM 미국 공장에 근무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조합원들이 2007년 이후 약 12년 만에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GM UAW 소속 조합원 4만9000여명은 9월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구조조정 중단, 임금 인상, 의료 혜택 확보, 고용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GM이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사측은 향후 4년간 수천명을 추가 고용하고 70억 달러(한화 약 8조3000억원) 이상 신규 투자를 약속했지만, 임금과 의료 복지, 고용 안정 등에서 이견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10월 16일에서야 노사 양측은 교육 및 자기 계발비 1만1000달러(한화 약 1300만원), 노사 합의 보너스 1만1000달러(비정규직 4500달러), 성과급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상한선 폐지, 향후 4년간 휴무일 66일 추가, 아웃소싱 제한 지속,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회 제공, 의료 혜택 유지 등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후 노조 투표에서 57%가 찬성하며 파업은 40일 만에 막을 내린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해 GM이 입은 피해는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임금 인상 및 신규 인원 추가 고용으로 인해 드는 비용이 매년 약 1억 달러(한화 약 11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냉탕과 온탕’ 오간 테슬라

테슬라 주가(12월23일 기준)
12월23일자 테슬라 주가

테슬라는 2019년 한 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올해 테슬라 주가를 살펴보면, 6월 3일 최저점을 찍은 이후 V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불안한 움직임을 유지했다.

테슬라는 1월 정규직 인원의 7%를 감원해 모델3 생산원가를 낮추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발표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 종가였던 374.31달러 대비 19.2%나 급락한 302.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월에는 모델3 스탠다드 트림 가격을 4만2900달러에서 3만5000달러로 인하하는 한편,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겠다고 밝혀 주가가 319.88달러에서 294.79달러로 7.8% 급락했다.

7월에는 공동창업자 겸 CTO 제프리 B. 스트로벨의 퇴사와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이 겹치며 주가가 장중 한때 14%나 폭락했고, 11월에는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장에서 쇠공을 유리창에 던져 방탄 성능을 자랑하던 중 유리가 깨지며 주가가 6% 가까이 폭락했다.

반면, 폭등을 보이는 날도 있었다. 지난 10월에는 3분기 흑자 전환 성공과 상하이 기가팩토리 3 가동 개시에 힘입어 주가가 17.7%나 급등하며, 파업을 겪고 있던 GM의 시가총액을 앞지르고 미국 내 자동차 회사 1위를 차지했다. 다음날에도 성장세를 유지해 이틀간 주가가 28.7%나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 글로벌 구조조정 칼바람 속 흔들리는 영국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 분위기로 넘어가며, 제조사들은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사들은 향후 수 년 내 8만개 이상 일자리를 감축할 예정이다. 대부분은 미국, 독일, 영국에 집중되며, 수요 감소와 전동화에 따른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가장 규모가 큰 구조조정은 아우디에서 발표했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전동화 투자를 위한 비용 66억 달러(한화 약 7조68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직 근로자 9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은 이달 14일 자동차 시장 구조 변화에 따라 오는 2022년 말까지 단계적인 감원을 통해 10억 유로(1조2957억원) 이상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임러는 구체적인 감원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경영관리 부문 인력의 10%를 줄일 것이라고 전해졌다.

BMW는 대규모 감원은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보너스 지급을 줄일 예정이다. 이로 인해 마련된 자금은 전기차 개발에 투입된다. 

이처럼 거대 제조사들의 연이은 긴축 경영은 ‘브렉시트(Brexit)’와도 연관이 있는 경우가 있다. 최근 브렉시트가 연기를 거듭하고, 영국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없이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영국 내 생산 시설에 대한 ‘탈 영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올 초 재규어랜드로버는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4500명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밝혔다. 브렉시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혼다도 영국 공장 폐쇄를 밝혔고, PSA도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내 생산시설을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미국, 수입차 관세 부과 카드 ‘만지작’

사진=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안보가 위협받을 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최대 25%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무역 협상의 무기로 사용해온 만큼 애초에 EU와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민·관이 함께 나서 미국 정부와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한국이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또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진행하며 한국산 화물차(픽업트럭) 관세 부과 기한을 20년 연장하고, 미국 기준만 충족해도 수입을 허용하는 수량을 늘리는 등 자동차 분야에서 상당 부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며 관세 면제를 위한 조치를 이어왔다.

결국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루며 12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 성격상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평이다.

# 우버·리프트 기업공개·상장, 성적표는 ‘기대 이하’

올해 미국 1·2위 차량호출 업체 우버와 리프트는 각각 기업 공개(IPO)를 진행하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우버는 상장 직후 공모가보다 7.62% 하락한 41.57달러로 첫날 거래를 마치고, 시가총액이 1200억 달러(약 1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한참 못 미쳤다(697억 달러, 약 81조1600억원). 결국 상장 한 달 만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바니 하포드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레베카 메시나가 회사를 떠났고, 상장 두 달 만에 마케팅 인력 1200여명 중 약 400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12월 23일 기준 우버의 주가는 30.45달러로 역대 최저가인 29.34달러에 근접한 상황이다.

리프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리프트는 공모 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주당 72달러에 책정되며 순탄하게 출발했다. 거래 첫날에는 78.29달러까지 급증했지만, 이틀 만에 주가가 12%나 급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2월 23일 주가는 47.92달러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다임러, BMW 수장 전격 교체

(왼쪽부터) 다임러그룹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BMW그룹 올리버 집세 회장
(왼쪽부터)다임러그룹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BMW그룹 올리버 집세 회장

올해 5월 다임러그룹에서는 13년여간 그룹을 이끌어 온 디터 제체 회장이 물러나고 올라 칼레니우스 신임 회장이 취임했다. 중요한 발표 자리에서도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겨 신는 등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디터 제체 전 회장은 크라이슬러 분사, 2008년 경제 위기 극복, 제품군 및 디자인 재정비 등 그룹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신임 회장은 1995년 다임러 그룹에 입사해 독일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책임 직무를 수행했다. 지난 2015년 1월 메르세데스-벤츠 승용부문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로 다임러 그룹 경영진에 합류했으며, 2017년 1월부터 그룹 연구 및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개발 총괄을 담당해왔다.

BMW는 다임러 그룹을 떠난 디터 제체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두고 숨겨뒀던 자사 i8를 타고 떠난다는 유쾌한 내용의 헌정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BMW도 8월 회장을 교체했다. 2015년 임명되며 BMW그룹 역사상 최연소 회장으로 기록됐던 하랄드 크루거가 떠나고 올리버 집세 신임 회장이 임명됐다.

올리버 집세 신임 회장은 1991년 수습사원으로 BMW에 입사해 옥스포드 공장 총괄, 기업 계획 및 제품 전략 부석 부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수행해왔다. 회장 취임 전에는 생산 부문 총괄로 활약했다.

올리버 집세 신임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를 추월하자는 특명을 내렸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내 메일을 통해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변화를 수용하고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를 추월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모든 면에서 경쟁자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 중국·미국 침체되는 양대 시장

흔히 양대 자동차 시장이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 시장이 꾸준히 부진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6년까지 7년 연속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약 2% 내외의 보합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속된 성장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고 앞서 오랜 기간 차량 교체를 미뤄왔던 사람들의 억눌린 수요(Pent-Up Demand)가 끝나 당분간 수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제조사들이 많아지고 기술이 발전하며 생산 능력이 늘어났지만, 연간 판매량 증가율은 둔화되며 과잉 공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수년간 가동률 부진을 겪어온 베이징 1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CAAM)에 따르면 1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245만7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하며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923만1000여대로, 지난해와 비교한다면 10.5%나 줄어들었다. CAAM은 감소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지만, 아직 예단은 이르다.

#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의 성장

최근 물류 및 운송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남은 마지막 1마일(1.6km) 운송 서비스인 ‘라스트마일 모빌리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동킥보드 및 전기자전거 등 교통상황이 혼잡할 때, 혹은 걸어가기 애매한 거리를 가야 할 때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반응도 좋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BMW는 지난 5월 전동킥보드 ‘E-스쿠터’를 발표했다. E-스쿠터는 통근용으로 제작된 ‘시티 스쿠터’와 어린이용으로 만든 ‘키즈 스쿠터’ 등 다양한 버전을 예고했다. 이어 8월 아우디는 2020년 말 양산 및 출시를 목표로 전동킥보드 ‘e-트론 스쿠터’를 공개했다. 

한편, 푸조는 이미 지난 2016년 전동스쿠터 ‘e-킥’을 공개했고, 현대차도 2017년 전동킥보드 ‘아이오닉 스쿠터’를, 폭스바겐도 2018년 ‘스트리트메이트’와 ‘시티스케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

# 현대기아차 미국서 집단소송 합의…세타2 악몽, 이제 끝?

현대기아차는 10월 미국 내 세타2 GDi 엔진 집단소송 고객들과 화해안을 도출하고, 법원에 화해 합의 예비 승인을 신청했다. 합의 대상 차량은 2011년~2019년식 현대차 230만대, 기아차 187만대 등 417만대 수준이다.

화해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세타2 GDi 엔진을 대상으로 예방 안전 신기술인 엔진 진동 감지 시스템(KSDS)을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대상 차종의 경우 엔진을 평생 보증한다.

세타2 GDi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2008년 자체 개발한 세단 및 SUV의 주력 가솔린 엔진이다. 2011년부터 미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엔진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엔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 166만대, 국내 17만대 등 204만대가 리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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