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⑨] “극과 극 달리는 평균연비”
  •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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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5 14:37
[벨로스터 N 다이어리-⑨] “극과 극 달리는 평균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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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같은 차가 맞나 싶다

개인 업무상 시승차를 종종 타는 편입니다. 제게는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에 시승하는 동안 최대한 그 차를 다양한 상황에서 경험해보려 노력합니다. 도로 정체가 극심한 출퇴근 시간에 시내를 지나거나 길이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마음껏 달려보며 일정에 따라 주행 패턴을 다채롭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 먹은 것과 달리 잘 안될 때도 있습니다. 자동차의 콘셉트가 너무나 명확하고, 그로 인한 만족감이 하늘을 찌를 경우 이 루틴을 잊게 되죠. 그 특성에 심취할 경우 이성의 끈조차 내려놓게 됩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힙니다. 그만큼 강렬하고, 재미가 있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까요.

작년 9월 시승 도중 한 컷. 이때만 해도 무조건 퍼포먼스 블루를 살 거라 다짐했는데…

시승 당시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져들었고, 시승 이후 오랫동안 생생하게 남아있는 차를 떠올려 봤습니다. BMW M2(F87)나 메르세데스-벤츠 AMG C63(W205), 쉐보레 카마로 SS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차고 넘치는 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주행성능이 인상적인 차들입니다. 운전을 즐기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이 차들의 명성을 한 번쯤 접해 보셨을 겁니다. 물론 이보다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차들도 타봤지만, 앞서 언급한 차들을 탔을 때처럼 크게 와 닿진 않더군요.

다소 의외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제게는 벨로스터 N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이 차에 빠져든 사유가 앞서 언급한 차들과는 달랐습니다. 부족하지 않은 출력, 스포츠성을 강조하여 완성된 다양한 전자장비, 뛰어난 밸런스를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 는 이점이 절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운전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속도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그 결과, 시승차를 타는 내내 정말 원 없이 내달렸습니다. 주유소를 자주 가는 일조차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정도였지요.

벨로스터 N의 연료탱크 용량은 50리터입니다. 요즘 기준 7만원이면 ‘만땅’이 가능합니다.

차량 구매 이후, 당시 느낀 감동이 조금씩 잦아들며 벨로스터 N의 평범한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연애하던 때와 결혼 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는 것처럼요. 주행거리가 누적됨에 따라 실연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시승차를 타는 동안 평균연비는 7km/l대에 줄곧 머물렀지만, 실제 소유 후 확인한 평균연비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다만 생각 이상으로 작정하고 밟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평균연비 차이가 너무나도 달라 놀랐습니다.

실연비를 확인하기에 앞서 공인연비를 살펴봤습니다. 벨로스터 N 공인연비는 2가지로 퍼포먼스 패키지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된 벨로스터 N 공인연비는 복합 10.5km/l(도심 9.5km/l, 고속도로 11.9km/l). 반면 퍼포먼스 패키지가 빠질 경우 각 수치가 0.2km/l씩 올라갑니다. 엔진 성능이 25마력 더 낮고, 공차중량은 30kg 더 가벼우며, 19인치 휠 & 타이어 대신 18인치 휠 & 타이어가 장착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공인연비 차이는 그리 크진 않습니다.

벨로스터 N의 연료탱크 용량은 50리터입니다. 7만원이면 ‘만땅’ 이 가능합니다.

직접 소유하며 확인한 실연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행 모드는 모두 N 커스텀으로 당시 처한 주행 상황에 맞게 운전했음을 알립니다. 

먼저 최고 평균연비는 13.3km/l입니다. 가장 조심스레 손발을 맞췄던 때지요. 신차 출고 직후, 울산에서 서울까지 고속으로 항속한 결과물입니다. 다만 100% 연비운전에 집중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평균연비를 최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높은 속도로 달렸고, 서울 도착 직후 퇴근 시간과 예보에 없었던 우박이 내리며 정말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 삼성동에서 신월동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사실 서울에 도착할 때 평균연비는 15km/l 초반이었습니다.

반면 최저 평균연비는 1.7km/l입니다. 솔직히 글을 쓰는 지금도 이게 말이 되나 싶긴 합니다. 확실한 건 운전 스타일에 따른 평균연비 차이가 흡사 작전주의 폭락 수치를 숙연하게 만들 정도로 크다는 데 있습니다. 제 차로 처음 서킷을 들어가서 확인한 결과물입니다. 당시 ‘이번 랩은 흐름이 좋아’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 때문에 기름 잔량을 고려하지 않고 정말 시종일관 달렸었죠. 참고로, 쿨링과 어택을 병행하는 벨로스터 N의 서킷 주행 평균연비는 3km/l대입니다. 제가 미친 건지 제 차가 미친 건지 모르겠네요.

제가 기록한 최고 연비는 13.3km/l, 최저 연비는 ‘무려’ 1.7km/l입니다.

참고로 제 벨로스터 N은 출고 이후 모든 내용을 마카롱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별도 엑셀 파일에 일일이 기록했었으나 확실히 그 방법보단 덜 번거로워서 좋습니다. 다만 마카롱의 경우 주유 기록 저장 시 부분 주유가 아닌 가득 주유를 선택해야만 정확한 평균연비 계산이 가능합니다. 유종, 주행거리, 주유량 등을 기록하기 때문에 실제 수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한 3월만 해도 매번 실제 수치와 비교를 했었지만 그 오차가 0.5km/l 안에 머무는 것을 보고 그 다음달부터 별도 계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차계부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자 번거로움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저처럼 1~2년을 주기로 꾸준히 차를 바꾸는 입장에서는 이런 데이터가 정말 값지게 다가오더군요. 사실 내 차라는 이유로 사진도 잘 안 찍고, 금방 무심해질 경우 정말 차를 타고 다니는 데 급급해집니다. 여러 사유로 차량을 매각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추억을 곱씹을 만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전 그로 인한 후회가 커서 시작하게 됐는데, 자료 적립과 차량의 시기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어 지금은 차계부 작성을 주위에 두루 권하는 편입니다.

N & N 커스텀 모드 사용 시 엔진 회전수가 150rpm 더 높아집니다. 그 차이가 상당히 커요.

잠시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샜네요. 다시 실연비 이야기로 돌아와 보죠. 앞서 제가 달성한 최저, 최고 연비 기록은 절대로 ‘최상의 수치’ 가 아닙니다. 한쪽의 수치(최저)는 당당히 자랑할 만하나 다른 한쪽의 수치(최고)는 일반적이다고 보기 힘들거든요. 실제 벨로스터 N 동호회에서 신적인 발 컨트롤을 활용해 실연비 18km/l대를 기록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인내심과 끈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 절대로 못 하거든요.

그간 소유하며 느낀 벨로스터 N의 실연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공유해봅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 N & N 커스텀 모드를 포기해야 합니다. N 모드 설정 시 엔진 회전수는 일반 주행 모드 대비 정확히 150rpm 더 올라갑니다. 그 차이가 엄청 큽니다. 둘째, 크루즈 컨트롤을 적극적으로 써야 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확실히 액셀 페달 조작양이 운전자 조작 대비 현저히 낮습니다. 결과적으로 덜 밟고, 더 갈 수 있게 해줍니다.

이처럼 실연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지만, 직접 실천하는 편은 아닙니다. 뻥 뚫린 도로나 터널만 보면 가속을 안 할 수 없더군요. 그 결과, 평균연비는 8km/l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벨로스터 N을 사지 않았겠죠. 유류비가 매력적인 차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N 모드 키고 액셀 페달 밟는 맛에 벨로스터 N 산 거지!’를 속으로 되뇌며, 오늘도 낮은 실연비를 합리화하며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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