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500 Long, 최선과 최고의 차이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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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8 18:36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500 Long, 최선과 최고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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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을 찾아내기에 몇일간의 시승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빠져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뭐 이런 차가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고 좀처럼 차에서 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S클래스가 훌륭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다. 신 모델은 마이바흐의 단종을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는다. 

애초 S클래스는 판매나 인지도 등에서 7시리즈나 A8을 압도했다. 따지고 보면, 3시리즈와 C클래스의 격차보다 S클래스와 7시리즈의 간극이 더 컸고 이번엔 그 거리를 더욱 벌렸다. 엔진 라인업은 더 다양해졌고, 연료효율을 위한 친환경 기술도 도입됐다. 또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첨단 기술 등은 벤틀리나 롤스로이스마저 머쓱하게 만든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이너들은 미래를 내다본다

S클래스는 응당 웅장하고 위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벤틀리나 롤스로이스와 달리 젊은 사람들까지 두루 포용할 수 있는 날렵한 세련미도 갖춰야 한다. 전통의 테두리 안에서 꽤 많은 제약을 받는 영국 브랜드 고급차보다 S클래스는 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신형 S클래스는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무척 화려하다. 더욱 거대하고 또렷해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56개의 LED로 꾸며진 헤드램프는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조향 각도에 따라 좌우로 움직이고 주변 밝기에 따라 상향등을 조절하는 LED 헤드램프는 조사각이나 밝기면에서 현존하는 차 중 단연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35개의 LED로 구성된 테일램프는 이전 것에 비해 한층 날렵해졌고 세부 디자인도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짧은 오버행과 긴 보닛, 트렁크까지 매끈하게 연결된 루프 라인, 살짝 위로 솟은 트렁크 라인 등은 차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멈춰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지며, 차체를 휘감은 굵은 선은 미적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실내는 더욱 호화롭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개가 딱 붙었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크긴데 두개가 달리니 활용성이 극대화됐다. 내비게이션의 사용법은 기존과 동일한데 그래픽이 많이 발전했다. 언뜻 구글맵을 닮았는데, 확실히 시인성이 우수해졌다. 높은 악명을 씻어내기 충분하다.

 

2개 스포크만 달린 휑한 스티어링휠과 부드러운 곡선이 강조된 대시보드, 클래식한 원형 송풍구 등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강조하는 엘레강스(Elegance)와 아방가르드(Avant-garde)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고급스럽고 우아하지만 여느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언뜻 미래의 차를 보는듯한 디자인이지만 사용이 어렵지 않고 칼럼시프트 등으로 공간적인 이점도 높였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곳곳은 나파가죽으로 뒤덮였다. 다양한 패턴으로 구성된 가죽 시트는 마치 소파처럼 편안하다. 오래 앉을수록 그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AMG처럼 완벽하게 몸을 잡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여유롭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내에도 총 300여개의 LED 램프가 사용됐다. 심지어 안전벨트 버클에도 LED가 장착됐다. 이 차 전체에 LED를 제외한 빛, 예를 들어 일반 전구 따위는 단 한개도 사용되지 않았다. 실내를 휘감는 스타일의 무드등도 총 7가지 색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 조용하지만 빠르고, 부드럽지만 강력하다

신형 S클래스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스포츠카만큼 빠르고 강렬하면서도 때론 조용하고 부드럽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핸들링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두손을 놓아도 차선에 맞춰 저절로 회전하는 스티어링휠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평소는 좀처럼 엔진 소리를 듣기 힘들다. 잘 포장된 V8 엔진이 보닛 안쪽 깊숙히 자리잡았고, 디젤 세단 못지 않은 방음처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2톤이 넘는 묵직한 차체가 발진할 때도 엔진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지 않는다. 7단 변속기는 빠른 움직임으로 엔진회전수를 계속 떨어뜨린다. 뒷좌석의 회장님은 평생 신형 S클래스의 들끓는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V8 트윈터보 엔진은 매우 화끈하다. 고회전의 음색은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남성적인 굵은 소리는 심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455마력의 최고출력은 여유로운 차원을 넘어선다. 4.8초만에 거대한 몸집을 시속 100km까지 이끄는 힘은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 이 차는 마음껏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속도를 올려도 품위를 잃지 않고,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 

 

계기바늘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속도를 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고 그 과정에서 조금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은 차체를 어루만지며 지긋이 눌러주는 느낌이다. 사이드미러를 타고 넘는 바람소리마저 고요하다. 실내는 완벽히 밀폐된 공간처럼 안락하다. 유기적인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자유로를 마치 잘 포장된 서킷처럼 느껴지게 한다.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된 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파워트레인은 에코와 스포트 모드, 서스펜션은 컴포트와 스포트로 설정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크지만 서스펜션의 변화는 다소 밋밋하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그럼에도 빠른 속도에서는 휘청거림없이 코너를 빠져나간다. 5미터가 넘는 길이임에도 잽싸고 예리하다. 코너에서 차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급가속, 급제동 시 앞뒤로 차가 들리는 현상도 극도로 억제됐다. 이래저래 스포츠카라고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다. 

 

최고의 승차감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서스펜션을 대폭 개선했고, 첨단 기술의 힘도 빌었다. ‘매직 바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 MBC)’ 시스템은 앞유리의 장착된 2개의 카메라가 15미터 전방의 노면을 분석해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한다. 유압 실린더가 적용된 서스펜션은 지속적으로 높낮이도 조절한다.

 

‘디스트로닉 플러스(Distronic Plus)’는 신형 S클래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스템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완전히 멈춘 후에도 시스템이 유지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테레오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해 스스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스티어링 어시스트(Steering Assist)’가 포함됐다. 특히 스티어링 어시스트는 자율주행자동차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손을 놓은 상태로 저절로 돌아가는 스티어링휠을 보는 것은 참 기묘한 기분이 든다. 다만 아직까지는 편의를 조금 돕거나, 혹은 졸음운전을 위한 긴급 시스템일뿐 급격한 코너까지 돌아나갈 수준은 아니다.

 

◆ 회장님을 공간이 더욱 진화했다

뒷좌석 공간은 현존하는 세단 중에서 단연 최고다. 흔히 고급 세단 뒷좌석을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에 비유하는데, 실제로 퍼스트 클래스를 타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말인지 안다. 그런데 신형 S클래스 뒷좌석은 공간과 편안함, 고급스러움을 고루 갖춰 적어도 퍼스트클래스가 부럽지는 않을 것 같다. 신형 S클래스는 움직이는 사무실이자 휴식 공간, 안락한 침실 등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뒷좌석 문짝에는 웬만한 승용차 운전석 문짝보다 많은 버튼이 달렸다. 창문, 햇빛가리개, 시트포지션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또 버튼 하나로 등받이를 뒤로 최대한 젖히고 앞좌석을 끝까지 밀면 완벽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단, 시트 포지션을 만드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계속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또 앞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운전자가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전혀 볼 수 없게 된다. 혼다 어코드만 해도 오른쪽 사이드미러 밑에 카메라가 장착돼 센터 디스플레이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또 광활한 뒷좌석 공간 확보를 위해 트렁크는 다소 축소됐다. 어쩌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쓸 부분 중 하나다.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는 골프백 4개를 집어넣는 방법을 적은 매뉴얼까지 준비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고급차는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수많은 버튼이 놓인다. 신형 S클래스에는 복잡한 버튼 대신 스마트폰처럼 생긴 리모콘이 마련됐다. 리모콘을 통해 엔터테인먼트나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다. 리모콘 조작법이 그리 어렵지 않아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겠다.

공간의 안락함을 위한 특별한 배려도 있다. 독일 오디오 브랜드 부메스터(Burmester)는 신형 S클래스에 적용되는 사운드 시스템을 위해 4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24개의 고성능 스피커와 24개의 독립형 앰프 채널은 차안을 콘서트홀에 버금가는 공간으로 만든다. 세계적인 조향사 마크폼엔데(Marc vom Ende)는 우아한 바, 수풀이 우거진 자연, 도심 등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를 만들어 적용했다. 

 

어쩌면 최고의 자리는 처음부터 정해진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건 있다. 뛰는 놈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들 나는 놈을 이길 수 없다. 뜀박질에 집중한 사이 나는 놈은 더 빨리 날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한건 다 메르데세스-벤츠 신형 S클래스 때문이다. 신형 S클래스는 최고가 최선을 다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뛰는 놈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장점

1. 안전과 편의를 위한 다양한 첨단 기술. 이를 위해 출시가 일년이나 연기됐다고.

2. 굳이 집에 들어가서 잘 필요를 못느끼게 하는 뒷좌석 공간.

3.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차의 기본기와 안전에 대한 신뢰감.

* 단점

1. 다소 좁은 트렁크 공간. 스키나 골프는 어려우니 이참에 취미 생활을 바꾸는 것도 방법.

2. 조수석을 끝까지 밀었을때 운전자가 사이드미러를 확인할 수 없는 점. 

3. 메뉴얼 숙지는 필수. 첨단 기능이 너무 많아 공부를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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