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한방씩”…자동차 업계 유쾌한 ‘디스전’
  • 오하종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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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9 09:00
“너도 나도 한방씩”…자동차 업계 유쾌한 ‘디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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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가 싸움 구경이란 말이 있다. 당사자라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싸움은 좋은 구경거리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따끔 광고를 통해 서로 치고받으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더 빠르고 센 공격이 중요하다면, 자동차 업계 광고전에서는 누가 더 여유롭고 재치 있는지가 관건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VS 재규어 “센 동물로 섭외해”

2013년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닭을 이용해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재미난 광고를 제작했다. 음악에 맞춰 닭의 몸통을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머리는 항상 제자리를 유지한다. 벤츠는 이 광고를 통해 자사의 ‘매직 바디 컨트롤’ 기술을 홍보했다. 차량은 커녕 대사조차 나오지 않지만, 홍보하려는 기술을 정확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에 재규어는 자사의 상징을 직접 등장시켜 싸움을 걸었다. 벤츠 광고에 등장하는 닭을 재규어가 한 입에 먹어치워 버린 것이다. 이후 “매직 바디 컨트롤? 우린 고양이(과) 같은 반사신경을 더 선호한다”라는 자막을 보내 벤츠를 ‘저격’했다. 해당 광고는 대략 “아무리 안정적으로 차체를 유지해도 우리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움직일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정도의 뜻을 담고 있다. 벤츠를 디스하는 동시에 자신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벤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광고에 귀여운 고양이를 등장시킨 것이다. 해당 광고에는 벤츠 차량 위 고양이가 잠든 모습이 나온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차량’이라는 자막이 영상 도중 지나간다. 자신들이 설계한 차량의 우수함에 재규어가 껌뻑 죽을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두 회사의 대결은 광고 자체도 참신했지만 무엇보다 동물을 적극 등장시킨 점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 BMW VS 재규어 “제대로 카운터를 맞다”

2009년에는 재규어가 BMW를 상대로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재규어는 고성능 XFR을 출시하며, 지면 광고에 “M5를 사셨다고요? 괜찮습니다. 신은 여전히 패배자도 사랑하시니까요”란 카피를 실었다. 그러자 BMW는 재규어에게 말 한 마디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BMW가 게시한 광고에는 M5와 마주한 XFR의 엠블럼이 거꾸로 돌려져있다. 마치 M5를 보고 도망가는 재규어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M5의 전조등은 마치 화난 눈처럼 날카롭지만 XFR는 겁먹어 놀란 것처럼 비친다. 상대의 도발에 사진 한 장으로 역공을 날린 BMW의 센스에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우디 VS BMW 1R “우리보단 못했지만 축하해”

2006년 BMW는 아우디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빙자한 도발을 날렸다. 광고 상단에 “2006년 남아프리카 최고의 자동차로 선정된 아우디를 축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칭찬이지만, 광고 하단에는 “2006년 세계 최고의 자동차로 선정된 BMW로부터”라고 적혀있다. 상대를 칭찬하는 척 자신을 과시하는 ‘승자의 여유’형 도발이다.

이에 가만히 있을 아우디가 아니다. 아우디 역시 똑같은 광고로 BMW를 약올렸다. 상단에 적힌 “2006년 세계 최고의 자동차로 선정된 BMW를 축하합니다”라고 적은 후, 하단에는 “르망 24시 레이스 6년 연속 우승 중인 아우디가”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BMW는 2000년 르망24시 우승 타이틀을 아우디에게 뺏긴 이후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아우디는 2000년 우승을 시작으로 푸조에게 한 번 패한 2009년을 제외하고 2014년까지 내리 우승을 차지했다.

#아우디 VS BMW 2R “체크메이트? 게임 끝!”

아우디와 BMW의 광고전은 2009년으로 이어진다. 2009년 BMW는 모터사이클 오너스 오브 아메리카(MOA) 대회를 개최하며 광고를 발행한다. 이때 광고 문구에 ‘체스’를 넣었는데 이것이 아우디의 레이더에 걸렸다.

해당 광고를 본 아우디는 “체스? 그런 건 됐고 우린 차가 타고 싶다. 네 차례다. BMW”라는 문구와 함께 A4 광고를 옥외광고판에 게재했다. BMW가 홍보 문구에 체스를 활용한 점을 이용해 마치 정적인 체스 대회나 여는 듯한 문구를 사용했다.

그러자 BMW는 아우디 A4 광고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똑같은 형식의 옥외광고를 게재했다. BMW는 “체크메이트”라는 문구와 함께 자사의 M3를 광고했다. 덤벼봤자 자신들에게 아직 안 된다는 내용이다.

아우디는 질 수 없다는 듯 BMW M3 광고판 바로 옆에 더 큰 광고판을 설치하고, R8 사진과 함께 “너희 졸(pawn)로는 우리 왕(king)을 잡을 수 없다”라고 써넣었다.

BMW는 코웃음치듯 아우디 R8 광고판 바로 옆에 “게임 끝(Game Over)”라는 문구와 함께 BMW 포뮬러원 차량을 그린 애드벌룬을 매달아 굴욕을 선사했다.

#아우디 VS 포르쉐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앞서 언급한 르망24시 레이스에서 아우디는 2009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잇따라 우승했다. 그러나 아우디의 우승 행진은 2014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14년부터 포르쉐가 다시 르망24시 레이스에 참가한 것이다. 포르쉐는 르망24시에서 1970년 첫 우승을 거머쥔 뒤 1998년까지 16번이나 우승한 전통의 강자였다. 포르쉐는 1999년부터 불참했고 그 사이 아우디가 포르쉐의 우승 기록을 따라잡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포르쉐가 다시 르망24시에 참가하겠다는 사실을 공표하자 아우디가 나섰다.

광고에는 아우디의 르망24시 레이스카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포르쉐 본사 앞에서 스키드 마크로 “잘 돌아왔다”라는 말을 전한다. 포르쉐가 전통의 강호라는 사실과 직전까지 아우디가 연속 우승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시시하던 찰나에 너희가 돌아왔으니 이제 좀 재미있겠다”정도의 도발로 해석할 수 있겠다.

다만, 포르쉐는 복귀한 이듬해 2015년부터 르망24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벤츠 VS BMW “최대의 라이벌이자 둘도 없는 친구”

벤츠와 BMW는 오랜 세월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 그만큼 서로를 디스하는 광고도 자주 내보냈다. 대표적인 예로 벤츠가 2013년 12월 유튜브에 업로드한 광고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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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광고는 벤츠 경찰차를 타고 싶어 밤 중 몰래 나온 아이의 이야기다. 경찰관은 일부러 속아주는 듯 아이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말하며 태워준다. 광고 본편에서는 BMW가 살짝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벤츠 측에서 공개한 추가 영상에는 숨겨진 장면이 있다. 경찰관이 BMW 경찰차의 시동을 걸자 아이가 화를 내지만 벤츠 경찰차의 시동을 걸자 신이 나서 뛰어간다.

이어 벤츠는 BMW가 창립 100주년을 맞은 2016년에 15초 가량 짧은 광고로 도발 섞인 축하를 보냈다. “지난 100년 간 경쟁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하며 BMW의 100주년을 축하하는 듯 보였으나, 바로 다음 “그전 30년은 사실 좀 지루했거든요”라고 말하며 은연 중 자신들이 선배임을 강조했다. 벤츠의 설립연도는 1886년으로, 1916년에 설립된 BMW보다 정확히 30년 앞선다. 즉 100주년을 축하하는 한편 “그래, 너희 정도면 최소한 심심하진 않겠다” 정도의 은근한 도발을 섞은 것이다.

게다가 당시 벤츠는 BMW 직원들에게 벤츠 박물관 무료 입장권을 나눠주기도 했다. “양측은 서로 경쟁관계지만 지난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며 서로 배울 점이 많다”라는 좋은 의도에서 행해진 행사로 보였지만, 사실 입장권 가격은 1장당 8유로(약 만원)에 불과한 가격이다. 이처럼 벤츠는 BMW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한편 그 속에 교묘하게 도발의 메시지를 집어넣어 재치있게 광고 전쟁을 벌였다.

BMW는 이에 벤츠 트럭이 자사 차량을 잔뜩 싣고가는 광고를 내놓았다. 사진 아래에는 “(자신들 뿐 아니라)벤츠도 운전의 즐거움을 배달할 줄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벤츠는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BMW는 우리가 없으면 차 배달도 못한다”고 맞받아쳤다.

게다가 BMW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해당 광고는 벤츠 트럭을 홍보해 주기까지 했다. 얼핏 봐서는 트럭 광고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양측이 항상 물어뜯으며 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 은퇴에 맞춰 BMW는 53초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에 등장한 제체 회장은 벤츠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출입증을 반납한 후 S클래스 뒷좌석에 탑승해 집으로 귀가한다. 제체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영상같지만, 이내 “마침내 자유로워지다”라는 문구와 함께 차고에서 벤츠가 아닌 BMW i8을 타고 나오는 반전을 보여준다.

은근슬쩍 벤츠를 도발하는 것 같았지만 영상 마지막에는 “수 년동안 고무적인 경쟁을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디터 제체”라는 BMW의 진심 어린 헌사가 나온다. 

BMW 광고를 본 벤츠는 트위터로 “친절한 제안 감사드립니다. BMW. 그러나 우린 그가 EQ를 탈 것이라 확신합니다”라고 정중하게 답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양측의 유쾌한 경쟁이 훈훈하다”, “이런 게 바로 올바른 경쟁의 모습이다”, “라이벌이자 친구인 두 회사의 우정이 느껴진다” 등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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