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의 비밀 “전기차도 포르쉐가 만들면 달라”
  • 상하이=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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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8 10:00
포르쉐 타이칸의 비밀 “전기차도 포르쉐가 만들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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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타이칸을 만나고 왔습니다. 보고 들은 것을 한달 가까이 꾹 참는 것은 꽤나 어려웠습니다. 지난달 23일, 포르쉐는 중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타이칸 테크놀로지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기밀유지 협약서까지 쓰면서 하루 종일 타이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잠깐이나마 동승석에서 그 성능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죠.

타이칸은 포르쉐가 2015년 공개했던 미션 E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험적인 윤곽이 양산화 과정을 겪으면서 일반화됐지만, 최초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엿보였습니다. 4포인트 LED가 선명한 헤드램프와 길게 늘어진 눈매는 여전히 이색적이었죠. 어눌하다고, 울보처럼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포르쉐의 진지한 태도에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습니다.

특별한 요소들은 대부분 공기역학을 위해 도입된 것이었죠. 늘어진 눈매로 들어온 바람은 차체를 훑고 지나치면서 많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유선형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 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속도에 따라 작동하는 에어 플랩과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에어커튼, 마치 레이스카처럼 평평하게 다듬어지만 언더바디 패널 등도 타이칸의 특성에 맞게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타이칸의 공기저항계수는 0.22Cd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911의 공기저항계수는 0.29Cd입니다.

타이칸의 크기는 파나메라보다 살짝 작고, 높이는 낮습니다. 휠베이스도 짧죠. 그래서 파나메라의 동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루엣은 911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플라이라인’은 911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타이칸의 길이는 4963mm, 너비는 1966mm, 높이는 1378mm입니다. 총 무게는 2338kg입니다.

워크숍에 있었던 기자들이 가장 놀랐던 부분은 미션 E의 휠과 일부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가 금액을 내야 하지만, 타이칸을 훨씬 더 미래지향적이고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은 분명했습니다.

실내에도 미션 E의 오마주라고 볼 수 있는 ‘바이-컬러’ 즉 투톤 컬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내 디자인의 핵심은 수많은 디스플레이입니다. 타이칸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담당한 미리암 모하메드(Miriam Mohammed)는 “스포츠 크로노는 타이칸에 남은 마지막 아날로그”라고 설명했습니다. “타이칸의 인테리어는 오리지널 911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미래적인 느낌을 담으려고 했죠. 거대한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물리적인 버튼을 전부 없앴습니다. 하지만 직관적인 반응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16.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미션 E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양산차에 적용된 것은 타이칸이 최초입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납품합니다.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과 햅틱 반응을 전달하는 8.4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것을 사용합니다. 포르쉐가 원하는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세심하게 찾다보니 공급자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타이칸은 디자인이 먼저 공개됐고, 그 안을 새로운 엔지니어링으로 채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양산이 늦었던 것이죠. 타이칸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인 크리스토퍼 삭스(Christopher Shaks)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디자인이 먼저 정해졌고, 나머지를 채워나갔습니다. 우리는 타이칸의 출력과 충전 기술을 높이는데 주력했습니다. 사람들이 포르쉐의 전기차에 대해 기대하는 것 만큼으로 성능이 높아질 때까지 부분부분을 수정했죠. 타이칸의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하는 대용량 배터리나 전기모터의 열관리는 가장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배터리와 모터, 충전, 출력 등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열관리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냉각’이 아닌 ‘열관리’라는 표현도 주목할 부분이었습니다. 배터리는 그 특성상 아주 추운 지역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포르쉐는 이를 위해 히팅 시스템까지 마련했죠. 그래서 혹한기 테스트를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엄격하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자동으로 열리는 충전 포트 도어에는 일부러 물을 뿌리고 얼린 후 열리고 닫히는 테스트까지 했다고 합니다.

추운 곳에서는 배터리가 30도의 온도가 되도록 달궈주고, 더운 곳에서는 차갑게 해줍니다. GPS와 온도 센서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기어 박스는 수냉식으로 온도를 낮춰주고, 전기모터도 새롭게 제작했다고 합니다.

포르쉐가 원하는 타이칸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전기차는 아니었죠. 기존 포르쉐가 추구하는 가치에 911이 그랬던 것처럼 타이칸은 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기준까지 제시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포르쉐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말이죠.

무거운 배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죠. 타이칸은 역대 포르쉐 중에서 가장 무거울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320kg의 배터리를 안고 있었죠. 포르쉐에서 브레이크 시스템을 비롯해 섀시 전반을 책임지는 도나투스 뉴덱(Donatus Neudeck)은 “타이칸은 다른 포르쉐에 비해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911 GT3에 비해서도 낮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타이칸은 액슬과 액슬을 이어주는 샤프트가 없습니다. 전기모터는 각각의 액슬에 붙어있죠. 그래서 개별적인 힘을 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전동화된 사륜구동 시스템인 것이죠. 토크 분배는 기계식 연결보다 5배는 빠릅니다. 반응이 빠르고, 전기모터의 순간적인 토크도 강하기 때문에 트랙션 회복도 일반적인 스포츠카보다 낫습니다. 신형 카이엔과 파나메라에 적용된 3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됐고,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진 암들이 바퀴를 지탱하고 있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로어암에는 경량 플라스틱을 사용한 언더커버도 적용되었습니다.”

타이칸은 4명이 탈 수 있는 모델이죠.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에 대한 확보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특히 뒷차축에는 수많은 전자식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간 확보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배터리는 밑바닥을 가득 채웠고, 뒷차축에는 약 450마력(335kw), 56.1k.gm의 전기모터가 놓였죠. 또 이를 제어하는 2단 기어박스가 전기모터에 붙었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 전자식 롤 스테빌라이제이션을 위한 각각의 전기모터 등이 빡빡하게 들어섰습니다. 뒷자축 양끝단에는 두꺼운 3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차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엉덩이가 꽉 찼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덕에 타이칸은 ‘무겁지만 빠른 아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타이칸 터보 S는 오버부스트 시에는 761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107.1kg.m에 달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8초, 시속 2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9.8초에 불과하죠. 또 그 힘이 단발적이지도 않다고 합니다. 시속 200km까지 도달하는 테스트는 26번을 연속으로 했는데, 전부 10초 이하의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새로운 구조의 전기모터와 포르쉐의 냉각 시스템 덕분이죠.

위성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나르도 링(Nardo ring)’에서 포르쉐는 타이칸을 24시간 동안 쉬지 않았고 달리게 했습니다. 나르도 링의 고속 트랙은 전세계 트랙 중에서 가장 ‘원’에 가깝습니다. 길이는 12.6km, 트랙의 지름만 약 5km에 달합니다. 충전 시간까지 포함해서 6명의 드라이버는 총 3425km를 달렸고, 이때의 평균속도는 시속 195~215km였다고 합니다.

직접 운전하지는 못했지만, 능숙한 포르쉐 인스트럭터가 모는 타이칸을 경험했습니다. 상하이에 마련된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타이칸은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고, 뒷바퀴를 흘리며 달리기도 했습니다. 중심이 꽉 잡힌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박진감 넘치는 전기차의 소리도 이색적었습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출력과 관련해서는 800V 시스템이 주요했습니다. 타이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죠. 포르쉐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비롯한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에서 800V 시스템을 시험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포르쉐의 LMP1 레이스카인 ‘919 하이브리드’의 앞바퀴는 800V 시스템을 통해 돌아갑니다.

일반적인 전기차는 400V 시스템을 씁니다. 타이칸은 이들에 비해 차체를 둘러싸고 있는 고전압 케이블의 지름이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무게가 꽤 가벼워지고, 높은 전압을 쓸 수 있어서 반복적인 출력 사용도 원활해 집니다. 당연히 충전시간도 줄어들죠. 포르쉐는 5분 안에 1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전력을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400V 시스템은 150kw 수준의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만, 800V 시스템은 최대 250kw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포르쉐는 500kw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좋은 솔루션은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미래에는 더 발전할 것입니다. 현재 타이칸은 22~30분 사이에 배터리를 가득 채울 수 있고, 가정에서 11kw를 사용하면 10시간이면 완전 충전됩니다.”

포르쉐 E-모빌리티를 총괄하는 오트마르 비췌(Otmar Bitsche)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포르쉐 딜러사를 중심으로 고속충전소를 늘려갈 계획이며, 고속도로에도 설치할 예정입니다. 가정에서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전문가가 무료로 충전기를 점검할 계획이며, 온라인을 통해 장비 업데이트와 진단도 가능하게 할 계획입니다.”

타이칸 개발을 지휘한 로버트 마이어(Robert Meier) 디렉터는 타이칸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타이칸은 결국 포르쉐, 미래의 포르쉐를 보여줍니다. 타이칸은 스포츠카이며, 프리미엄이며, 전통과 혁신, 퍼포먼스와 실용성, 디자인과 기능성, 지능적인 발전을 모두 갖춘 전기차입니다. 내연기관도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지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 억지스럽지 않게 최대한 유연하게 미래의 스포츠카를 보여준다는 것이 타이칸의 핵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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