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세대 신형 미니…55년 역사의 신선함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4.11 17:31
[시승기] 3세대 신형 미니…55년 역사의 신선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9년 왕십리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것까진 몰라도 영국에선 자동차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엄청나게 작은 크기면서도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혁신적인 차 ‘미니’가 탄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55년 후, 국내 시장에 3세대 신형 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은 젊어졌고 내적 성숙까지 이뤄낸 신형 미니 쿠퍼를 시승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형 미니 쿠퍼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 화끈한 엔진 다운사이징, 3기통의 놀라운 반전

배기량을 줄이는 것도 모자랐는지 실린더 하나를 통째로 떼버렸다. 그리곤 터보 차저를 얹었다. 성능은 당연히 높아졌다. 최고출력은 122마력에서 136마력으로 늘었다. 최대토크는 22.4kg.m고 1250rpm에서부터 발휘된다. 국산차는 경차에만 3기통 엔진이 장착되지만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에도 장착하고, 3시리즈까지 두루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널리 사용할 엔진이다보니 하기 위해 3기통 특유의 진동을 없애고 성능과 주행감을 향상 시키는데 주력한 듯 하다. 

 

신형 미니의 엔진 라인업이 모두 BMW의 것으로 개편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푸조나 크라이슬러 등과 엔진을 공유했었다. 그러고보면 이래저래 신형 미니의 변화된 점은 한마디로 요약 하자면 ‘BMW화’라고 볼 수 있다.

 

3기통이란 선입견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조금씩 사라져 갔다. 엔진음이나 배기음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나름 두텁고 자극적이다. 경차나 모터사이클의 3기통을 생각해서도 안된다. 

고회전의 날카로운 음색은 흥분을 고조시킨다. 잘 다듬어진 디젤 엔진도 이런 감성을 전달하진 못한다. 고회전을 반복하며 기어를 변속하는 과정도 매끄럽다. 약간의 지체도 없이 빠르게 바뀐다. 변속기 반응도 이전 세대보다 월등하다. 이전과 동일한 아이신 6단 변속기를 썼지만 기어비를 달리했다. 기어 노브의 메뉴얼모드 조작도 BMW와 동일하다. 위로 밀면 기어가 낮아지고 밑으로 당기면 높아진다. 변속의 재미는 충분한데 패들시프트가 없어 아쉽다.

 

핸들링에 있어서 폭스바겐 골프가 순수한 ‘범생’이라면 신형 미니는 공부는 기본, 가끔 일탈도 즐기는 학생이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차체 밸런스가 확 달라졌지만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쉽게 일어나는건 여전하다. 문제점이 아닌 미니 특유의 움직임이다. 운전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단순히 부드러워졌다기 보단 탄력이 좋아졌다고 보는게 맞겠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이전 세대 미니의 딱딱함도 있지만 평범한 주행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더이상 미니의 승차감을 단점으로 꼽기는 힘들 것 같다.

◆ 대폭 변한 실내, 화려하고 똑똑해졌다

BMW는 알렉이시고니스가 처음 제작한 미니를 1세대로 치지 않는다. 미니의 오랜 역사를 강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BMW 울타리 안에서 처음 내놓은 모델을 1세대로 부른다. 미니도 결국 BMW임을 강조하기 위해서고, 이번 신형 미니는 그 성격이 더 강해졌다.

 

실내는 이전 세대의 레이아웃을 크게 바꾸지 않았을뿐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다소 엉성했던 이전과 달리 각 부분들은 꽉 짜여있고 사용된 소재의 질이나 마감은 BMW 수준으로 높아졌다. 세부적인 디자인도 영락없는 BMW다. 기어노브나 iDrive는 BMW에 근간한 미니만의 디자인으로 변했고,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디자인이나 사용법은 BMW가 동일하다. 미니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신선하고 편리하게 탈바꿈한 실내는 신형 미니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뒷좌석은 여전히 좁다. 드나들기 불편한 것은 숙명이다.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역시 편안한 정도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뒷좌석이 편안하면 미니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수치상으로는 뒷좌석 무릎공간이 19mm 길어졌다. 그래도 뒷좌석 위까지 뚫린 선루프 덕에 답답하지는 않다.

 

50년 넘는 역사 동안 미니는 여기저기 거처를 옮기기도 했고 20년 가까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거친 비바람을 작은 체구로도 꿋꿋하게 버텼다. 그러면서 자신의 뿌리를 더욱 두텁게 땅에 내렸다. 그리고 나서 탄생한 신형 미니는 얼굴에 생기가 돌고 활력도 넘친다. 복잡한 역사를 보내며 사려도 깊어졌다. 하루하루 체력이 달리고 이기적이 돼 가는 우리와 너무 달라 얄밉기도 하다.

* 장점

1. 3기통 엔진의 뛰어난 성능.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2. 완성도 높은 실내 디자인과 품질. 이전 미니와는 차원이 다르다.

3. 다양한 편의사양 탑재. 내비게이션만 해도 장족의 발전.

* 단점

1. 귀여움이 다소 줄어든 디자인. 반대로 바뀐 부분을 눈치 못채는 사람도 많다.

2. 여전히 좁은 뒷좌석 공간. 단점이라지만 굳이 개선할 필요는 없다.

3. 패들 시프트가 빠졌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