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기 연속 포디움을 노렸던 현대차팀이 포르투갈 랠리에서 아쉽게 7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올 시즌 최초로 구간 우승을 차지하며 신생팀답지 않은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현대차팀은 결과에 아쉬워하면서도 잠재력을 확인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우승은 폭스바겐팀이 차지했으며 간판스타 세바스찬오지에는 신들린 드라이빙으로 총 16개의 스페셜스테이지로 구성된 포르투갈 랠리에서 8개의 스페셜스테이지를 선두로 달렸다. 이번 우승으로 폭스바겐팀은 종합포인트 144점을 기록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트로엥팀이 75점으로 뒤를 쫓고 있고 현대차팀은 45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 폭스바겐은 올 시즌 4번의 경기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3일(현지시간)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Lisbon)과 파로(Faro) 등지에서 2014 WRC 4차전 포르투갈 랠리가 열렸다. 포르투갈 랠리는 총 16개의 스페셜스테이지(SS)로 구성됐으며 경기구간은 총 339.46km에 달한다. 포르투갈 랠리는 도심에 마련된 짧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좁고 미끄러운 비포장 도로로 구성됐다. 현대차팀은 이번에 처음으로 3대의 경주차를 출전시켰다. 신생팀으로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 세바스찬오지에. 생긴 것과는 딴판으로 빠르다.

◆ 첫째날, SS1 “도심을 달려라”

첫번째 구간인 SS1은 일명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로 불린다. WRC의 관람객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다. 리스본 시내에 마련된 간이 서킷에서 진행됐다. 살인적인 슬라럼과 헤어핀, 점프 구간 등으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코앞에서 300마력의 랠리카가 질주하는 것을 보게 됐다.

▲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폭스바겐팀은 상위권을 휩쓸었다.

폭스바겐팀은 SS1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1위는 오지에, 2위는 야리마티라트발라가 차지했다. 안드레아스미켈센은 3위에 올랐다. 현대차팀의 티에리누빌은 4위에 오르며 산뜻한 출발을 예고했다. 현대차팀의 유호하니넨은 10위, 다니엘소르도는 14위를 차지했다.

◆ 둘째날, SS2~SS7 “현대차의 무서운 기세”

둘째날은 현대차팀의 날이었다. 비포장 도로에서 자신감을 표출했던 소르도는 SS2에서 1위를 차지했다. 21.5km에 달하는 이 구간에서 12분 25초의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현대차팀 최초의 스페셜스테이지 1위다. 하니넨은 9위, 누빌은 11위에 올랐다. 오지에는 3위를 기록했다. 

▲ 누빌은 이번 랠리에서 약간의 충돌사고가 있었고 이로 인해 오른쪽 이마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SS3에서도 소르도는 1위를 차지했다. 20.7km의 구간을 12분 20초로 달렸다. 2위와 격차는 4초였다. 상위권은 모두 순위를 유지했고 누빌이 11위에서 7위로 뛰어오르며 현대차팀의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SS4에서는 소르도가 6위, 누빌이 7위를 차지했다. 특히 F1 출신의 드라이버 로버트쿠비카의 랠리카가 사고로 도로를 막았고 이로 인해 하니넨을 포함한 후발 주자들은 시간적인 손해를 봐야했다. 또 하니넨은 주행 중 타이어 펑크로 시간을 불필요한 소비하기도 했다.

▲ 유호하니넨의 i20 WRC. 이번 포르투갈 랠리에서 가장 운이 없었던 선수 중에 한명이다.

SS5에서는 SS4에서 1위를 차지했던 폭스바겐팀의 라트발라가 전복사고 리타이어했다. 이틈을 타 오지에가 1위를 차지했고 소르도는 4위, 누빌은 5위에 올랐다. 하니넨도 7위를 기록했다.

누빌은 SS6에서 현대차팀에서 세번째 스페셜스테이지 우승을 선물했다. 누빌은 2위와 0.5초 차이로 스페셜스테이지를 끝마쳤다. 소르도는 4위를 유지했고 하니넨은 8위로 한계단 떨어졌다. SS7에서는 일부 선수들의 사고가 속출했다. 

◆ 셋째날, SS8~SS13 “오지에의 각성”

챔피언 오지에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6개의 스페셜스테이지 중에서 무려 다섯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현대차팀에게는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현대차팀 감독인 미쉘난단의 생일이었지만 좋은 선물을 받진 못한 셈이다.

▲ 5일(현지시간)은 미쉘난단 감독의 생일이었다. 이때까지만해도 현대차팀의 분위기는 좋았다.

SS8에서 오지에는 0.2초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소르도는 5위에 올랐고 누빌은 7위를 기록했다. 하니넨은 또 다시 타이어 펑크가 발생해 13위에 머물렀다. SS9는 31.9km에 달하는 꽤 긴 코스였는데 오지에는 침착하게 선두를 유지했다. 이번 스페셜스테이지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오지에는 포르투갈 랠리 종합 선두까지 올랐다. 하니넨은 선전하며 5위에 올랐고 소르도와 누빌은 다소 주춤했다.

SS10에서 오지에는 1.9초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다. 팀 동료인 라트발라가 1위를 차지했다. 소르도는 5위, 누빌은 6위, 하니넨은 9위에 올랐다. 소르도는 SS10까지 종합 순위 4위, 누빌은 5위를 달리며 포디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SS11에서 오지에는 폭스바겐팀에서 200번째 스페셜스테이지 우승을 안겨줬다. 하니넨은 또 다시 타이어가 펑크났다. 기록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타이어 펑크는 현대차팀을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 유호하니넨. 마치 왜 나만 자꾸 펑크가 나는걸까.

결국 SS12에서 사고가 터졌다. 이전 구간에서 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던 누빌은 왼쪽 뒷바퀴가 펑크나고 서스펜션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와 중에도 오지에는 역시 1위를 차지했다. SS13에서도 누빌은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전 스페셜스테이지에서 당한 사고가 완벽하게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하니넨의 랠리카에도 이상이 발생했다. 하니넨은 8위에서 16위로 떨어졌다. 현대차팀의 모든 기대는 소르도에게 쏠렸다. 아, 폭스바겐팀 오지에는 역시 1위를 차지했다. 

◆ 마지막날, SS14~SS16 “지독하게 불운한 현대차”

포디움을 노리던 소르도에게 아주 불운한 사고가 발생했다. 서비스 파크에서 SS14로 향하던 중 왼쪽 앞바퀴의 드라이브샤프트가 파손돼 마지막날 경기에는 참가도 하지 못했다. 또 계속된 타이어 펑크로 시간 손해를 봤던 하니넨은 나무와 충돌했다. 그나마 누빌이 4위에 오르며 종합 순위 6위를 기록했다. 소르도의 리타이어로 순위가 오른 것도 있다.

▲ 다니엘소르도의 i20 WRC. 이번 랠리에서 리타이어된것은 두고두고 한이 맺히겠다.

SS15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종합 순위가 결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마지막 ‘파워스테이지’를 위해 몸을 사렸다. 마지막 SS16은 파워스테이지로 불리는데 1~3위에게는 특별 포인트가 주어진다. 선수들의 치열한 순위 경쟁과 TV 생중계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코스다. 

파워스테이지에서도 역시 오지에가 1위를 차지했다. 오지에는 포르투갈 랠리 종합 우승과 파워스테이지 우승까지 차지했다. 누빌과 하니넨은 무사히 완주하는데 목적을 뒀다.

▲ 폭스바겐 폴로 WRC 랠리카. 마치 개선장군처럼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

오지에는 총 3시간 33분 20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고 M-스포트팀의 미코히르보넨이 3시간 34분 3초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시트로엥의 매즈오스트버그가 3시간 34분 32초의 기록으로 3위를 기록하며 폭스바겐팀의 독주를 막는데 성공했다. 누빌은 3시간 41분 52초로 7위를 차지했고 하니넨은 3시간 42분 12초로 8위에 올랐다.

▲ 어쨌든 현대차는 두대의 경주차가 완주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014 WRC 5차전은 내달 8일부터 1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다. 현대차는 2대의 차량을 출전시킬 계획이다. 미쉘난단 감독은 “3번의 스페셜스테이지 우승과 2대의 완주는 현대차팀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포르투갈 랠리의 데이터를 통해 아르헨티나 랠리에서는 팀을 더욱 단단하게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니엘소르도는 현대차에게 첫번째 스페셜스페이지 우승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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