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입차와 아리송한 비교시승…성능 떨어지니 꼼수까지?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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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7 01:13
현대차, 수입차와 아리송한 비교시승…성능 떨어지니 꼼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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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야심차게 '수입차 비교시승' 행사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만 재차 확인하며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현대차에 유리하도록 각종 꼼수를 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대차는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78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쏘나타와 도요타 캠리, i30와 폭스바겐 골프, 벨로스터 터보와 미니 쿠퍼S, 제네시스와 메르세데스-벤츠 E300·BMW 528 등의 ‘수입차 비교 시승 이벤트’를 실시했다.

   
▲ 현대차가 1·2차에 이어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3차 '수입차 비교 시승 이벤트'를 실시했다. 1차에서 벨로스터 터보와 비교했던 미니 쿠퍼S는 쿠퍼SE로 바뀌었다

현대차는 시승을 마친 소비자들의 평가 결과 주행 성능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수입차가, 주행 외적인 부문에서는 현대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실제로 자료를 얼핏보면 제네시스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E300, BMW 5시리즈와 비교해 가속력과 핸들링, 제동력 등에선 비록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숙성, 공간성, 편의 사양, 조작 편의성, 적재 능력 등은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캠리와 쏘나타, 폭스바겐 골프와 i30의 비교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자사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수입차의 막연한 환상이 줄어들었다'고 표현 했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평가에 꼼수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현대차가 진행한 '수입차 비교시승 이벤트' 1차(위)·2차(아래) 결과. 주행 성능 부문에서는 대부분 낮은 평가를 받았다

◆ 차량의 겉모습 8점, 핵심기능은 4점으로 평가?

우선 평가 항목부터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차량 겉모양 평가 항목이 너무 많고, 내용도 비슷하게 겹친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주요항목인 승차감, 가속력, 핸들링, 제동성능 등은 각기 1점씩 총 4점만을 주도록 돼 있다. 반면 내관, 실내고급감, 편의사양, 조작편의, 공간성, 적재능력 등은 모두 유사한 항목인데도 불구하고 일일히 구분돼 있어 내외관에서만 8점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기본기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머지가 우수하면 좋은차로 평가된다. 

한국오토모티브컬리지 최우진 교수는 "상식적으로 봐도 항목의 중대함에 따라 가중치가 있거나, 항목을 한두개 정도로 묶어야 객관적인 비교가 될 수 있다"면서 "현대차가 우세하다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항목을 무리하게 늘려 짜맞춘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상대차, 슬그머니 깡통차로?

비교 차종을 갑자기 바꿨다는 점도 지적된다. 1차 시승행사에서는 벨로스터 터보의 상대차로 미니 쿠퍼 S를 가져와 비교했는데, 2차 행사부터는 미니 쿠퍼의 저가 트림인 쿠퍼SE로 슬며시 바꿨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상식적으로 204마력의 벨로스터 터보는 184마력의 미니 쿠퍼 S와 비교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대차는 122마력에 불과한 일반 쿠퍼, 그 중에서도 선루프도 없는 '깡통 모델' 쿠퍼 SE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단지 현대차가 보유한 미니 쿠퍼 S의 리스 기간이 만료됐고, 우리나라에선 일반 미니 쿠퍼 모델의 판매량이 쿠퍼 S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차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센터를 방문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무조건 풀옵션 차량이 준비되었던 반면, 수입차는 가장 낮은 트림으로 보이는 저가 모델을 가져와 비교했다"면서 "타이어는 물론, 실내 디자인과 편의 사양 등도 어지간한 시승차에 비해 눈에 보일 정도로 뒤쳐졌다"고 말했다.

또, "정확한 평가를 하려면 트림, 옵션, 타이어 크기·상태 등이 비슷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내관, 실내 고급감, 편의사양, 정숙성, 조작 편의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올바른 평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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