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쏘울 부스터…'선입견'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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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8 14:48
[시승기] 기아 쏘울 부스터…'선입견'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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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선택은 참으로 묘하다. 짐을 많이 싣는 차가 필요하다면서도 왜건 구입은 꺼린다. 사람 많이 타는 차가 필요하다면서도 승합차는 안산다. 넓고 7명이 탈 수 있던 기아 카렌스는 대체 왜 망했나. 소형 SUV는 많이 싣거나 많이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프로드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열풍인가. 이해의 범주를 넘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자동차를 리뷰하는 사람들 중엔 자괴감을 느끼는 이도 수두룩하다. 

기아 쏘울을 보면 또 한번 복잡한 기분이 든다. 국내에선 몰라도 미국에선 매우 인상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짐도 넉넉하게, 공간도 넉넉하게, 심지어 주행성능도 우수하게 만들어진 자동차.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고 수준의 상품성을 지닌 차이고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차가 왜 국내에선 어려운 상황인가. 

# 기아 쏘울 부스터, 흥미로운 자동차를 더 흥미롭게

2010년, 쏘울은 햄스터가 타는 차로 광고됐다. CG로 만들어진 기막히게 귀여운 햄스터들이 음악을 들으며 ‘새 출발하는 새로운 방법(a new way to roll)’이라고 했다. ‘roll’에는 햄스터들이 챗바퀴를 굴리는 것, 새출발, 자동차 바퀴의 구름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의미를 담았다. 말 그대로 기발했다.

놀라운 광고 덕이었는지 우수한 상품성 덕분이었는지 쏘울은 당시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차 중 하나가 됐고 실용성과 편리함으로 인해 그 인기는 2세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SUV의 인기가 급격히 늘면서 소비자들 선택이 소형 SUV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등장한 3세대 쏘울은 과연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상품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자동차에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공간, 디자인, 성능 면에서 3박자가 모두 훌륭하다. 요즘 세단 자동차들이 쿠페 스타일에 가까워지면서 머리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앞좌석 뒷좌석 모두 당연히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트렁크 바닥면은 작지만 해치백과 박스카의 특성상 높이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양을 실을 수 있게 된다. 큰 짐을 실을 때는 둘째열 시트를 앞으로 젖혀 놓는걸 전제로 해서 만들어져 있다. 

미국서 있던 이전 쏘울 인기를 감안하면 외관의 파격적 변화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헤드램프를 그릴 가까이까지 이어지도록 디자인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릴을 관통하는 투명 램프 디자인은 근래에 볼 수 없던 것이었다. 전기차나 미래 자동차의 콘셉트에선 간혹 등장했겠지만 실제로 양산차에 사용된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생각해봐도 기억나는 차는 80년대 머큐리 세이블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 부분에 LED를 장착한다거나 ‘전격Z작전’에 나오던 키트(KITT)처럼 불이 움직이는 튜닝도 등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LED 헤드램프를 이용해서 헤드램프 부위를 얇게 뻗도록 디자인 한 점도 매우 매력적이다. 프로젝션 타입 헤드램프의 경우 램프 위치를 아래로 옮겨 깜박이 및 안개등과 위치바꿈 하는 점도 똑똑한 선택이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아마도 기아차에 대한 평가를 한차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쏘울의 실내 디자인은 1세대에서 좀 부족했지만 2세대부터는 참신하고 품질도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어쩌면 1세대의 선입견 때문인지 쏘울의 실내는 좀 아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3세대로 와서는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인지, 동급 다른 차들에 비해 월등히 고급스러운 실내를 자랑한다. 폭신한 우레탄의 사용 범위가 더 넓어졌고, 브라운의 투톤 인테리어의 적용은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져 적극 추천 할 만 하다. 기능적일 뿐 아니라 뽐내기에도 좋을만한 인테리어가 됐다. 

 

# 쏘울 부스터로 달려볼까

기존까지 쏘울은 가격대비 성능은 괜찮지만 잘 달리는 차와 거리가 멀었다. 좀 이해가 안되는 지점은 시작 가격을 1700만원대로 만들고 130마력대 가솔린과 디젤을 하나씩만 내놓은 점이었다. 모양은 그럴듯 한데, 달리는 느낌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마지못해 파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쏘울 부스터는 기본적으로 달리는 차로 만들어졌다. 204마력 1.6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을 기본으로 7단 DCT 변속기를 장착해 달리는 기분이 꽤 매력적이다. 차의 가속성능이나 최고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인데 속도계에 표시된 최고속도 (220km/h)가 부족하다는 기자도 있었다. 

코너링에서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겉보기엔 차체가 높아서 롤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롤링이 거의 없는 코너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속 주행시 핸들의 무게감도 딱 적당해서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주행성능은 운전자를 놀라게 할 정도의 우수한 모습이다. 

다만 외부 소음은 좀 유입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공기 저항이 큰 구조에 방음에 비용을 쓰지 않은 탓인지 고속 주행에선 노면 소음이나 외부 소음이 꽤 들린다. 왜 벨로스터에는 장착돼 있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쏘울에는 빠진 것인지 모르겠다. 톡톡 올라오는 노면 잔충격은 많이 느껴지도록 세팅돼 있다. 스포티하게 타기 좋은 느낌이다.

 

# 첨단 사양은 이제 차급을 가리지 않는다

코너에서 운전대는 스스로 돌아간다. 앞차를 따라가고 차선 가운데로 맞춰주는 LFA까지는 아니고 차선 이탈방지(LKA)인데도 워낙 성능이 향상돼서 이제는 위화감이 없고  어느 정도 맡겨둬도 좋을 정도다. 

드라이브 와이즈II에 속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SCC)를 이용해 페달을 밟지 않고 운전해보면 이젠 하극상 수준. 같은 회사 프리미엄 차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다.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 사양은 나중에 나온게 반드시 더 좋다. 

다만 이 차에 장착된 드라이브 와이즈는 니로EV에 장착된 것과 이름은 같지만 기능은 딴판이다. 우선 완전 정지까지 지원하지 않고 30km/h 이상으로만 세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10km/h까지 기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쓸만하다.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코너에서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이 들어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드라이브와이즈, 스마트센스 등으로 불리는 ADAS 기능을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는 고민할 이유가 없다. 자기 차라면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컨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선명하고 기능적으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내비게이션 정보가 훌륭하기 때문에 HUD의 활용도가 높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이전에는 없던 와이드형으로 돼 있는데, 디스플레이를 양쪽으로 나눠서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이 함께 보여지는 등의 형태로 구성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공조장치 공기토출구보다 아래에 있는데 요즘 현대기아차 답지 않게 높이가 낮아서 시선을 자꾸 내리게 되는 점은 아쉽다. HUD 장착을 염두에 둔 위치로 보인다. 

 

# 구매 할만한 자동차인가

이날 쏘울 부스터는 204마력에 달하는 가솔린 터보 GDI 모델만 나왔는데, 가격은 트림별로 1914만원에서 2346만원으로, 고속도로 지원을 포함한 드라이브 와이즈, HUD 등을 합친 풀옵션 모델의 경우 최대 2724만원까지 올라간다. 가격은 꽤 착하게 나온 셈이다. 

전기차인 쏘울 부스터 EV의 가격은 4600만원에서 4900만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기아차의 니로EV에 비해 약 500만원 가량 저렴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전기차에 더 많은 계약이 몰렸다고 한다.

 

미래의 자동차가 어떤 형태가 될지를 놓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셉트카를 내놓는다. 대부분은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반자율주행 등 첨단 기능을 넣을 것이라고 한다. 외관에서는 LED를 전후면에 적극적으로 배치해 기존 차량과 차별화 요소를 만든다.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내놓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쏘울은 업계 관계자들이 '미래의 차'라고 생각 할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양산차 중 가장 파격적인 선택을 한 쏘울의 미래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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