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최초의 SUV, X5가 3세대로 풀체인지됐다. 하지만 '풀체인지'라는 거창한 표현이 아까울 정도로 변화는 미미하다. 디자인이 조금 바뀐 점을 빼면 큰 차이가 없다. 엔진은 성능과 효율성이 향상됐지만 기존과 동일한 것을 쓴다. 이미 완성도가 높은 것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는 BMW만의 자신감이다. BMW의 높은 콧대가 못마땅하지만, 막상 트집 잡을 구석은 없어 좀 심술이 날 정도다.

BMW의 SUV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발전 속도는 누구보다 빠르다. 그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 시장 공략의 일등 공신인 X5가 있다. BMW가 SUV를 통해 추구하는 모든 것이 이 차에 담겨 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모델은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된 X5 30d xDrive며 가격은 9330만원이다.

 

◆ 더욱 뚜렷해진 이목구비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차를 볼때 가장 먼저 눈에 잘 들어오는 곳이며 원가 상승을 최소화하면서도 디자인을 크게 바꾼 것으로 생색낼 수 있는 부분이다. BMW는 지난 2011년 출시한 3시리즈 이후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3시리즈만 해도 소극적인 ‘앞트임’ 수준이었는데 X5는 더욱 과감해졌다.

 

큼지막한 눈동자와 콧구멍은 더 또렷해졌다. 안개등은 이전 세대와 동일한 곳에 위치했지만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범퍼 디자인은 공기역학적인 설계를 통해 다소 복잡해졌다. 4시리즈부터 적용된 에어 벤트와 에어 브리더가 범퍼 양쪽 끝에 위치했다. 공기가 통하는 얇은 틈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공기 저항을 줄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테일램프의 디자인과 LED 램프 구성도 변경됐다. LED 테일램프는 이젠 필수요건이 돼가고 있다. 결국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요즘 유행하듯 의미없이 남들 따라 LED로 테두리를 강조하기 보단 BMW처럼 확실한 정체성을 갖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덕분에 뒷모습에 세련미와 날렵함이 물씬 풍긴다.

 

실내는 알게 모르게 디자인이 변경됐다. 늘 그랬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도 대형 모니터를 포함한 대시보드, 공조장치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센터페시아, 센터콘솔 등의 디자인이 변경됐다. 대부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서 구성과 부품이 변경됐다. 세가지 색상으로 변경이 가능한 LED 실내 무드등이 추가됐다. 주행 모드 변경에 따라 배경이 바뀌는 디지털 계기반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7인승 모델의 출시도 새로운 점이다. 3세대 X5부터 3열 시트가 탑재된 모델이 판매된다. 선택의 폭을 넓혔으나 그리 선택이 많을 것 같지 않다. 갑자기 7인승을 추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2018년 출시될 대형 SUV ‘X7’이 7인승이기 때문에 사전 시장 조사라는 느낌도 든다.

◆ SUV의 핸들링에도 타협은 없다

BMW는 역동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 그들의 SUV도 마찬가지다. 특히 X5의 주행성능은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 단단한 하체와 서스펜션의 반응, 웬만한 세단보다 날렵한 핸들링 등은 SUV를 초월한 운전 재미를 가져다 준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디젤 엔진은 정숙성과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회전수를 높이면 꽤나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슬며시 들려오는 디젤 엔진의 고회전 소리도 거칠지 않게 잘 다듬어졌다. 스포트 모드에서의 반응도 빠르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엔진이지만 변속기의 재빠름이나 직결감이 더 만족스럽다. 변속기는 ZF의 8단 변속기를 쓴다.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려지지만 제값을 하기에 BMW는 전차종에 이 변속기를 적용하고 있다. ZF 변속기는 다양한 브랜드가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BMW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평소에는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단수를 높이지만,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밟으면 재빨리 기어 단수를 두어단 낮춰 가속을 돕는다.

 

고속에서도 힘이 넘친다. 미미하지만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출력도 높아졌다. 짐을 가득 실어도 경쾌함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안정성도 돋보인다. 세단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고속으로 달릴 수록 차체를 더욱 노면에 밀착시킨다.

 

핸들링도 여느 SUV와는 다르다. 감각은 세단 못지 않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민첩하고 단단한 서스펜션은 급격한 조작에서도 차체를 잘 지탱한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잽싸다. 최근에 주행성능이 강조된 SUV가 많이 늘긴 했지만 X5 특유의 몸놀림은 여전히 돋보인다. 또 사륜구동 시스템도 빠른 코너링을 돕는다. 단, xDrive는 유독 고속으로 도로 이음새를 지날 때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광석화 같다는 시스템이 그 찰나의 순간을 ‘슬립’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 거듭된 진화에도 변하지 않는 것

X5는 짐을 쉽고, 많이 넣을 수 있다. 성인 5명이 탑승하고 골프백 4개를 넣어도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고 BMW코리아는 설명했다. 여기에 2열 시트는 40:20:40으로 개별적인 폴딩이 가능해 활용성도 높다. 테일게이트가 위아래로 열리는 ‘클램쉘’ 방식도 X5의 고유한 특징이다. 덕분에 무거운 짐을 손쉽게 트렁크에 넣을 수 있다. 비교적 신장이 작은 여성들을 위해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높이도 따로 설정할 수 있다.

 

길이가 5m에 가깝고 너비는 2m에 근접한 거구지만 360도 서라운드 뷰와 주차 거리 경보장치로 인해 좁은 길을 통과하거나 난이도 높은 주차를 하는 것도 손쉽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완성도는 단연 최고다. 또 X5 M50d에 적용되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아니지만 X5 30d에 적용된 오디오 시스템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거뒀다. 

 

혀를 내두를 신기술 적용이나 신규 플랫폼 적용도 없었다. 그렇다고 개발을 게을리 하진 않았을터. 그래서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군데군데 있던 빈틈을 잘 메웠다. 3세대 X5를 보면 풀체인지나 페이스리프트를 굳이 규정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확실한 정체성과 잘 다듬어진 기본기는 몇 세대를 거치든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 장점
1. 핸들링은 역시 BMW.
2. 엔진 및 외부 소음이 무척 잘 정제됐다.
3. 서라운드 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활용도가 높은 편의장비.

◆ 단점
1. 1억원에 가깝지만 화려함이 부족하다.
2. 5시리즈에도 탑재된 디지털 계기반이 적용되지 않았다.
3. 여전히 아웃사이드미러의 시야는 불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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