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오스트리아에서 전기차는 더 빨리 달려도 OK?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 좋아요 0
  • 승인 2018.11.05 07:48
[이완 칼럼] 오스트리아에서 전기차는 더 빨리 달려도 OK?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18.11.05 07: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차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죠. 공영주차장 이용료를 할인하거나 아예 무료로 하기도 하고, 버스전용 차로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기도 합니다. 물론 충전 시설을 확충하는 노력은 중앙 정부는 물론 지자체,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들끼리 힘을 모으는 등,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진=닛산

독일에는 최근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만하임까지 운행하는 순수 전기 고속버스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2배나 비싼 중국 BYD 전기 버스이지만 전기 자동차의 활용 범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소식이었습니다.

유럽 대도시들은 여전히 시내버스가 디젤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현재 순차적으로 전기버스로 바꿔가고 있고, 트위지와 같은 1인승, 혹은 2인승 전기차를 다양한 중소 회사들이 만들며 계속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운행 중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은 전기차는 더 이상 아웃사이더로 머물지 않게 된 것이죠.

독일에도 곳곳에 충전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 사진=이완

그런데 생각만큼 전기차 증가 속도가 빠르지 못한 거 같습니다. 배터리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고는 해도 여전히 보조금 없는 전기차(보조금을 포함해도)는 비싸고, 충전소와 충전 시간 등, 충전 관련 고민은 시간이 더 흘러야 좀 덜어질 거 같아 보입니다. 현실의 벽을 조금이라도 빨리 허물고 전기차를 활성화할 좋은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런 고민을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곳이 있습니다.

# 전기차와 가솔린 디젤 자동차 제한속도 차별화

오스트리아 정부는 내년부터 자국 내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의 일부 구간에서 전기차 최고 제한속도를 130km/h로 하고, 반대로 같은 구간에서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 등,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제한속도를 100km/h로 낮추는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슈피겔은 공기 오염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 약 440km(전체 자동차 전용 도로의 20% 수준)에서 이와 같은 전기차와 엔진 자동차 사이의 제한속도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참고로 오스트리아 고속도로의 일반적 제한속도는 130km/h입니다.

<사진3> 사진=테슬라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쟁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부 구간이지만 자동차 제한 속도를 오히려 확 떨어뜨려 버린다면 전기차로 갈아타는 운전자는 아무래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바로 오스트리아 정부가 바라는 바인데 과연 원하는 대로 이뤄질까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디젤차, 가솔린 자동차를 타는 게 무슨 죄라도 되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과 같은 해로운 배출가스와의 싸움을 처절(?)하게 펼치는 요즘, 오스트리아의 이 실험은 유럽 전체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 또 다른 자신감, 재생에너지 비율

그런데 이와 같은 전기차의 활성화, 친환경성을 이야기할 때 늘 따라붙는 비판이 있죠. 바로 전기 생산과정이 과연 친환경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전기 생산량의 40%가 석탄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중국도 전기차 강국 중 하나이지만 전기 생산은 절대적으로 석탄에 의지하고 있죠.

자동차가 달리는 중에 환경이나 몸에 해로운 가스를 내뿜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가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어지느냐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데 오스트리아는 사실 이 부분에서 자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수력발전을 포함, 전기의 80%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형적인 청정 오스트리아 시골 풍경 / 사진=픽사베이

전기 생산 과정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전기 충전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며, 거기에 운전자들에게는 달리는 즐거움을 일정 정도 보장이 된다면, 전기차 활성화는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를 통해서도 확인했듯, 전기차가 빠르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의 친환경성,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등이 잘 버무려지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정부는 전기차의 제한속도를 보장하는 것 외에도 버스 전용 차로에 전기차가 다닐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전기차의 주차장 무료 이용 등을 다음 단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이들의 결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