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아우디의 첫 전기차 e-트론, 출시 전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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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2 09:43
[이완 칼럼] 아우디의 첫 전기차 e-트론, 출시 전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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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아우디는 자신들의 첫 번째 양산형 배터리 전기차 e-tron을 공개했습니다. 전기차에 매우 친화적인, 그리고 현재까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본거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통한 소개였죠.

e-트론 공개 현장 / 사진=아우디

# 구겨진 브랜드 이미지 개선 기대

아우디에게 e-트론은 굉장히 의미가 큰 자동차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첫 번째 양산 배터리 전기차이기도 하고, 또 여러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회사에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자동차이기도 한 것이죠.

디젤 게이트와 담합 의혹 등으로 아우디를 포함한 독일 자동차 업계는 연일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거기다 부도덕한 질소산화물 동물 및 인체 실험 등이 있었고, 노후 디젤 도심 통행 금지로 인해 제조사에 대한 독일 내 여론은 계속 악화됐습니다.

e-트론 / 사진=아우디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우디 회장이었던 루페르트 슈타들러는 디젤 게이트 조작 의혹으로 독일 검찰이 구속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거기다 한국에서 차대번호와 배출가스 서류를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죠.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최근에는 EU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감축 합의까지 이뤄져 2030년까지 평균 배출량을 62g/km 이하로 맞춰야 합니다. 엔진만 가지고는 이 기준을 달성하기 쉽지 않게 됐습니다. 이래저래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필연적으로 전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됐고, e-트론은 이 격변(?)의 상황에서 아우디의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 오류?

벤츠의 첫 번째 전기차 EQC가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디 역시 자신들의 첫 번째 전기차 e-트론을 내놓았죠. 여러 면에서 e-트론은 다임러의 EQC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스타일에서 EQC보다 낫다는 의견들이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 디자인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습니다.아우디 스스로도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독일의 한
전문지 설문조사에서 재규어나 테슬라, 벤츠와 BMW 전기차들을 제치고 가장 구매욕을 자극하는 모델로 e-트론이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벌써 1만5000대가 선주문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나가던 e-트론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사진=아우디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차량 인도가 길게는 수개월까지 늦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독일의 유력지인빌트 암 존탁이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요. 정확하게 어떤 소프트웨어 오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출고될 수 없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빌트 암 존탁은 회사 측에 이 문제에 대해 문의를 했고 아우디로부터 '고객들을 위한 개선 작업'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아우디는 4주, 그러니까 한 달 정도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했다지만 해당 언론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렇게 빨리 해결될 수준의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 LG화학 배터리 배짱 장사?

사진=아우디

그런데 관련 소식을 전한 독일 일간지 빌트는 아우디가 배터리 가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폭스바겐 그룹은 두 차례에 걸쳐 LG화학과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는데요. 각각 8조와 13조로, 총 21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 계약에 따라 e-트론에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갈 것으로 얘기됐었죠.

e-트론은 완충 후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이고 에너지 회생 시스템을 통해 최대 500km까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G화학은 이 배터리 공급가를 10% 정도 더 올리려 한다는 것이 빌트의 보도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아우디는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으며, 아우디와 LG 측의 가격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LG화학이 폭스바겐과 대형 계약을 맺었을 때 너무 싸게 가격을 부른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죠. 그러니 제대로 이익을 볼 수 없을 테고, 주문이 밀려드는 이 시점에서 배터리 가격에 대한 논의를 하고 넘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진=아우디

어쨌든 보도대로라면 아우디는 e-트론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소프트웨어 오류, 그리고 배터리 공급 가격 협상. 야심 차게 출사표를 내고 출발을 알린 e-트론 입장에서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언론에 노출되며 삐걱대는 인상을 주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소프트웨어 오류나 협력사와의 갈등이 한창 판매 중에 드러나는 것보다는 미리 문제를 해결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소비자 기대만큼 e-트론은 전기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또한 떨어진 브랜드 가치를 다시 세우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우디에 e-트론 성공은 너무나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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