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니로 EV…보편화 될 새로운 가치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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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2 17:40
[시승기] 기아차 니로 EV…보편화 될 새로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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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가장 좋을 때다. 정부와 제조사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고, 이 혜택은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줄어들게 된다. 올해는 5207만원짜리 니로 EV가 세제 혜택과 서울 기준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3280만원이 된다. 그런데 내년엔 보조금이 줄어든다. 제조사가 판매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이 줄어든 만큼 차량 가격을 크게 낮출지 의문이다. 전기차는 가격 책정에서도 배터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개발이나 생산은 장담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니로 EV 생산에 앞서 기아차에게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NCM811’를 전달하려 했으나, 생산 문제로 인해 결국 그러지 못했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지역마다 보조금이 다르고, 예산도 다르다. 그래서 미리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해야한다. 선착순에서 우위에 선 선택받은 용자들만 전기차를 건네받을 수 있다. 니로 EV만 해도 연간판매 3800대가 목표였지만, 사전계약 이틀만에 5천대가 넘게 계약됐고, 지금까지 약 8500여대가 계약됐다. 수요가 공급을 훌쩍 넘었다. 운 좋게 사전계약자나 보조금 신청자가 구매를 포기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전기차를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니로 EV는 그림의 떡이고, 떡은 차지다. 니로 EV는 야무지고 빈틈이 없었다. 니로 하이브리드도 장점이 단점을 압도한다. 처음엔 겉모습에서 비롯된 단점이 눈에 띄지만, 실용성이나 편안함으로 결국 스테디셀러가 됐다. 오래보면 참 예쁜 아이가 니로다.

아이유가 ‘국민여동생’에서 스물세살의 여자로 당당하게 변신을 시도했었던 것처럼, 니로 EV는 못난 아이에서 성숙한 남성으로 변했다.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그릴을 막았을 뿐인데, 한결 잘 생겨졌다. 코나가 코나 일렉트릭으로 변신한 것보다, 니로 EV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 것 같다.

니로는 기아차가 큰 기대를 걸고 만든 차다. 기아차가 처음으로 친환경차 전용으로 만든 차다. 그래서 여러 임원들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다. 디자인은 디자인팀의 힘이 가장 강하게 작용해야 하는데, 니로는 다양한 부서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처음 디자인팀이 내세웠던 특징은 많은 부분 지워졌다. 그리고 연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 공기역학 디자인이 극도로 강조됐다. 그래서 모든 표면이 둥글둥글하다. SUV의 역동성을 강조할 수 있는 선 하나 없다.

실내도 보편적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게 꾸미려고 노력했는데, 기아차는 오히려 무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니로 EV는 인테리어 변화가 크게 와닿는다. 기아차의 친환경을 상징하는 ‘에코 그린’ 컬러로 도어트림 가니쉬, 송풍구 주위에 포인트를 줬다.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실내를 구성할 수 있고, 니로 EV는 그 성격에 걸맞게 센터콘솔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셀렉터를 새로 놓았다. 좌우로 돌려 작동시키고, P모드는 가운데 버튼을 부르면 된다. 조작 느낌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현대차가 택하고 있는 버튼식에 비해 더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 소재나 마감도 다른 부분도 큰 차이를 보이며, 6가지로 조명 색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코나 일렉트릭은 LG화학, 니로 EV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쓴다. 원활한 배터리 공급을 위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쓰게 됐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제조사는 다르지만 둘다 NCM622 배터리를 쓰고 있고, 용량도 64kWh로 같다. 다만 차의 무게, 디자인 등의 차이로 코나 일렉트릭은 406km, 니로 EV는 385km를 갈 수 있다. 전기모터, 통합전력제어장치, 수냉식 냉각시스템 등은 전부 동일하다. 주행감각의 차이는 거의 없다. 크기나 무게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발진 감각은 거의 같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여느 형제차보다 더 비슷하다.

소리없이 빠르다. 처음엔 그게 몹시 재밌다. 전기차라는 미지의 영역이 주는 선물같다. 출발할 때는 물론이고, 코너를 도는 와중에서도 휠스핀을 일으킬 정도로 토크가 강력하다. 그리고 가속페달은 마치 온/오프 스위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 니로 하이브리드에 비해 무게는 300kg 가량 늘었고, 그만큼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있다. ‘원페달’ 주행도 가능하게 만드는 에너지회생제동 시스템은 처음엔 이질감이 들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투페달’에 비해 더 편안한 주행도 가능하다.

에너지회생제동 시스템의 강약은 패들시프트로 조절이 가능하다. 에너지회생제동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배터리 잔량을 더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니로가 인증받은 최대주행거리는 385km지만, 도심에서 에너지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쓰면, 7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에는 최대 500km 정도로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된다.

전기차는 플러그를 꼽아서 전기를 충전해야 한다. 여느 휴대용 전자제품과 다를게 없다. 다만 배터리가 훨씬 크고 오래 갈 뿐이다. 매번 충전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충전소는 빠르게 늘고 있다. 충전소가 설치된 몇몇 주차장은 전기차 충전에 한해 한시간 무료주차도 지원한다. 또 붐비는 주차장에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는 유지비가 가장 매력적이다. 전기를 충전하는게 휘발유를 넣는 것보다 크게 저렴하다. 니로 EV를 타고 있는 한 독자는 월평균 6천km를 달리는데, 한달에 6-7만원 정도의 충전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지금도 전기요금은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유소를 가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서서히 전기차를 사지 말아야 되는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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