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폭스바겐이 '언리얼 엔진'을 장착하는 이유?…가상현실에서 만들어지는 진짜 자동차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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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07 10:38
BMW·폭스바겐이 '언리얼 엔진'을 장착하는 이유?…가상현실에서 만들어지는 진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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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나 사용하는줄 알았던 가상현실 기술이 자동차 업계에도 접목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VR, Vitual Reality)을 넘어선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기술은 차량 개발 및 제작 과정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자동차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차를 디자인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주행성능을 시험하는 등 자동차 제작 과정에 '현실'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현실 뺨치는' 테스트를 한다. 굳이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의 핵심은 게임엔진이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처럼 일반적으로 게임엔진은 게임과 3D 영상 제작에 쓰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많은 자동차 회사는 게임엔진을 기술 개발 및 고객 서비스 등에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게임엔진은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다. 언리얼 엔진은 고퀄리티의 3D 그래픽,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3차원을 2차원으로 구현), 시뮬레이션 개발지원 등을 통해 가장 실감 나는 가상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언리얼 엔진은 게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에서 만든 것으로, 에픽게임즈는 2015년 게임개발자컨퍼런스를 통해 누구나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제공했다.

가상현실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BMW그룹이다. BMW그룹은 자동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컴퓨터 게임 산업에서 사용되는 장비만으로 구축한 혼합현실(MR) 시스템을 차량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했다. 덕분에 BMW와 MINI의 차량 개발에는 혼합현실 연구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디자인 부문에서 실물 하드웨어와 가상현실 기술을 조합하는 새로운 솔루션이 마련됐다. 

언리얼 엔진의 렌더링 기능을 사용해 가상 표면을 생성하고 3D 프린터로 간단하게 제작한 시제품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가상의 차 안에 앉아 실내 내장재, 창문 크기 등 차량에 적용되는 요소 및 기능들을 가상현실 환경에서 원하는 대로 모형화하고 시연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실제 제품을 제작하지 않고서도 된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다양한 재료나 표면이 실제 자동차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미리 볼 수 있으며, 현실과 비슷한 수준의 주행 경험도 미리 해볼 수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완성에 이르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과 맥라렌은 소비자들을 위한 자동차 컨피규레이터에 가상현실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차에 적용되는 다양한 옵션 등을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차량 개발 과정에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최첨단 VR 컨피규레이터를 구현했다. 폭스바겐스웨덴은 신형 아테온의 출시를 앞두고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시각화 회사인 애니멕(Animech)과 함께 소비자가 실제와 동일한 상황에서 차량의 옵션 및 인테리어를 커스터마이징 해볼 수 있는 몰입형 VR 컨피규레이터를 제작했다. VR 헤드셋을 사용해 차량의 외관과 내부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자신이 선택한 색상과 옵션 등이 적용된 차량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맥라렌은 2016년, 에픽게임즈와의 협력을 통해 570S 컨피규레이터를 개발했다. 고퀄리티의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언리얼 엔진 덕분에 맥라렌은 목업(Mockup, 실물 크기의 모형) 작업 없이도 VR을 이용해 가상으로 완성 조형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맥라렌 관계자들은 가상현실이 구현해내는 사실적인 그래픽 및 리얼타임 렌더링 능력에 대해 높은 신뢰를 표현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지금보다 한 차원 더 진화된 기술의 등장과 함께 그 활용범위 또한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업체와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의 협업은 더욱 다양화되고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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