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벽에 주유하면 1-2리터 더 들어간다?", 사실일까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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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6 11:55
[기자수첩] "새벽에 주유하면 1-2리터 더 들어간다?",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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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주유를 하면 같은 돈을 내고 1-2리터나 더 많은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 떠돈다. 많게는 3200원 어치라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공돈 버는 기분으로 해볼만 한 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우선 각 액체별 팽창계수를 보자. 휘발유는 온도 섭씨 1도가 높아지면 0.11%의 부피가 커지고 경유는 1도에 0.09%만큼 변한다. 

일교차가 큰 봄 가을이라고 해도 일교차가 보통 10도 남짓. 가장 추운시간에 50리터 가득 주유하면 가장 더운 시간과 차이가 최대 0.55리터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약 800원어치. 그 정도라도 이득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또한 불가능하다. 

현실에선 연료 탱크가 주유소 깊은 땅속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땅속 온도는 얼마나 될까. 기상청 기준 연중 기온이 가장 높은 8월 기온은 29.5도나 되지만 지하5미터의 지중온도는 15.1도에 불과하다. 영하인 12월과 비교해도 1.5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오전 오후 기온차 정도로는 땅속 온도 차이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휘발유는 물에 비해 비열이 작아 땅속에서 주유기까지 올라오는 짧은 시간에도 온도가 어느정도 상승한다. 고압 주유를 하는 동안 온도가 증가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여름 주유기에서 나오는 휘발유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기온과는 최소한 5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추운 새벽에 기름을 넣으면 더운 낮에 넣는 것에 비해 이론적으로 50리터당 최대 약 0.25리터 가량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금액으로 치면 약 400원어치다. 그나마 이상적인 가능성의 계산이고, 실제로는 100원 이득 보기도 어렵다. 

# 운전자 아닌 주유소 주인의 골치아픈 문제

온도에 따라 주유량이 달라진다는 믿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다름 아닌 주유소 주인들로부터 시작됐다. 

주유소들은 일반적으로 기름을 채울때 탱크로리 트럭을 통해 한번에 2만리터씩 사들인다. 탱크로리 특성상 외부 기온과 운동에 의해 연료 온도가 높아지고 팽창하게 된다. 따라서 주유소 주인들은 여름 한낮에는 섭씨 35도 가량의 기름을 받아 15도의 지하 탱크에 넣게 된다. 팽창한 기름을 받아 차가운 지하에 넣어야 하니 손해가 크다고 생각하기 쉽다. 2만리터에 섭씨 20도씩 차이가 발생하면 440리터, 한대에 70만원 넘는 손해를 봐야 한다. 

당연히 주유소 운영자는 정유사와 탱크로리 기사들에게 연료의 온도를 놓고 끊이지 않는 불만을 표출한다. 반면 정유사에선 여름철 뿐 아니라 영하인 겨울철에 기름을 배달하면 오히려 15도 이상 온도가 높아지면서 주유소가 이득을 본다는 주장으로 1년을 영업하면 서로 공평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현재까지 대부분 주유소 주유기는 기름을 부피로만 계산하고 있지만, 온도를 자동 측정하고 온도-팽창 계수를 통해 부피를 무게로 환산하는 기능을 더하는 주유 장비를 일부 지역부터 시범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일부 주유소들이 겨울철에는 작동시키고 여름철에는 해체하는 꼼수를 부리는 통에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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