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전동화가 주는 이로움"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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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6 11:35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전동화가 주는 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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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 있어서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동안 수많은 ‘최초’를 만들었다. 세그먼트를 정의했고, 새로운 기술을 알렸다. ‘자동차는 곧 벤츠’라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 근간은 엔진이었다. 그런데 엔진 없는 자동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유기가 아닌, 코드를 꽂는 차가 늘어났다. 아쉽게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초란 수식을 지키지 못했다.

닛산은 리프를 만들었고, 테슬라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랜 내장재를 사용하는 모델 S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전기모터 제작 회사를 인수했고, e-골프를 출시했다. BMW는 친환경차 브랜드 i3를 론칭했다. 그리고, 두어걸음 늦게 메르세데스-벤츠는 EQ 브랜드를 출범했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도 넋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E-CELL, F-CELL로 불리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몰두했고, 스마트 전기차와 B클래스 수소연료전지차, SLS AMG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선보였다. 단지, 임팩트가 적었던 것 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친환경차를 장려한다기 보단 E클래스나 S클래스를 파는 것이 먼저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친환경차 브랜드 ‘EQ’를 론칭했고, 다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최대주행거리가 300km를 넘는 전기차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현시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차라고 꼽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충전에 있어서, 전기차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 ‘플러그인’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매번 외부전원을 이용해 배터리를 채우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GLC350e 4MATIC는 배터리 충전에 대한 프로그램 구성이 잘 되어있다. 비록 메르세데스-벤츠가 뒤늦게 친환경차 브랜드를 만들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출시 시점을 유럽에 비해 한참 늦게 잡았지만 GLC350e 4MATIC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GLC350e 4MATIC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등과 같은 기본적인 주행모드와 별도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관련된 주행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EQ POWER 작동 모드는 하이브리드, E-모드, E-세이브, 충전 등으로 구성됐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우리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하이브리드와 비슷하다. 전기모터가 엔진을 도우며, 효율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그냥 하이브리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관여도가 훨씬 높다. 특별히 오른발에 큰힘을 주지 않는 이상, 거의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2톤이 넘는 무게지만, 오르막을 전기모터만으로도 수월하게 달린다.

GLC350e 4MATIC에는 8.7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배터리 용량이 큰 편이 아니다. GLC350e 4MATIC보다 크기가 작은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은 8.8kWh,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용량은 8.9kWh다. BMW 740e는 9.2kWh,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무려 14.1kWh다.

GLC350e 4MATIC의 전기모드 주행거리는 한국에서 15km로 인증 받았다. 실제로는 15km보다 훨씬 멀리 갈 수 있다. 전기모드로만 달리는 와중에도 바퀴는 돌고, 에너지를 다시 회수한다. 계기반에도 15km 그 이상의 숫자가 찍힌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20km로 인증받았고, 유럽에서는 30km를 넘는다.

한쪽의 힘만 쓰면 손해보는 구조다. 배터리의 잔량을 고려하면서 엔진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게 효율에 더 이로웠다. 특히 아주 적은 힘으로만 달릴 때는 엔진이 바퀴를 돌림과 동시에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했다. 도로 환경, 배터리 잔량 등을 고려하며, EQ POWER 작동 모드를 적극적으로 바꿔주면 기대하는 연비를 충분히 기록할 수 있다.

‘충전’ 모드는 이색적이다. 엔진만 쓴다. 스타트&스톱도 작동하지 않고, 글라이드 시스템도 동작하지 않는다. 엔진을 계속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엔진을 발전기처럼 쓰는 개념이다. 에너지 흐름도를 통해 배터리 잔량이 하나씩 차는 것을 보면 기분은 좋지만, 기름을 태워 배터리를 빨리 충전하는 것이 이득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 굳이 차지 모드를 쓰지 않더라도, 강변북로를 대략 20km 정도 달리면 배터리는 가득찬다. 퇴근할때는 기름 한방울 안쓸 수도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통해 GLC350e 4MATIC는 충분한 이득을 얻고 있다. 다만 그것을 쉽게 체감할 순 없다. 그만큼 모든 부분에 있어서 최적화가 잘됐다. 전기모터의 소음도 거의 느낄 수 없고, 에너지회생제동시스템이 탑재된 브레이크의 이질감도 거의 없다. 다만 순각적으로 전기모터가 개입할 때마다 목이 뒤로 젖혀진다. 증가하는 엔진회전수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9초다. 또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서도 전기모터의 도움이 느껴진다.

비록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보조금은 받지 못하지만, GLC350e 4MATIC의 가격은 꽤 합리적이다. GLC250d 4MATIC보다 저렴한 가격이고, 반자율주행과 같은 운전자 보조시스템,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 360도 어라운드 뷰, 파노라마 슬라이딩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편의 및 안전장비도 빠짐없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주는 이득까지 생각한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까지 10개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포함해, 총 50여개의 전동화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거의 전모델에 걸쳐 나오게 된다. 한국에도 GLC350e를 시작으로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등 내년까지 5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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