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JCW 미니(MINI) 클럽맨 ALL4의 서킷 질주, “반전 매력에 놀랄 밖에”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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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9 19:41
[시승기]JCW 미니(MINI) 클럽맨 ALL4의 서킷 질주, “반전 매력에 놀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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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길다란 미니가 나왔다고 해서 조금은 황당한 기분으로 시승한게 벌써 10년전. 당시는 닥스훈트 같은 차체가 요통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수준이었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쪽에만 자그마하게 달렸던 코치도어 대신 멀쩡한 문짝이 네개 달려선지, 아니면 눈이 익숙해져선지 비율이 꽤 좋아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달리는지는 더욱 궁금해진다. 미니는 억울하게도 외관이 예쁘기 때문에 오히려 달리기 성능이 저평가되는 차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곳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시승회를 열게 된 것이 아닐까. 

# 부족함 없는 ‘현실적 스포츠카’, JCW미니

이날은 JCW(John Cooper Works)의 창립자인 존쿠퍼의 손자인 찰리쿠퍼가 등장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흑백 사진부터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니의 홍보를 했던게 아니라 자신의 가문에 대한 홍보를 했다는 점이다. 미니의 튜너로서 존쿠퍼웍스(JCW)가 만들어진건 따지고 보면 20년도 채 안됐는데, 자동차 회사로서 존쿠퍼(John Cooper)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길다는 점을 설명했다. BMW와 존쿠퍼는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새 브랜드를 만들고 시너지를 발휘한 셈이다. 

반짝반짝한 실내에 앉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모든 버튼과 디자인이 개성이 물씬 풍기는데 꾹 눌러야 하는 시동 버튼은 물론 하다못해 라디오 스위치까지 예사로운 부위가 없다.  

부르릉. 하면서 시동소리를 내는데 소리가 허투르지 않고 든든하다. 가속력도 만만치 않지만 코너에서는 ‘이렇게 작은 차가 어떻게 이렇게 도냐’는 느낌으로 돌아나간다. 실은 과거 미니를 가리켜 '고카트 필링(Kart feel)'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 최근의 미니는 그보다 훨씬 부드러워져서 그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JCW 버전은 여전히 카트 느낌이 살아있었다. 미니 다운 주행이란 바로 이런것이겠구나 생각할만한 주행감각이다. 

ALL 4라는 글귀는 좀 황당하다. 이렇게 작은 차체에 대체 어떻게 4륜구동을 넣는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로 치면 아반떼급 자동차에 4륜구동이 있다는 얘기인데 신선한 충격이다. 인제스피디움 코너링 중간에 가속페달을 무리해 밟아도 차는 전혀 미끄러지지 않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차를 안정시킨다. 이 차는 전륜구동 기반인데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나.강병휘 레이서 말로는 "뒤쪽으로 토크를 충분히 보내기 때문에 원하면 드리프트를 할 수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기대가 호쾌함으로, 또 즐거움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절대로 운전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미니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미니라서 좀 작을거라는 생각은 반쯤 맞고 반쯤은 틀렸다. 휠베이스는 거의 아반떼만하고 트렁크가 그대로 해치백 형태여서 짐을 잔뜩 실을 수 있는 왜건 승용차 같이 느껴졌다. 이 쯤 되면 더 이상 '미니'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미니의 일반 모델들은 주행질감에 큰 개선이 있었다. 7월 생산분부터는 DCT 변속기가 달려 나오게 되고 승차감도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성능인 JCW 모델들에는 당분간 DCT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 미니다운 자동차는 미니 뿐이다

마주치는 순간 즐거움을 자아내게 하는 자동차. 비일상적이고 유머 감각을 갖고 있는, 또한 가장 아이코닉한 자동차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니와 비슷한 스타일의 외관이나 실내를 갖고 있는 차는 세계적으로 단 한대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미니의 비스포크 옵션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이 차를 주문하면 수만가지의 조합으로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더러 심지어 자신의 사인을 차안에 새겨넣을 수도 있다. 디자인 개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차량이라는 얘기다. 

미니란 자동차는 워낙 독특한 디자인에 노면 위를 콩콩 튀어오르는 주행감각이 결합된, 워낙 일탈적인 자동차였다. 그러나 최근의 미니는 유별난 특성을 피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추구하는 쪽으로 선회해 가는 느낌이 든다. 대다수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선택이지만 날카로움을 부드러움으로, 예리함을 둔함으로 전환해가는 움직임은 못내 아쉽다. 미니와 BMW가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미니에 JCW라인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그래서 반갑다. 미니 고유의 세계관을 고수하겠다는 의지 자체로도 미니팬들에게 훌륭한 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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