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요타가 급발진을 시인했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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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22 17:06
[기자수첩] 도요타가 급발진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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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일부 언론에선 '바그룹(BARR group)'의 문서를 단독 입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문서를 인용해 도요타 급발진이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한 것이고 도요타가 이같은 급발진 가능성을 시인했기 때문에 이번 벌금을 냈다는 식의 보도다. 다시 말해 '바그룹'이 급발진을 일으키는 결정적 소프트웨어 오류를 찾아냈으므로 도요타가 두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과연 그럴까. 기억을 좀 되살려보자. 도요타는 2009년 8월 미국서 발생한 렉서스 ES350의 급가속 사고와 2010년 있었던 캠리의 급발진 사고를 인정하고 미국내 차량 생산을 즉각 중단한 후 리콜조치를 취했다. 그 첫번째 조치는 당시 매트 디자인이 잘못돼 가속 페달을 짓누르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매트를 교체한 것이고, 두번째는 캐나다 부품업체 CTS에서 적절치 않은 가속페달 부품을 공급해 페달이 재빠르게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페달을 교체했다. 세번째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때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충분한 힘을 낼 수 없어 브레이크를 밟으면 가속페달을 중단시키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를 장착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디에도 소프트웨어의 결함이 있어 이를 해결했던 적은 없다. 

이번에는 최소한의 상식을 동원해보자. 미국 법무부가 '소프트웨어 오류'라는 급발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면 합의금을 받고 기소를 중단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도요타는 법무부와 금액을 놓고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지 급발진 여부나 원인을 놓고 다투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럼 여기서 갑자기 등장한 '바그룹'은 뭘까. 이 업체는 바이클바(Michael Barr)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설립한 회사로 주로 각종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embeded software) 업체다. 마이클바는 앞서 DirectTV 등 여러 가전, 의료 장비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글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배포했고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적었던 전례가 있다.

마이클바는 2013년 법원에서 도요타 관련 증언을 했다고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미국의 전자분야 웹진인 EDN도 2013년 10월 '도요타의 죽이는 펌웨어:잘못된 디자인과 그 결과(Toyota's killer firmware: Bad design and its consequences)'라는 글을 통해 마이클바의 주장을 그대로 게재했다.

그러나 도요타에 관련된 일련의 소송은 한명의 증인이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크고 작은 소송이 수십건, 변호인만 100여명, 증인은 수천명이다. 그 중 급발진의 원인이라 주장된 것들이 어디 한둘일까. 

도요타가 미국 정부에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의 합의금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알수 없는 도요타의 심중이나 법원의 판단을 멋대로 해석해 덧붙이는건 곤란하다. 지금은 미국법무부의 4년 넘는 조사에 대한, 도요타가 이미 인정한 지난 잘못에 대한 합의를 한 시점일 뿐이지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정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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