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지겨운 일상 탈출”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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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0 17:25
[시승기]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지겨운 일상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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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집으로 들어가기 싫은 날이 있다. 날씨가 좋거나, 노을이 예쁘거나, 퇴근을 했는데도 정신이 멀쩡할 때. 그런데 막상 갈 곳이 없다. 해질녘 자유로는 신나게 달리지 못할 정도로 통행량이 많고, 막상 멀리 가기도 귀찮다. 결국 가까운 한강고수부지에 차를 세우고, 의자를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는게 전부다. 그것도 시트가 불편하고, 시야도 답답해서 오래 있지 못한다.

스타렉스 캠핑카의 진면목은 작은 휴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차를 세울 공간만 있으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쉴 수 있다. 캠핑카지만 겉모습이 요란하지 않기 때문에 출근 혹은 퇴근을 하는 와중에도 일탈이 가능하다. 차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운전석에서 신발만 벗고, 활짝 펼쳐진 뒷좌석 위로 몸을 던지면 된다.

플로어 배드는 길이가 2m는 족히 된다. 일반적인 시트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침대의 푹신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래도 잠깐 누어있기엔 부족할게 없다. 자주 ‘차박’을 할 생각이라면 에어 매트리스를 구비하는 것도 좋다. 천장 곳곳에는 별도의 LED 조명이 더해져서 커튼을 모두 쳐도 환한 상태가 유지된다. 용무를 보거나, 잠을 자는 환경을 모두 만들 수 있다. 튼튼한 테이블은 책상이 되기도 하고, 식탁이 되기도 한다.

냉장고의 온도를 잘 맞춰놓으면, 탄산음료는 시원한 슬러시가 된다. 무시동에어컨도 좋지만, 큰 문짝을 열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는 것도 괜찮다. 물론 방충망이 있으니 벌레가 쉽사리 들어오진 못한다. 220V를 활용해서 뜨거운 물을 얻을 수도 있다. 별도의 전기레인지도 있지만 전력을 워낙 많이 필요로 해서, 전기레인지는 외부전원을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또 차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스타렉스 캠핑카는 좋은 안식처가 된다. 스타렉스 캠핑카가 지닌 능력의 반만 써도 지루한 하루가 흥미진진하게 바뀐다. 본격적으로 캠핑을 떠나면 캠핑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

캠핑은 어찌보면 고단한 활동이다.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낀다는 장점이 크지만, 모든 것으로 손수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익숙해지면 크게 어렵고 힘들 것도 없지만, 고수가 되기까지 오랜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 장비만 트렁크 가득 사놓고 캠핑 한번 제대로 안가는 혹은 못가는 사람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그만큼 힘들고 귀찮다.

그래서 캠핑카가 탄생했다. 별다른 장비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어닝과 어닝을 둘러치는 텐트까지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릴과 야외 테이블 정도만 구비하면 모든 것이 스타렉스 캠핑카로 해결된다. 따로 준비할게 적으니 세팅과 철수가 몹시 빠르다. 옆에서 텐트핀을 다 뽑기도 전에 집으로 출발할 수 있다.

집으로 가는 과정도 손쉽다. 캠핑카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터 캠핑카에 비해 스타렉스 캠핑카가 힘도 세고 운전도 편하다. 여러 장비가 추가된 스타렉스 캠핑카는 일반적인 그랜드 스타렉스보다 훨씬 무겁지만, 디젤 엔진의 강력한 토크로 막힘없이 최고속도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상용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오랜 기간 숙성시킨 2.5리터 디젤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무탈하다. 최고출력은 175마력, 최대토크는 46kg.m다.

캠핑카는 차 안에 싱크대, 수납함, 가구 등이 달린거다. 그러다보니 이것들이 소리를 낸다. 플라스틱과 목재는 유연성이 크지 않다. 그래서 방지턱을 지날 때나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땐, 삐걱거리기도 한다.  새로운 살림살이의 무게로 효율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스타렉스 캠핑카는 연료를 가득 채우면 한번 대략 500km는 넘게 갈 수 있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승용차가 아니다. 목적이 명확한 차다.

그랜드 스타렉스 9인승 익스클루시브의 세련된 실내 디자인은 적용되지 않았다. 스타렉스 캠핑카는 오랫동안 봤던 스타렉스의 디자인이다. 그래도 ‘그랜드’라서 편의장비는 꽤 잘 갖춘 편이다. 운전석은 통풍시트도 있고, USB 단자, 12V 아울렛, 7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버튼 하나로 조작되는 팝업 루프는 할머니댁의 다락방을 떠오르게 한다. 성인 두명이 발 뻗고 누울 만하다. 양옆과 앞이 뚫려있어서 답답함도 적다. 낮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고, 밤엔 시원한 바람이 스며든다. 자동차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의 기본 가격은 5100만원이다. 전자동 팝업 루프 시스템은 140만원, F45S 어닝 및 텐트, 슬라이딩식 모기장, 수납함, 캠핑 의자 2개, 실내 커튼, 리어 텐트, 사이드 언더커버 등이 포함된 ‘캠핑 패키지’는 440만원이다. AMG 보조배터리, 충전기, 무시동히터, CTEK 스마트패스, 쏠라 패널, 배터리 인디케이터 등이 포함된 ‘캠핑충전 패키지’는 3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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