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디젤…"연비까지 만족"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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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21 16:36
[단박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디젤…"연비까지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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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말리부 디젤

사실 한국GM의 행보를 보면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바랐지만, 기대와 달리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업계 최초로 초소형 SUV 모델인 트랙스를 출시하면서도 디젤 모델을 내놓지 않아 아쉬움도 느껴졌다. 

그러던 한국GM이 말리부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물론 쏘나타도 디젤 모델이 나오던 때가 있었지만 현재 국산 중형 세단 중엔 말리부만 유일하게 디젤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실내

시승 코스는 강원도 홍천에서 한계령을 지나 경포대에 이르는 약 132km 구간이었다. 실내외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탓에 새롭게 탑재된 디젤 엔진 연비와 성능, 소음·진동 정도에 초점을 맞추고 주행했다.  

처음 말리부 디젤의 제원 연비를 봤을 때는 실망스러웠다. 말리부 디젤의 복합 연비는 13.3km/l로, 경쟁모델로 꼽은 폭스바겐 파사트 디젤(14.6km/l)보다 10%가량 떨어졌으며, 가솔린 모델인 르노삼성 SM5(12.6km/l)와 비교해 불과 5.5% 우수한 수준이어서다.

▲ 국내 판매되는 주요 중형 세단의 연비

그러나 주행을 하면 할 수록 인상적인 연비가 나왔다. 첫 번째 코스인 한계령휴게소까지 약 61.7km를 주행했는데, 트립컴퓨터에 리터당 12.8km를 달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록 복합연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꼬불꼬불 오르막 코너가 계속된 산길을 무리하게 달린 것을 감안하면 꽤 우수한 수치였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연비. 14.7km/l에서 16.4km/l까지 올랐다

고속주행을 하자 연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쭉쭉 올라갔다. 한계령을 빠져나와 경포대까지 70.5km를 달렸는데, 평균 연비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12.8km/l에서 14.7km/l로 올랐고, 조금 더 달리자 16.4km/l까지 나왔다. 연비에 신경쓰지 않고 rpm을 최대한 사용하며 달렸음에도 표시연비를 훌쩍 뛰어넘었다. 리터당 20km를 넘겼다고 자랑하는 기자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국내에서 말리부 디젤의 표시연비가 예상보다 너무 낮게 나와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그러나 실제 주행을 하면 이보다 훨씬 우수한 연비가 나오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실내

소음과 진동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예상보다 소음·진동이 심했다는 기자도 있었고, 생각보다 소음·진동을 잘 잡았다는 기자도 있었다. 저속과 고속에서의 소음·진동 의견도 조금씩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좋다, 나쁘다'보다 '무난하다'에 가까웠다. '시끄럽고 신경쓰여서 운전하기 힘들 정도'라거나 '너무 조용해 가솔린 차를 타는 것 같다'라는 식의 표현은 옳지 않겠다. 그저 2.0리터급 4기통 디젤 엔진의 소음·진동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실내

그러나 개선의 여지는 있어 보였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진동이 정제되지 않아 좀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고, 노면의 소음도 꽤 유입돼 흡음·방음재 통해 한결 가다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 풍절음은 양호한 수준이다. 

말리부 디젤에는 독일 오펠에서 생산한 2.0리터급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의 2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35.8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제원상 성능은 동급 디젤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GM 측은 급가속 및 추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가속력을 더하는 오버부스트 기능(38.8kgm)이 추가돼 더 나은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엔진룸

초반 가속력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1750rpm부터 최대토크(35.8kg·m)가 발휘 돼 치고 나가는 힘이 매끄러웠다. 조금 더 속도를 내봤다. 차체 반응은 한 두 박자씩 느렸지만 힘들지 않게 원하는 속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계령 오르막길을 달릴 때도 배기량에 비해 우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어지간한 도로에서는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변속기의 수동변속 기능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수동 모드에서 변속을 할 때 기어봉을 앞뒤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기어봉 위에 붙은 플러스(+), 마이너스(-)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위치여서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잡는 위치와 조작감도 아쉽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기어노브

디젤 엔진이 탑재돼 앞부분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가솔린 모델보다 노즈다이브가 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차체가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았다. 한계령의 내리막 와인딩 코스에서도 뒤가 흔들린다거나 차체가 기우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도 제 역할을 잘 해줬다. 가솔린 모델의 탄탄한 차체는 디젤 모델에서도 여전해 매우 만족스러웠다. 

▲ 쉐보레 말리부 디젤

한국GM은 고연비 고성능 디젤 모델에 대한 늘어나는 시장수요에 부응하고자 국내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형차 시장에 말리부 디젤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과연 말리부 디젤이 새롭게 출시되는 현대차 LF쏘나타에 맞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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