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e-트론 특집③] 태양까지 예측하는 홈 스마트 충전…'자동차 제조사'에서 '시스템 제공자'로
  • 독일 베를린=강병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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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2 13:32
[아우디 e-트론 특집③] 태양까지 예측하는 홈 스마트 충전…'자동차 제조사'에서 '시스템 제공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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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활동했던 모터스포츠 분야는 모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를 재패했던 LMP 머신에도 디젤 하이브리드를 탑재했었고, 완전 전기차 레이스인 포뮬러 E에서도 이미 챔피언을 배출하며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쌓아왔죠.

이미 전동 파워트레인 성능에 대한 집착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우디는 그들의 첫 번째 양산 전기차 e-트론을 준비하면서 기존 브랜드와 약간 다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와 함께 에너지의 통합적 관리 시스템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빠른 150kW급 공용 고속 충전의 시대를 연다는 것도 흥미로운 뉴스입니다만, 대부분의 전기차 사용자가 가정 충전의 의존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용 충전에 대한 고민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파워트레인의 과도기에는 아무래도 독립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용자의 수요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야간에 이웃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주차 공간과 전력 공급이 가능한 곳이 가정 완속 충전을 진행할 때 가장 편리하니까요. 추측컨데, 말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쓰다가 내연 기관 자동차로 넘어왔던 과도기에도 특정 조건의 사용자들이 먼저 자동차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19세기 말 내연 기관 자동차 도입 초기에는 주유소라는 핵심 거점이 없었고 휘발유나 알콜을 판매하는 약국이 연료 보급 거점 역할을 했으니 약국 인근 거주자가 가장 많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이번 행사에서는 새로운 가정 충전 패러다임이 소개되었습니다. e-트론 구매자에게 아우디 딜러 네트워크에서 전기 취급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파견해 거주 주택의 전기 공급 상황 및 최적 충전 방안을 찾아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일 및 유럽 가정 기준으로 기본 11kW 충전기가 제공되고 옵션으로 22kW의 충전 시설을 갖출 수 있는데 집안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결합해 스마트 충전 기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가령, 하루 시간 중 가정용 전기 제품의 사용 패턴을 파악해 어느 시간대에 충전을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 태양광 발전 장비를 설치했다면 최대한 무공해 에너지를 활용해 차량 충전을 하도록 관리합니다. 심지어 태양의 높이를 예측해 발전량을 산출하고 차량과 가정의 전기제품으로 배분되는 전력을 최적화 하기도 합니다. 평균적인 유럽의 주택은 보통 25kW가 넘어서면 두꺼비집이라 불리는 메인 퓨즈가 작동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유럽의 오래된 집에서 묵는 경우 냉장고와 전열 기구 세 대 정도를 동시에 가동하면 퓨즈가 차단되었던 경험도 떠오릅니다.

따라서 전기 소모가 높은 5kW짜리 오븐과 22kW의 e-트론 충전이 병행되면 가정의 전원이 통채로 끊어질 수 있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HEMS가 전력이 큰 전기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차량 충전에 사용하는 전력을 줄여주는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고작 오븐 따위의 전기 제품보다 우선 순위가 밀린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합니다만 가정의 전체 에너지 통합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전기차의 충전은 느리게라도 할 수 있지만, 30도 온도로는 오븐 요리가 영영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지만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 하나로 간편하게 충전 예약만 하면 끝입니다. 인프라 '시스템 제공자'로 새롭게 변신하겠다는 아우디의 목소리가 제법 진솔하게 느껴졌던 이유도 이런 세심함에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양산형 e-트론에 대한 궁금증은 다 풀리지 않았습니다. 실물로 마주한 e-트론은 전고가 낮아 스포티해 보였고 휠아치가 위쪽으로 넓게 파고 들어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의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전면 투영 면적도 최소화한 실루엣의 SUV 형태여서 특히 주행 성능이 어느 수준일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인테리어도 아직 미공개 상태입니다. 최근 아우디 인테리어 기조를 물려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첫 번째 전기차이니만큼 새로운 파격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자율주행 레벨3의 양산 모델을 발표한 상황이니 자율주행 기술이 대거 접목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고속 충전 시설의 확충 부분도 제조사와 관계 당국이 호흡을 잘 맞춰야 가능할 겁니다.

유럽 시장에선 아우디, 포르쉐를 거느린 폭스바겐 그룹과 BMW 그룹, 다임러 그룹, 포드가 고속 충전 네트워크 마련을 위한 합작사를 구축했고 이미 네트워크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만, 국내 시장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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