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는 소형차 공유의 꿈을 꾸는가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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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10 22:00
[기자수첩] 현대차는 소형차 공유의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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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조 108, 시트로엥 C1, 르노 트윙고, 도요타 아이고(좌측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제네바모터쇼에는 깜찍한 경차들이 눈에 띄었다. 나름의 개성을 내뿜고 있었지만 가만 보면 모두 조금씩 비슷했다. 

푸조 시트로엥은 세계적인 소형차의 강자다.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들은 초소형차를 함께 개발하고 같은 공장에서 생산한다. 회사별로 뱃지만 바꿔 붙이는 수준이다. 지난 세대부터 이어온 이들의 제휴는 푸조 108, 시트로엥 C1, 도요타 아이고(Aygo)의 이번 세대에 이어서도 이어졌다. 

▲ 푸조 108

다임러AG(메르세데스-벤츠)도 스마트(SMART)라는 초소형차브랜드를 갖고 있는데다 르노 또한 트윙고(TWINGO)라는 초소형차를 인기리에 잘 팔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깊은 관계를 맺었다. 다임러AG는 수년전 스마트의 4인승 모델인 포포(Forfour)의 수익성이 너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 단종 시켰지만, 올해부터는 르노 신형 트윙고를 기반으로 포포를 되살리기로 했다. 

업체간 제휴하는 이유는 초소형차에서 수익을 내는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저가 초소형차는 '경차'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불편이 용인됐지만, 오늘날 '경차'는 더 이상 깡통일 수 없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랐고 규제의 벽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스몰오버랩 테스트까지 거치는 최신 충돌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고 친환경 제약에 따라 비상식적으로 작은 배기량이면서도 환경오염물질을 내뿜지 않도록 설계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경차라고는 해도 개발, 생산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 시트로엥 C1 스위스&미 콘셉트

현대차그룹도 경차에서는 힘을 못쓴다. 기아 레이와 모닝 등 경차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스스로 생산하기를 포기하고 전량 외주 업체인 동희오토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물론 동유럽과 동남아에서도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진 적은 차를 위해 해외 생산공장을 짓는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 도요타 아이고

기아 모닝과 레이를 보면 품질면에서 점차 향상되고는 있지만 경쟁모델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이제는 따라 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모델은 반짝이는 디자인과 더 나은 성능을 무기로 이들을 공략하겠다고 나섰다. 비록 국내시장의 '경차'는 외국에서 엄두를 내지 않는 특수한 사이즈를 이용해 갈라파고스처럼 담벼락을 치고 있지만 정작 해외시장에서는 이런 온실이 오히려 독이 된다. 크기도 더 작고, 엔진 성능도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걸 혼자 다 하겠다는 생각만으로 험난한 소형차 업계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성큼 다가온 소형차 시대에 걸맞도록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종횡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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