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의 자존심, 렉스턴W…솔직함으로 승부한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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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26 00:16
[시승기] 쌍용차의 자존심, 렉스턴W…솔직함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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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W는 체어맨과 함께 쌍용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당하는 핵심 차종이다. 특히 SUV의 명가로 칭송받던 쌍용차이기에 렉스턴W에 실리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렉스턴W는 렉스턴 3세대로 분류된다. 1세대는 ‘대한민국 1%’라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1년 8월 출시 이후 4년 6개월 동안 21만9000여대가 판매됐다. 한달에 4천여대나 나간 셈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입 브랜드가 적었고 그들은 세단 시장에 집중했다. 또, 다른 국산 브랜드는 SUV 라인업을 한창 확대하려는 시기였으니 쌍용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꽤 높았다. 

 

그래서 1세대 렉스턴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과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의 힘을 빌어 국내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2세대 출시 후부터 급격하게 판매가 줄었고 다른 브랜드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쌍용차는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3세대 모델인 렉스턴W를 2012년에 출시했다. ‘SUV 명가’ 재건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델이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 진출까지 고려해 제작됐다.

 

강원도 평창의 눈 쌓인 산길과 오프로드, 와인딩로드 등에서 쌍용차 렉스턴W를 시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최고급 모델인 노블레스 트림이며 총 주행거리가 20km를 갓 넘은 따끈따끈한 신차다. 판매가격은 3825만원이다.

◆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쌍용차는 대대로 세대가 바뀌어도 디자인 변화 폭이 적다. 렉스턴W도 마찬가지다. 기본 실루엣은 유지한 채 세부적인 디자인만 개선됐다. 변화 폭이 적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차로 보이게 하는 것은 쌍용차가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기술 중 하나다.

 

1세대 렉스턴의 디자인 특징을 상당 부분 재적용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연결해 차체가 넓어보이는 효과를 연출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 넓어졌고,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주행등을 추가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끔 했다. 차체 하단의 플라스틱 가드를 더 부각시켰다면 이 차의 성격을 더 잘 표현해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옆모습의 큰 변화는 없다. 10년 넘게 유지해온 디자인이다. 쌍용차는 굳이 디자인을 바꿀 필요를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단 렉스턴W에는 차체 옆면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가드가 사라졌다. 뒷모습도 큰 변화는 없지만 LED 면발광 램프를 채용했다. 의외로 램프 구성은 섬세하다. 거대한 루프 스포일러도 시선을 끄는 요소다.

 

렉스턴W에서는 투박함이나 촌스러움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서는 확실히 세련돼졌다. 몇가지 악센트가 차의 이미지를 확 바꿨다. 또 주목할 부분은 무작정 오프로드의 강점을 강조하던 이전 세대 모델과 달리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성격이 강조됐다.

◆ 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할 수 없다

렉스턴W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실내 디자인이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세월이 흘렀지만 렉스턴 초창기의 레이아웃이 사용됐고 세부적인 변화도 미미하다. 외관 디자인은 범퍼나 헤드램프를 조금 손 봐도 인상이 확 달라지지만 실내 디자인은 완전히 갈아 엎지 않는 이상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분명 노력한 부분도 있다. 고급감을 살리기 위해 버튼이나 패널은 크롬 소재를 사용해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 이전 세대만 해도 플라스틱 사출성형이 엉성해 간혹 접합부위가 날카롭기도 했는데 렉스턴W는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앞좌석은 시트포지션이 높아서 탁월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경쟁 모델에 비해서도 한뼘은 더 높다. 유독 지상고가 높기 때문에 차체 옆면에는 사이드스텝이 마련됐다. 그렇지만 차에 탈때면 발판을 밟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꽤 애매하다. 뒷좌석 공간도 부족한 점은 없다. 뒷좌석에도 열선 시트가 적용됐지만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만큼 뒷좌석 개별 공조 시스템이 마련되면 더 좋겠다.

 

렉스턴W는 7인승이고 3열 시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2열 시트 레버를 조작하면 된다. 3열은 의외로 공간이 넓지만 이 공간을 사용하게 되면 짐을 싣기 힘들어 활용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렁크 공간이 3열 시트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보기도 한다. 결국 3열 시트는 그 활용성 차체가 높아 보이지 않아 없느니만 못하다.

 

◆ 부드러움과 정숙성은 렉스턴W의 큰 무기

렉스턴W에는 쌍용차의 주력 엔진인 e-XDi200 LET 엔진이 장착됐다. 2.0리터 직렬 4기통이며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쌍용차의 모든 RV에 적용된다. 단 코란도C의 경우 엔진 배치가 다르고 기본적인 구동방식이 달라 더 높은 출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그래도 렉스턴W의 출력이 낮은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도 일단 부족함은 없다. 경쾌한 초반 가속 능력은 낮은 출력에 대한 걱정을 깔끔하게 날려버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딱 국내 고속도로 규정 속도까지만 경쾌함이 유지된다. 그 경계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답답함이 느껴지고 경계를 넘어서면 가속 능력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더 빨리 달리면 좋겠지만 일단 일상적인 주행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라고 쌍용차는 설명한다. 어차피 많은 소비자들이 렉스턴W에게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기대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낮은 속도에서도 변속기는 물 흐르듯 단수를 높인다. 빠르고 부드럽다. 5단에 불과하지만 역시 벤츠는 벤츠고, 이를 쌍용차가 우리 실정에 맞게 잘 매만졌다.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더불어 진동과 소음도 경쟁모델에 비해서 잘 차단됐다.

렉스턴W에는 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됐다. 평소엔 후륜구동으로 움직이고 운전자가 스스로 구동방식을 바꿔야 한다. 4H와 4L 모드로 나뉘며 여기에 별도로 윈터 모드와 스포트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4H 모드는 시속 100km 이하에서 동작하며 4L 모드는 시속 60km 이하에서 적용된다. 디퍼런셜락 설정이 없기 때문에 극한의 오프로드는 주행이 어렵겠지만 웬만한 험로는 무리없이 달릴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기본적으로 약간의 유격이 있다. 고속으로 와인딩로드를 달릴 때는 쉴새없이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단 코너에서 서스펜션은 의외로 차체를 잘 지탱한다. 세단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지상고를 감안하면 우수한 편이다.

 

렉스턴W는 솔직한 차다. 단점도, 장점도 쉽게 드러난다. 이런 차는 주로 마니아들이 열광한다. 실제로 프레임 차체를 얘기하면서 렉스턴W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소수의 마니아들을 챙기는 것도 브랜드가 해야할 일이지만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렉스턴W의 자존심이 꺾이지 않기 위해선 쉽게 노출되는 단점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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