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핀란드 고수가 알려준 '겨울철 안전 운전법'
  • 핀란드=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2.25 09:28
'겨울왕국' 핀란드 고수가 알려준 '겨울철 안전 운전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핀란드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최소한 어지간한 슬라이드를 마스터 해야한다. 핀란드는 '김여사'조차 마트에 갈때 드리프트를 하면서 가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일년의 절반 정도가 겨울인 말 그대로 ‘겨울왕국’이다. 한 겨울엔 낮 시간이 4시간에 불과하고, 평균 기온은 영하 20~25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켜켜이 쌓이는 나라다. 

온 나라가 눈으로 덮여있으니, 운전하는게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직접 핀란드 산길을 주행해보니 한국의 눈 덮인 산길과는 또 딴판이다. 어지간히 운전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차가 워낙 미끄러져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핀란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운전면허 취득과정도 복잡하고 어렵다. 도로엔 평소에도 눈이 수십센티미터씩 쌓여있어 사고가 나기 쉽고, 안전을 중시하는 핀란드인들은 이 정도 눈길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면허를 주지 않는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는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 코스를 비롯해 시뮬레이션까지 총 9단계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마치 소림사 하산하듯 힘겹게 받는건 임시면허. 이걸 받고서도 무사고, 무법규위반으로 2년이 지나야만 본 면허를 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까다로운 면허 제도 때문일까 핀란드 사람들은 세계에서 운전을 가장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이 작은 나라에서 랠리드라이버에 F1 드라이버까지 수두룩하게 배출하고 있다. 

▲ 재규어 XF 사륜구동

핀란드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스노우·아이스 드라이빙팀 인스트럭터인 토미 까르닌아호(Tomi Karrinaho)를 만나 겨울철 눈길 주행 노하우에 대해 물어봤다.

Q. 핀란드 사람들은 할머니도 드리프트를 할 정도로 운전을 잘 한다는데?

A. 사실이다. 내일 보게 될 것이다(실제로 아이스 드라이빙 인스트럭터에 50대 할머니가 있었다). 혹독한 주행환경 덕분에 어쩔 수 없이 핀란드인들의 운전 실력이 좋아졌나 보다. 핀란드 할머니들이 드리프트를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핀란드 출신의 유명 드라이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 재규어랜드로버 스노우·아이스 드라이빙팀 인스트럭터인 토미 까르닌아호

Q. 겨울철 운전법 노하우가 있다면?

A. 레이싱 트랙에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코너 진입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아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천천히 돌려야 한다. 핸들을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자기 차의 브레이크 성능을 확인해 차가 멈출 수 있는 예상 거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Q. 차가 눈에 빠져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그런 상황에서는 차체자세제어장치인 ESC를 끄는 것이 구동력 확보에 유리하다. 이 때도 역시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초반 구동력이 강한 차라면 더 조심스럽게 밟아야 한다.

▲ 재규어랜드로버 스노우·아이스 드라이빙팀 인스트럭터인 토미 까르닌아호가 재규어 XF를 주행하고 있다

Q.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질 때는?

A. 차가 미끄러지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반대쪽으로 돌리는 카운터 스티어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당황해서 너무 급하게 돌리면 차의 중심이 무너지게 된다. 시선은 가는 방향에 고정하고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면서 급 브레이크 대신 구동력을 잃지 않도록 가속페달을 꾸준히 밟아줘야 한다. 특히, 그늘진 코너에는 블랙 아이스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Q. 재규어 사륜구동의 특징은 무엇인가?

A. 후륜 기반으로, 평소에는 전륜과 후륜에 10:90으로 구동력을 배분하지만, 도로 상황에 따라 50:50까지 구동력을 나눈다. 전륜에 100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규어 사륜구동은 피드 포워드(Feed-forward) 시스템을 통해 노면 상태와 속도, 스티어링을 모니터링하면서 즉각적으로 토크를 프론트 배분한다.

▲ 핀란드의 겨울은 오후 4시가 넘으면 밤이다

Q. 사륜구동보다 겨울용 타이어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A. 겨울용 타이어가 사륜구동 차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접지력은 겨울용 타이어가 더 좋지만, 안정성은 사륜구동을 따라 올 수 없다. 예를 들어 접지력을 잃었을 때 차체 균형을 회복 시키는 능력은 사륜구동을 사용하는게 월등히 유리하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사륜구동차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다.

Q. 사륜구동과 이륜구동의 차이가 무엇인가? 

A. 큰 차이가 있다. 전문 드라이버의 경우는 바로 느껴질 것이다. 보통 전륜·후륜 자동차는 운전자가 스로틀을 조정해 원하는 만큼 미끄러뜨리거나 하는 퍼포먼스를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사륜구동은 여러가지 전자 장비가 운전에 개입해 무엇인가 억제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런 겨울철 도로에서는 사륜구동이 훨씬 더 좋다. 안전이 최고다.

▲ 산길 주행 중 재규어 XJ의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50대 할머니 드라이버가 순식간에 스페어타이어로 갈아 끼웠다

Q. 차에 적용된 스노우모드는 어떤 효과가 있나

A. 가속페달을 밟았을때 반응이 더 부드러워진다. 초반의 힘이 다소 줄어 접지력이 좋아진다. 꼭 눈길이 아니라 젖은 도로에서도 유용한 기능이다.

▲ 핀란드 산길을 달리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