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500마력의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다루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핀란드에 오기 전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로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건만, 막상 얼음위를 달려보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좀체 실력을 발휘 할 수 없었다.    

지난 12일, 재규어랜드로버가 진행한 '재규어랜드로버 스노우·아이스 드라이빙'에 참가해 재규어의 후륜구동 고성능 모델인 XKR-S와 F-타입을 타고 얼음호수 위에서 드리프트를 배웠다. 후륜구동으로 얼음 호수를 달린다니 쉽게 상상이 안됐지만 재규어 관계자들은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여유로움과 모험정신이 역시 재규어 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 재규어 XKR-S

얼음 위에서 드리프트를 하려면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를 끄고 차 뒤를 미끄러트린 후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조절하면 된다. 글로 적으니 역시 쉽다. 그러나 결코 글로 배울수 없는게 드리프트다. 

더구나 XKR-S는 워낙 강력한 후륜구동 스포츠카다보니 처음엔 가속페달에 감히 발도 올릴 수 없었다. 조금만 밟아도 내가 운전하는 것과 관계 없이 마치 차가 제멋대로 움직여 버렸기 때문이다. 강력한 최신 스포츠카 F-타입도 훨씬 가볍게 움직이긴 했지만 만만치 않은건 마찬가지. 

앞서 레인지로버 이보크로 드리프트의 감각을 조금이나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이 차들은 차원이 달랐다. 순식간에 뒤가 돌아 차를 제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걸로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 후 인스트럭터 설명에 맞춰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을 조작하자 차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얼음 위를 신나게 지쳤다. 

▲ 재규어 F-타입

인스트럭터는 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을 반대로 천천히 돌리면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조심조심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심을 잃은 경우도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가려는 방향에 고정하고 알맞게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천히 몇 바퀴를 돌며 차의 감각을 익히고 몇 번의 드리프트를 성공 한 후에는 자신이 붙었다. 마침내 얼음호수 위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미끄러지는데,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마치 야생마를 길들인 듯 한 성취감도 느껴졌다.

▲ 재규어 XKR-S

나중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갖고 놀았다. 가속페달을 더 밟아 코너 안쪽으로 파고든다거나 옆으로 미끄러뜨리는 것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원하면 얼마든 제자리에서 돌고, 다시 빠져나가는게 가능해 무척 재미있었고, 운전자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 더욱 신났다. 

사실 사륜구동의 주행은 안정감있고 잘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드리프트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후륜구동 주행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엔 드리프트가 막연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만약 위급상황이 생기면 오히려 차의 미끄러짐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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