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너] 아바르트, 피아트를 짜릿하게 만드는 브랜드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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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5 02:02
[튜너] 아바르트, 피아트를 짜릿하게 만드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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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도도한 이탈리아 아가씨에게 눈길이 팔린 미국인 남자가 뺨을 맞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가씨가 아니라 피아트 500 아바르트였다. 단 한번 상영한 이 미국 슈퍼볼 광고로 미국인들에게 루마니아 출신 슈퍼모델 카트리넬 멘지아(Catrinel Menghia)는 스타덤에 올랐고 아바르트의 이미지 또한 각인됐다.

▲ 500 아바르트 슈퍼볼 광고의 한장면

아바르트는 이후 찰리쉰의 가택구금(house arrest) 광고를 통해 가택 구금 중에도 '500 아바르트'로 드리프트를 즐기며 여자들을 유혹한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찰리쉰이 실제로 여성편력으로 가택 구금을 당했던 점을 이용했다) 카트리넬 멘지아의 섹스어필 광고가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은 마침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 '대체 아바르트가 뭔가'

 

독일이 자동차를 성실하게 만든다면 이탈리아는 자동차를 짜릿하게 만드는 나라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 나라 국민성을 닮았다. 이탈리아 튜린 지역에서 1949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온 아바르트야 말로 가장 짜릿한 이탈리아 튜닝 브랜드 중 하나다.

아바르트는 본래 레이싱카를 만드는 제조사로, 카를로 아바르트가 만든 기업이다. 방패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전갈 로고가 회사의 성격을 대변한다. 전갈은 비록 작지만 물면 상대를 죽이는 맹독을 지닌 존재기 때문이다.

▲ 1961년식 아바르트 비포스토

아바르트는 1952년 피아트의 기계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베르토네 디자인의 아바르트 1500 비포스토(Abarth 1500 Biposto)를 만들면서부터 피아트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비포스토는 이탈리아 튜린 모터쇼에 등장해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이후 개인 소장으로 넘어간 후 50여년간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다가 2003년 경매를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실력을 인정받은 아바르트는 60년대에 성공적으로 힐크라이밍 경기와, 스포츠카 레이싱에 참여했다. 주로 850cc~2000cc 클래스에서 포르쉐 904나 페라리 디노와 경쟁했다.

한스 헤르만은 팩토리 드라이버로 1962년에서 1965년까지 일했는데, 태디 필레트를 타고 '500km 뉘르부르크링' 경주에서 우승해보이기도 했다.

이후 아바르트에 마땅한 레이서가 없는 것을 안 요한압트라는 젊은 독일인이 찾아와 자신이 레이스 경기에 아바르트를 타고 나가겠다고 제안한다. 사장 카를로 아바르트는 청년의 우수한 운전 실력에 감탄해 차를 내주면서도 “우승을 해야만 다음번에도 차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청년은 첫 레이스에서 무난히 우승을 했다. 심지어 30차례 출전한 중 29번을 우승하고 단 한번 준우승을 했을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예상했겠지만 이 요한압트는 나중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튜닝하는 압트(ABT Sportsline)라는 브랜드를 설립하게 되는 바로 그 인물이다. 피아트, 아바르트, 압트가 모두 연관을 맺고 있는 셈이다. 

▲ 경차급인 푼토 아바르트 랠리카

- 아바르트는 무엇을 만드나

아바르트는 주로 피아트의 고성능 배기파이프와 도로용 튜닝키트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50년대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브랜드 람브레따 모델D의 머플러도 만들었다. 이 람브레타 모델D는 당시 125cc 모터사이클 분야에서 최고속 기록을 깨뜨리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머플러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지면서 당시 제작된 아바르트 머플러는 최근 수집가들 사이에서 초고가에 거래되는 수집품이 됐다. 아바르트는 포르쉐 등 업체들이 레이스카를 만드는데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공룡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는 1971년 아바르트를 인수했으며 이후 아바르트는 피아트의 레이싱 분야를 맡게 된다. 당시 아바르트를 운영한 것은 엔진 디자이너 오렐리오 램프레디(Aurelio Lampredi) 였는데 그의 해박한 지식은 아바르트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대부분 모델은 피아트로부터 만들어 졌지만 일부는 란치아(Lancia)나 아우토비안키(Autobianchi) 브랜드로도 만들어졌다. 저렴하고 가벼운 차체로 인해’작은 레이서(boy racer)’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아우토비앙키 A112 아바르트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 그룹B에 출전한 란치아 델타. 아바르트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아바르트는 피아트의 랠리카도 만들었는데, 피아트 124 아바르트나 131 아바르트 등이 있었다. 죽음의 레이스로 악명 높던 WRC 그룹B에 출전한 란치아 델타 또한 란치아의 엔지니어가 엔진과 슈퍼차저, 터보를 손봤다. 

1980년대 아바르트의 이름은 퍼포먼스카용으로 사용됐으며 피아트 리트모 아바르트 130 TC가 그 좋은 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피아트는 아바르트의 브랜드를 피아트 차종의 하나의 트림 정도로 활용하는 정도로 위상이 추락하기도 했는데, 2007년 독립차종 ‘피아트 푼토 아바르트’를 내놓으면서 다시 아바르트의 브랜드가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현재는 피아트 푼토 아바르트, 500 아바르트, 500C 아바르트 등 3가지 모델을 내놓고 판매중이다.

▲ 소형차급인 500 아바르트 랠리카

아바르트는 피아트 브랜드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미라피오리의 오피치네 83(Officine)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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