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너] 무겐, '무한한 혼다의 열정'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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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07 19:41
[튜너] 무겐, '무한한 혼다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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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S2000을 끝으로 혼다는 이렇다 할 스포츠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F1에서의 활약, 페라리와 견줄만한 성능을 발휘하던 NSX도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 사이 도요타는 렉서스 LF-A를 만들었고, 86을 부활시켰다. 닛산은 GT-R의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혼다는 확실히 판매에만 급급했다. 금융위기로 경영은 악화됐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모터스포츠나 스포츠카 개발은 당연히 뒷전을 밀렸다. 당연히 혼다의 신차는 점차 평범해지기 시작했다. 디자인은 무난해졌고 성능도 친환경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가로 막혔다. 열정이나 집착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 일본 슈퍼GT에 참가하고 있는 CR-Z 무겐 GT.

혼다의 도전정신은 조금 무뎌졌지만, 혼다와 함께 성장한 워크스 튜너(Works Tuner) ‘무겐(Mugen, 無限)’은 여전히 날이 서있고 패기로 충만하다.

◆ 혼다 집안에서 탄생한 혼다와 무겐

혼다의 창업자 혼다소이치로(Honda Soichiro)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학연, 지연 등을 크게 기피했다. 그래서 혼다를 만든 그의 친동생을 제외하고는 일가친척이 단 한사람도 혼다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

혼다소이치로의 아들인 혼다히로토시(Honda Hirotoshi) 역시 혼다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대신 혼다 레이스카에 탑재되는 엔진을 제작하는 무겐을 설립한다. 무겐은 혼다의 모터스포츠와 튜닝 제품을 담당하지만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 혼다 NSX RR 무겐.

도요타 TRD, 닛산 니즈모, 스바루 STI 등은 각 제조사의 자회사지만 무겐은 처음부터 혼다와 별도로 운영된 만큼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혼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셈이다. 혼다소이치로 회장이 사망한 후 혼다히로토시가 혼다의 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무겐은 더 힘을 얻었다. 그래서 다른 워크스 튜너에 비해 더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 "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

엔지니어 출신의 혼다소이치로는 언제나 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차에는 고유의 특징이 가진 하나의 엔진이 장착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엔진에 대한 집착은 혼다히로토시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무겐이 처음 선보인 레이스 엔진 MF318.

무겐은 설립초기 레이스 엔진 제작과 모터스포츠에만 집중했다. 1973년, 혼다 시빅의 EB1 엔진을 튜닝해 만든 1.3리터 4기통 MF318 엔진은 아시아 최초의 레이스 엔진으로 기록된다. 독자적인 엔진 설계와 제작도 진행했다. 카트에 적용되는 로터리 엔진부터 시작해 F3, F2, F1 순으로 발전해갔다.

▲ 혼다-무겐의 엔진이 장착된 조단 F1 머신.

1992년 혼다와 함께 제작한 3.5리터 V10 MF351H F1 엔진을 푸트워크(Footwork)에 공급하게 된다. 1994년에는 로터스(Lotus), 1995년에는 리지에(Ligier), 1997년에는 프로스트(Prost), 1998년에는 조단(Jordan)에 F1 엔진을 공급했다. 1996년 리지에의 올리비에파니스(Olivier Panis)는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무겐-혼다 엔진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다. 혼다-무겐 엔진이 사용된 F1 머신은 2000년까지 총 네번의 우승을 차지한다.

2000년 F1에서 철수한 무겐은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로 눈을 돌렸다. 2002년부터 꾸준하게 참가하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인터콘티넨탈 랠리 챌린지(IRC),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WTCC), 슈퍼GT 등에 참가하고 있다.

◆ 레이스 엔진 제작사에서 튜닝 제품을 내놓기까지

2003년 법인명을 M-TEC로 변경하면서 튜닝 제품 개발 및 판매에 대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양산차에 도입했다.

▲ 혼다 CR-X에 장착됐던 무겐의 부품.

가장 먼저 무겐이 손을 댄 것은 모터사이클이다. 1977년 혼다 ME125/250의 엔진 성능을 높여 판매했다. 1984년에는 혼다의 소형 쿠페 CR-X에 알로이휠, 바디킷이 장착되고 엔진 및 서스펜션의 성능을 향상시킨 CR-X 프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시빅 DOHC 스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 무겐의 부품이 장착된 혼다 어코드.

무겐은 S2000이나 NSX 등의 스포츠카 혹은 스포츠 성향이 강한 차 위주로 튜닝 제품을 선보였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어코드, 레전드 등의 일반 세단에 적용되는 부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겐은 매년 에디션 개념의 튜닝카를 선보이고 있고 전차종에 대한 튜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엔진 오일부터 배기 매니폴드, 스포츠 배기 시스템, 에어 필터 및 클리너, 고성능 인테이크 시스템, 고성능 브레이크액, 브레이크 디스크 및 패드, 스포츠 서스펜션, 버킷 시트, 에어로 다이나믹 파츠 및 알루미늄 휠 등을 판매하고 있다.

▲ 혼다 시빅 RR 무겐.

◆ 무겐의 미래, 도전정신으로 가득

혼다가 F1에 엔진공급 업체로 복귀하게 됐다. 2015년 시즌부터 맥라렌에 1.6리터 터보 엔진을 공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무겐은 혼다 F1 엔진을 제작을 돕는다.

혼다가 새롭게 출시하는 NSX도 무겐의 손을 거치게 된다. 또 무겐은 NSX에 적용되는 튜닝 제품 개발과 레이싱카 개발을 주도한다.

▲ 혼다 CR-Z 무겐.

이밖에 무겐은 자체적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슈퍼GT나 각종 혼다 원메이크 레이싱이 참가하며 전세계적으로 열리는 WTCC, F3,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등에 참가하게 된다.

‘무한’이란 뜻을 가진 이름처럼 무겐은 언제나 도전정신이 가득했다. 실패를 오히려 칭찬하던 혼다소이치로 회장의 가르침을 혼다보다 무겐이 더 잘 이해한 듯 싶다. 혼다가 금융 위기에 따른 경영 악화로 주춤하고 있을 때도 무겐은 언제나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고, 오히려 혼다보다 더 혼다스럽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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