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서 현대·기아차, '미래' 없었다…폭스바겐·BMW는 어떻게?
  • 프랑크푸르트=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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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7 12:09
獨서 현대·기아차, '미래' 없었다…폭스바겐·BMW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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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개막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 열리는 만큼 각 브랜드의 기술력을 뽐내는 무대이자 신차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양산형 전기차가 전시관을 누비고 다니고 슈퍼카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춰 눈길을 끌었다. 또 경차의 연비를 훌쩍 넘어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도 대거 출품됐다. 전기차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업체들이 나서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꿈 같은 얘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대차 전시관

하지만 아직 전기차에 대한 환상을 갖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큰데, 이는 국산차 제조사들의 영향도 크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생산 5위 그룹을 자처하지만 아직 기술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어 미래에 대한 대처나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당장 눈앞의 차를 팔기에 급급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가 됐다. 

◆ 현대·기아차, 무엇을 보여줬나

현대차 전시관에는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 단 한대도 없었다. 유명 브랜드 중 친환경차를 내놓지 않은 곳은 현대차가 유일했다. 현대차의 주력 전시 모델은 신형 i10이었다. 전기로 움직이는 포뮬러 머신까지 나오는 마당인데 브랜드의 비전보다 판매나 실적만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이색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전시관 제일 구석에 전시돼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현대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집중하기 보단 이를 건너 뛰로 곧바로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중심으로한 차세대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시점에서 유럽 브랜드의 최종 목표인 연료전지차를 먼저 상용화해 전세를 뒤바꾸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연료전지차는 앞으로 언제 완성될지 알기 어려운 수소 충전소망을 도입해야 주행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비슷한 기술인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대다수 브랜드들은 이미 이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평가와 검증을 받고 있다.

그래선지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이번 모터쇼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 기아차가 공개한 하이브리드카, 니로 콘셉트카. 손으로 바퀴를 굴려야 움직일 수 있다.

기아차의 메인 모델은 신형 쏘울이었다. 하지만 1세대 쏘울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만큼의 반향은 없었다. 기아차는 쏘울을 내놓으면서도 차에 대한 설명보다는 기아차가 유럽에서 꾸준하게 판매량이 늘고 있고, 더 많은 고용창출을 하겠다는 등의 실적과 사업 전망을 위주로 프리젠테이션을 꾸몄다. 

이번 모터쇼에서 현대기아차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유럽에서의 자리잡기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의 90%가 현지 생산인데다, 앞으로 생산량을 더 늘려 2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기아차는 “유럽에서 3만4천여명의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발표했다.

BMW…"미래를 현실화했다"

BMW는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그래서 모터쇼가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메세(Messe)에서 기자들이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전기차 BMW i3를 셔틀차량으로 운행했고 그 인기는 대단했다.

   
▲ 미디어 셔틀로 제공된 BMW i3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차, 볼보, 푸조 등 다양한 브랜드가 셔틀을 제공했지만 줄을 서서 타는차는 BMW i3 뿐이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셔틀을 제공했지만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었다. 

BMW는 실내 전시관에 300m의 원형 트랙을 만들어 i3의 곁에 타는 '택시 드라이빙'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배기가스 배출없이 실내를 질주하는 i3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줬다.

   
▲ BMW i8. 콘셉트카가 아닌 양산형 모델이다.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i8의 엔진, 전기모터, 배터리 등의 구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모형차를 전시하기도 했다.

BMW는 이번 모터쇼를 통해 현재의 기술력과 미래의 청사진을 당당하게 공개했다. 따라올테면 따라와 보라는 그들의 자신감을 전시관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BMW그룹 노베르트-라이트호퍼 회장은 “i8은 BMW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차”라며 “우리는 미래를 현실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전기차 출시는 지금이 최적"

독일에서 폭스바겐의 위상은 대단하다.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쉐 등 총 12개의 브랜드를 거느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독일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폭스바겐은 이번 모터쇼를 통해 총 3대의 월드 프리미어를 선보였다. 7세대 신형 골프에 실용성이 더욱 강조된 골프 스포츠밴과 MQB 플랫폼 최초의 전기차인 e-골프와 소형 전기차 e-업! 등을 내놓으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유지했다.

   
▲ 폭스바겐 e-업!. 소형 전기차지만 실내가 무척이나 넓다.

전기차에 대한 폭스바겐의 야심은 무척이나 크고 계획은 확고하다. 오는 2018년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를 계획을 세웠고 이번에 공개된 두대의 전기차는 그 시작이라는 것.

폭스바겐 마틴-빈터콘 회장은 “전기차에 대해 일찍부터 요란했던 브랜드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의적절하게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기차의 출시는 당연히 인프라가 준비되고 기술적으로도 완숙하며, 안전하고 또 가격적으로 접이 용이할 때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강조했다.

   
▲ 폭스바겐 e-골프 모형을 통해 전기차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폭스바겐은 이미 40여개의 추가적인 전기차 모델의 출시 및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던 공장에 전기차 모델 라인업의 생산 준비가 완료됐다. 또 전기차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기술을 집중적으로 자체 개발할 기술자도 400명이나 추가 고용했다.

기름값 걱정 없이 스포츠카 타는 시대

전시관 어느 곳을 둘러봐도 전기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쉽게 마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동차 부품을 주로 전시하는 2층 전시관에도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메르세데스-벤츠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대형 세단도 이젠 효율성이 중요한 시대다.

하이브리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브랜드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유럽 브랜드도 현실적인 신차를 내놓았다. 1리터로 33.3km를 갈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1리터로 55.5km를 갈 수 있는 볼보 V60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연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신차가 쏟아졌다.

   
▲ 포르쉐 918 스파이더.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고성능 모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적극 도입된 점도 흥미롭다. 포르쉐는 역대 포르쉐 중 가장 강력한 918 스파이더를 내놓았다. 4.6리터 터보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돼 887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 유럽 기준 복합연비는 리터당 30.3km에 달하고 전기모터로만 최대 3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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