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시승기] 닛산 신형 리프, 짧지만 강렬한 만남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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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6 16:05
[단박시승기] 닛산 신형 리프, 짧지만 강렬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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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닛산 신형 리프를 만났다. 차를 체험한 시간은 10분 남짓. 자유 시승이 녹록치 않은 현지 도로 여건과 세계 각국의 기자를 소화해야 하는 일정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탓이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었지만, 상품성을 끌어올린 전기차의 시작은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닛산이 싱가포르에서 자사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는 닛산 퓨처스를 열었다. 행사는 크게 세미나와 시승회로 구성됐다. 이 자리에서 닛산 글로벌 디렉터 카즈히로 도이는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다. "닛산은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를 선보인 업체입니다. 미래를 연 회사라고 볼 수 있죠. 그런 회사가 내놓은 신형 리프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기준을 재정립할 것입니다"

1세대 리프가 나온 2010년과 달리 지금은 수많은 경쟁 모델이 나왔다. 그만큼 2세대 리프는 시장을 선도할 차별화된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를 확인해 볼 시승은 싱가포르 난양공대 내 마련된 작은 시험주행장에서 진행됐다. 국내 면허시험장을 연상케하는 곳이었다. 작은 실수도 큰 벌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싱가포르 도로 환경을 고려한 조치였다.

제한된 구역에서 한정된 차로 세계 각국의 기자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차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았다. 신형 리프를 몬 시간은 길어야 10분 남짓. 한눈팔 여유가 없었다. 

 

'꽤 좋은데?' 스티어링 휠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확 바뀐 내외관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부드러운 승차감 덕분이었다. 1세대 리프와 비교하면 '일취월장' 수준의 변화였다. 핫해치를 보듯 균형 잡힌 차체 비율과 차급 이상의 고급을 강조하는 내부 조립 품질 그리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상쇄하는 움직임은 모두 전에 없던 것들이었다. 

파워트레인은 EM57 전기모터와 40kWh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됐다. 최고출력은 15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32.6kg.m다. 닛산은 초반 가속이 구형보다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출력을 높이면서 페달 응답성을 강화했다는 게 이유다. 다만, 이를 체험할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작은 시험주행장에서 빠른 가속을 체험해 볼 수는 없는 노릇. 큰 맘 먹고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봐도 곧 바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겨야 했다.  

승차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드러웠다. 앞뒤 서스펜션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분산시켰다. 그 느낌이 마치 고급 세단을 모는 듯 편안했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부드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숙성도 만족스러웠다.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약간 올라올뿐 시종일관 조용했다.  

 

닛산이 강조한 신기술 'e-페달'은 전기차 고유의 특성을 조금 더 강화한 개념이었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걸린다. 따라서 도로상황만 잘 예측하면 원페달드라이빙이 가능하다. e-페달은 이런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회생제동 답력을 높인 기술. 이름만 좀 특별했을뿐 움직임 자체는 기존 전기차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작동법은 간단했다. 기어노브 옆에 있는 e-페달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다. 나머지 과정은 기존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속 시 가속 페달을 지긋이 누르고, 감속 시 페달에서 발을 떼면 된다. 계속 발을 떼고 있으면 정지로 이어진다. 

신형 리프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일본기준 400km. 처음 리프가 나온 2010과 비교하면 딱 2배 증가한 수치다. 닛산은 올해 안에 50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갖춘 버전도 내놓는다고 한다. 아쉽게도 해당 버전에 대한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는 게 닛산 본사 측의 설명이다.

 

시승을 뒤로 하고 행사장 한 편에 마련된 신형 리프로 발걸음을 옮겼다. 디자인은 확실히 나아졌다. 절로 시선이 머물렀다. 일단 비율이 좋아졌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 4480x1790x1540mm로, 이전보다 35mm 길어지고, 20mm 늘어났으며, 10mm 낮아졌다. 폭을 넓히면서 키를 줄인 '와이드 앤 로우' 스타일이 적용된 것이다.    

여기에 부메랑 타입 LED 주간 주행등을 품은 강렬한 헤드램프, V자형 크롬 라인을 덧댄 그릴, 입체적으로 다듬은 범퍼가 이전과 다른 강렬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테일램프는 비율만 좀 작아졌을 뿐 무라노에서 봤던 것과 똑 닮았다. 트렁크 도어 오른 편에는 배출가스 없는 차를 뜻하는 '제로 이미션' 레터링이 부착됐다. 전기차에 달린 리어 디퓨저는 흥미로웠다. 공기역학을 통해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실내는 넉넉했다. 1, 2열 모두 한 체급 높은 차를 탄 듯 부족함이 없었다. 2열 등받이 각도도 곧추서 있지 않아 좋았다. 트렁크 공간은 꽤 넓게 다가왔다. 여러 짐을 무리없이 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뒷좌석을 60:40 비율로 접으면 자전거 등 부피가 큰 물건도 문제없어 보였다. 

 

D컷 스티어링 휠과 버킷 스타일 시트는 스포츠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꽉 쥐기 좋은 림 폭과 몸을 잘 잡아주는 볼스터가 이런 느낌을 더 살려줬다. 조약돌 모양의 기어노브는 1세대에 적용됐던 것으로, 디자인의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차의 각종 정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합된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됐다. 시인성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았다. 고루한 그래픽 디자인과 좁은 공간에 여러 정보를 담으려는 레이아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

찰나의 느낌은 뇌리에 또렷이 남았다. 한층 정돈된 디자인과 차급 이상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부드러운 승차감 등 단번에 마음을 사로 잡기 충분했다. 신형 리프의 국내 출시 시점은 이르면 오는 4월. 매력적인 선택지를 하루 빨리 접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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