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디자인의 힘”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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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15 21:15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디자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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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의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쿠페의 디자인 특징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세단, ‘4도어 쿠페‘부터 실용성까지 겸비한 ‘5도어 쿠페’까지 쿠페의 변신은 끝을 모른다. 또 루프 라인을 날렵하게 가다듬고 과감하게 문짝 개수를 줄인 쿠페형 SUV도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유럽 브랜드가 쿠페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CLS로 4도어 쿠페의 시작을 알렸다. BMW는 5시리즈 GT를 통해 ‘장르 파괴’를 시도했고 늘씬한 6시리즈 그란 쿠페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CC를 통해 4도어 쿠페를 대중화시켰다.

▲ 아우디 A5 스포트백

아우디도 적극적으로 쿠페의 디자인 특징을 살린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디자인과 전통에 민감한 아우디는 과거 모델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A5와 A7은 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아우디 100 쿠페의 재해석이다. 

▲ 아우디 100 쿠페

지난해 1월 국내 출시 이후, 꾸준하게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아우디 A5 스포트백을 시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2.0 TDI 다이내믹. 판매가격은 6240만원이다.

◆ 절묘한 디자인, “볼수록 끌린다”

A5 스포트백은 교묘하다. 세단이면서도 쿠페고, 왜건이다. 각 디자인이 특징이 잘 융화돼 하나의 유기체가 됐다. 마치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듯 하다. 

▲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이 차는 세단이고 쿠페며, 왜건이 될 수 있다.

대개 이런 파생모델은 틈새시장 공략에 그치는데 반해, A5 스포트백은 국내 시장에서 A4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MW 3시리즈 GT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A5 스포트백과 3시리즈 GT는 비슷한 콘셉트를 지녔고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판매량은 세배 정도 차이난다. 성능도 효율도 3시리즈 GT가 우수한데, A5 스포트백의 판매가 월등히 앞선 것은 단연 디자인의 영향이 크다.

▲ 넓고 낮은 차체가 인상적이다. A4와 차별점을 두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A5 스포트백의 디자인은 어느날 툭하고 나온게 아니다. 아우디의 전통과 최신 트렌드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차체의 유려함은 육감적인 여성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때론 강단이 있는 남성의 면모도 갖췄다.

매끈하게 트렁크 끝부분까지 이어진 루프 라인은 백미다. A7은 살짝 과장된 느낌도 있었는데 A5 스포트백은 절묘하다. 트렁크 끝부분에서 살짝 라인에 각을 줘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기묘한 LED 램프는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 절묘한 라인과 기하학적인 LED램프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거대한 트렁크 해치를 열면 체구에 걸맞지 않게 드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해치가 위로 번쩍 올려지기 때문에 더 넓게 보일 수도 있다. 아우디코리아에 따르면 기본 적재공간은 480리터고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980리터까지 늘어난다.

▲ 하늘로 번쩍 올라가는 트렁크 해치. 꽤 높이 올라간다. 전동 방식은 향후 꼭 도입돼야 한다.

적재공간은 네모반듯하다. 입구가 넓어서 큰 짐도 수월하게 넣을 수 있다. 또 일반 왜건에 비해 전고가 낮아서 무거운 짐도 조금만 들어 올리면 된다. 짐을 위로 계속 쌓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도 있다. 짐차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게 매력적이다. 

▲ 실내 공간을 넓히지 않은대신 트렁크 공간은 세단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넓어졌다.

단, 트렁크 해치가 상당히 커서 무게가 만만치 않다. 처음 들어 올릴 때는 꽤 큰 힘이 필요하다. 더구나 그 끝이 상당히 높게 올라가 키 작은 여성은 여러모로 버거울 수도 있다. 전동식 개폐가 되지 않은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차체 높이가 세단보다 36mm나 낮음에도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최대한 눕혔기 때문에 머리공간이 비좁지 않고 착좌감이 오히려 좋다. 하지만 휠베이스를 조금 늘렸음에도 다리공간은 여유롭지 못하다. A4와 큰 차이는 없다. 더 넓은 공간을 기대한 소비자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 실내는 경쟁 모델에 비해 비좁다.

실내 디자인을 통한 편의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A4와 동일한 실내는 독창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사용은 무척 편리하다. 특히 센터콘솔에 마련된 MMI는 이 시대 가장 진보된 운전자 편의시설이다. 내비게이션부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통제하는 모든 버튼이 한곳에 모였다. 보기엔 복잡할 것 같아도 막상 써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 A4의 실내 구성과 똑같다. 다이내믹 트림에서는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장착된다.

◆ 무난한 2.0 TDI 엔진, 차체 안정감 돋보여

2.0 TDI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결합은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8.8kg.m의 2.0 TDI 엔진은 부족함 없이 네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특히 디젤 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저속에서 토크감은 나무랄데 없다. 다만 고속으로 올라가면 토크감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 각종 기능 버튼이 모인 센터콘솔. MMI는 처음엔 낯설지만 막상 써보면 쉽게 익숙해진다.

그래도 우직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2.0 TDI 엔진이 장착된 상위 모델 A6에서도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무언가 부족하다. 분명 잘 달리는데 고속에서 워낙 안정감이 좋은 탓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더 강력한 엔진이 달려도 차체가 무난하게 받쳐 줄 것 같다.

와인딩을 통한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에서는 장단점이 잘 나타난다. 앞뒤 40:60으로 구동력을 분배하는 ‘토센 디퍼런션’ 방식의 콰트로 시스템은 세밀한 핸들링을 가능하게 한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불안하지 않다. 다루기 쉬운 것은 큰 장점이다. 서스펜션은 노면의 정보를 잘 전달하고 불쾌한 반동을 주지 않는다.

▲ 유려한 루프 라인은 A5 스포트백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매끈하게 코너를 빠져나가지만 재가속은 더디다. 디젤 엔진의 특성상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각 기어의 폭이 좁기 때문에 변속하기 애매한 상황에 자주 놓여 탄력을 잃기도 한다.

적당한 성능 대신 뛰어난 효율을 얻었다.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음에도 리터당 15km의 공인연비를 획득했다. 디젤 엔진의 특성상 고속에서는 더욱 우수한 연비를 얻기 쉽고, 오토 스타트/스톱을 적극 활용하면 시내에서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A5 스포트백은 가장 아우디스러운 모델이다.

A5 스포트백은 우수한 엔진, 다양한 편의사양을 떠나서 디자인과 형태가 갖는 매력이 무척이나 크다. 멋과 실용성을 모두 챙겼다. 아우디의 디자인 감각에 있어서 우월함을 뽐내는 브랜드다. 유독 왜건이나 파생모델에 인색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5도어 쿠페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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