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한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르노 스포츠 총괄을 만나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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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7 18:39
스포티한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르노 스포츠 총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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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르노를 타고 레이서가 됐어요" 

국제적으로 유명한 레이서들이라면 대부분 하는 얘기라서 그리 놀랍지도 않다. F1 드라이버의 40% 정도는 포뮬러르노(Fomula Renault) 경기를 통해 포뮬러에 대뷔한다. 르노는 수십년 전부터 F1 경기용 엔진을 공급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F1 팀을 꾸려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다른 경주차 레이스 선수들도 보통은 '르노 스포츠'의 클리오나 메간 같은 차량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르노가 유럽 모터스포츠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고, 많은 유럽인들은 르노를 매우 젊고 스포티한 브랜드로 인식한다. 

▲ 르노 클리오 스포츠

반면 한국에서는 르노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때문에 올해 말이면 르노삼성 자동차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르노 클리오, 이날 공개돼 내후년 쯤 국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메간RS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지난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르노 부스에서 르노 스포츠 테크놀로지 총괄 패트리스 라띠(Patrice RATTI)를 만났다. 

 

- 한국인들에겐 좀 생소할 수 있는데, '르노 스포츠'가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 바란다

르노 스포츠의 주목적은 포뮬러1(F1) 경기에서 획득한 기술을 양산차에 이식하는 것이다. 즉, ‘F1과 양산차와의 링크’ 전략이다. 유럽에서 사람들은 흔히 르노는 일요일에 F1을 하고 월요일에 차를 판다고 할 정도다.  

120년에 가까운 오랜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는 수많은 양산차로 파생됐다. F1 뿐아니라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활약한 알핀느까지 르노는 지금까지 모터스포츠의 최첨단 기술을 일반 양산차에 접목하고 있다. 

오늘 선보인 뉴 메간 R.S.는 르노 스포츠의 최상위 모델로 280마력(1.8리터)의 출력을 낸다. 르노 스포츠 차량 중 가장 파워풀한 차량이다. 속도뿐 아니라 주행에 있어서의 즐거움과 감각을 극대화한 차이다. 드라이버와 차가 하나가 되게끔 하는, 아주 정밀하고 정확한 조작감이 강점이며 이에 더해 사운드, 시트 필링 등 감성적인 측면도 압도적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도입한 4컨트롤 시스템과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비롯해 주행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그에 맞는 디스플레이 장치 등은 안전과 궁극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능들이다. 

- F1와 모터스포츠에서 양산차에 가져온 기술이 있다면 

3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내는 뉴 메간 R.S. 1.8리터 엔진은 F1 엔지니어들 개발한 실린더헤드 디자인에서 가져왔다. 또 랠리카에서 가져온 유압식 쇽업쇼버와 댐퍼, F1에서 가져온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인 스포일러와 디퓨저 등은 다운포스와 속도를 최적화한다. 

특히 이번에 메간 R.S.는 매뉴얼 트랜스미션과 듀얼클러치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은 엔진토크를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엔진 출력 낭비와 변속 타이밍을 최소화한다. 패들시프트 스티어링 휠의 감각 역시 레이싱카 드라이빙 필링, 바로 그것과 같을 뿐 아니라 코너링 시 안전성 보장이 높아진다. 

지난해 F1 경기에 출전한 르노 F1 머신

- 예를 들어 변속 타이밍 조절이나 론칭 컨트롤 같은건 어떤가

물론이다. 연비를 극대화하는 모드에서부터 레이스 모드까지 여러 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함으로써 변속 타이밍을 조절 할 수 있다. F1에서 가져온 기술인 론치 컨트롤 기술도 출발시 변속 시간 손실 없이 엔진 출력을 그대로 트랜스미션이 휠에 전달한다.

- 벤츠의 경우 F1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며 프로젝트원이라는 차를 선보였다. 르노스포츠도 F1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텐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 르노는 유럽에 백만대이상 팔아야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가 추구하는 전략과는 다르다. 

르노는 F1기술을 이용해 보다 쉽게 운전의 맛을 즐기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도전은 파워풀한 차가 아니라 어떻게 더욱 효율적으로 출력을 활용할 것인가에 더 무게를 둔다. 예를 들어 코너링에 효과적인 출력 발휘가 되지 않으면 파워트레인의 출력은 의미가 없다. 즉, 운전자와 차가 하나가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운전자가 본인 운전실력이 대단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르노가 추구하는 가치다.

(벤츠는 올해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레벨4 테스트카를 내놓는데 르노는 레벨4 테스트를 2020년에 내놓는다. 이것을 르노는 보다 대중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지 라이프’ 차원의 인간중심적인 기술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모터스포츠 기술 역시, 운전자 친화적으로 양산차에 적용해 대중적으로 모터스포츠를 쉽게 즐기게 하는 ‘이지 드라이빙’을 추구한다)

-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E'에 르노가 첫해부터 참가해 지금까지도 우수한 기록을 낸다. 그러나 최근 재규어를 비롯해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걱정 되지 않나. 

지금까지 포뮬러E는 초기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팀들이 참여하고 응원할 팀이 많아지면 관중들도 많아질거다. 이런 모습에 대해 오히려 환영한다. 원래부터 꿈꿔 왔던 바람직한 흐름이다. 

- 최근엔 괄목할 만한 프랑스 출신 F1 드라이버가 없는데, 르노가 주도적으로 자국 선수를 키워야 하지 않나? 

나는 30년간 F1기술을 양산차에 접목해 왔는데, 그 중에서 프랑스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알랭 프로스트와도 함께 일을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항상 르노는 어린 드라이버를 키워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아주 우수한 기량과 잠재력을 가진 어린 프랑스 드라이버들이 많다. 머잖아 다시 프랑스 드라이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게 될걸로 예상한다. 

플레이스테이션 및 PC용 게임인 프로젝트 카스(Project Cars)에 등장하는 르노 RS01. 레이스카 디자인이 워낙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많은 게임에서 차용된다. 

- 알핀느과 르노스포츠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또, 다른 고성능 브랜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알핀느는 2인승 프리미엄 스포츠카이고 르노 스포츠 차량은 일상생활과도 어울리는 양산차에 적용한 스포츠카이다. 이 두 브랜드는 가격이 다르고 시장이 다르다. 마케팅 전략과 타겟도 다르다. 물론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른 고성능 브랜드와 차이점은 우리는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모든 자동차 업계가 당면한 친환경적인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출력 보다는 코너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차체 안정과 코너링 시 위험도의 한계범위를 높여 안전하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게 하는 점이 다르다. 이전의 메간 R.S.도 코너링이 우수했는데 이번 뉴 R.S. 는 4컨트롤 시스템이 장착됨에 따라 압도적인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 작년에 F1에 복귀했는데, 성과는 어떤가. 

역사를 본다면 F1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4~5년이 걸린다. 올해는 복귀한지 2번째 되는 해이다. 페라리도 출전 후 우승하기까지 15년이 걸릴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르노팀 레이싱카가, 특히 섀시가 아주 성능이 좋다. 5년 내 우승을 목표한 대로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된 메간 R.S.와 세그먼트가 같은 현대 i30 N이 동시에 공개됐다. 출력도 비슷하고 시장도 같은데 르노는 현대 i30 N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보고 스포츠카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커질 것이라 본다.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은 먼저 있던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언제나 긍정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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