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달려라 제네시스 G70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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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0 15:28
[주간김상영] 달려라 제네시스 G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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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프레스데이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모터쇼에서 만났던 현대차 i30 N,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페라리 포르토피노보다 더 흥미로울 제네시스 G70을 보기 위해서였죠. 시차도 적응하지 못한, 몽롱한 상태로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향했는데 G70을 보니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 루크 동커볼케 전무, 이상엽 상무, 보제나 랄로바 팀장 등 외국인 임원들의 상품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조금 지루했습니다. 알고보면 동커볼케, 이상엽 디자이너는 G70의 디자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보통 양산차는 출시되기 2년전쯤 디자인이 확정됩니다. 결국 동커볼케, 이상엽 디자이너가 영입되기 전 G70의 대략적인 디자인은 고정됐죠. 이 외국인 임원들은 디테일을 부각시키거나, 실루엣을 다듬는 역할만 담당했습니다. 그래서인지 G70에서는 신생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도전적인 모습이나 미래 디자인 방향성,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에 능통한 이 디자이너들의 입김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대차의 흔적이 짙었습니다.

 

 

다만 보제나 랄로바 팀장의 프레젠테이션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다임러의 외장 컬러를 담당했던 랄로바 팀장은 가장 뒤늦게 현대차에 합류했지만, 직접 G70의 내외관 색상을 만들었고, G70의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녀의 파격적인 의상 자체도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무엇보다 제네시스가 공식 행사에서 외국인 여성임원을 앞세운 적은 한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습니다.

 

행사가 조금 늦어진 탓인지 -가장 중요한- 질의응답은 생략됐고, 곧바로 여러 트림의 G70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대차가 초청한 외신 기자들도 많았고, 아주 열정적으로 차를 살폈습니다. 그들의 틈새에 껴서 대화를 엿듣는데, 역시나 ‘엘란트라’란 단어가 종종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제네반떼’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죠. 사람들의 눈은 크게 다르지 않나 봅니다.

 

형상은 다르지만, ‘육각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아반떼를 떠올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면, G70은 후륜구동 모델답게 오버행이 매우 짧고, 아반떼와 달리 그릴이 가파르게 세워져 있습니다. 헤드램프의 위치 또한 더 수평적입니다. 저는 아반떼보다 그랜저가 더 먼저 떠올랐습니다.

 

G70에서 독창적인 혹은 도전적인 느낌이 크지 않았던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강렬함을 전달할 수 있는 요소도 그리 많지 않았죠. 특히나 19인치 휠이 아닌 경우엔 밋밋하기도 했습니다. 테일램프는 EQ900의 것을 날렵하게 다듬었는데, BMW M2를 묘하게 닮아 쓴소리까지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인테리어는 굉장했습니다. 상위 모델인 G80, EQ900보다 고급스럽고 우아했죠. 또 현대적인 감각이 잘 반영됐습니다. 3시리즈나 C클래스보다 훨씬 젊게 느껴졌습니다. 가죽 가공이나 마감은 독일차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시트와 도어의 퀼팅은 메르세데스-AMG를 떠올리게 했고, 여러 파트의 이음새는 렉서스와 비교될 정도로 수준급이었습니다.

 

문제는 뒷좌석 공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좁아서 흠칫 놀랐습니다. 모터그래프 생중계를 진행한 후에도 제가 운전석 세팅을 잘못한건 아니었는지, 다른 매체의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역시 좁더군요.

 

‘프리미엄 컴팩트 스포츠 세단’을 내세우며 좁은 뒷좌석을 정당화하던 때도 지났습니다. 좁은 실내 공간으로 악명 높았던 3시리즈도 2011년 출시된 6세대 F30 3시리즈에서는 꽤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C클래스는 물론 뒷좌석이 넉넉하고요. 고급스러움이나 시트의 푹신한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시트의 부피를 줄이는 연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G70이 부유한 젊은층을 공략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아보였지만, ‘볼륨 브랜드’에 익숙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겐 ‘작은데 비싼 차’라고 여겨지기 쉬울 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습니다. 이미 쏘나타보다 우수한 편의장비로 무장했었던 i40 살룬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것을 현대차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제네시스는 ‘작은 차는 저렴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인식과 지리한 줄다리기를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G70은 잘 달려야 합니다. E90 3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희열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 영입된 디자이너들보다 먼저 현대차에 합류해, 조금이라도 G70에 더 오래 관여한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의 입김이 많이 느껴지길 기대합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모터그래프는 마음껏 G70의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서킷에서 여러 테스트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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