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레인지로버 벨라, ‘온로드’에 특화된 최첨단 SUV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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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3 00:00
[시승기] 레인지로버 벨라, ‘온로드’에 특화된 최첨단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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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벨라는 자극적이다. 균형 잡힌 차체 아래 날렵하게 다듬어진 헤드램프와 큼직한 휠, 그리고 커다란 트윈 머플러 팁이 시선을 잡아끈다. 성능에 초첨을 맞춘 재규어 iQ AI 플랫폼과 토크벡터링을 비롯한 여러 첨단 주행 장치들은 기대 이상의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디자인과 퍼포먼스 모두 스포츠카 못지않게 스타일리시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시작으로 SUV에 역동성을 더해온 랜드로버가 벨라를 통해 더 화끈한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모양새다.

 

벨라의 내외관 디자인은 향후 레인지로버 전 모델에 적용될 계획이다. 우선, 외관은 당당함 그 자체다. 전방 550m까지 빛을 밝히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선명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10스포크 21인치 알로이 휠이 넓은 휠 하우스를 가득 메운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자동 전개식 도어 핸들과 통합형 리어 스포일러는 0.32의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하며, 온로드 존재감을 높여준다. 랜드로버 수석 디자이너인 게리 맥거번은 “3년전 완성된 벨라 디자인은 레인지로버의 미래를 대변한다”며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조화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 4803X2032X1665mm고, 휠베이스가 2874mm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재규어 F페이스 대비 72mm 길어지고, 38mm 좁으며, 13mm 높아졌다. 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비교해서는 47mm 짧고, 47mm 넓으며, 115mm 낮다. 휠베이스는 51mm 모자라다.    

실내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중심으로 미래지향적 디자인 요소가 가득 자리한다. 가죽, 알루미늄,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마감재는 오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빈틈없이 맞물렸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센터페시아의 터치 프로 듀얼 시스템으로, 위아래 두 개의 10인치 터치스크린이 차의 각종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이 가운데 에어컨과 주행모드 설정 등을 담당하는 하단 스크린은 깔끔한 그래픽을 통해 콘셉트카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디스플레이는 일본 파나소닉사와 협업을 통해 완성됐으며,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출품된 바 있다. 반응속도가 스마트폰처럼 즉각적이지 않고 다소 버벅댄다는 점은 흠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총 세 개의 계기판 스타일을 통해 주행 편의성을 높이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이다. 오디오는 17개 스피커로 구성된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갔으며, 입체적인 음장감이 귓가를 편안하게 한다. 주행 중 음악감상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칭찬을 아끼지 않을 부분이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58L고, 40:20:40으로 접히는 2열 시트를 활용하면 최대 1616L까지 확장된다. 골프백 네 개 정도는 거뜬히 실을 수 있다. 이외에 헤드룸은 1열 970mm, 2열 966mm고, 레그룸은 1열 최대 1024mm, 2열 최대 945mm다.

국내에 판매될 벨라는 240마력의 직렬 4기통 2.0L 인제니움 트윈터보 디젤과 300마력의 V6 3.0L 트윈터보 디젤, 그리고 380마력의 V6 3.0L 슈퍼차저 가솔린 모델로 구성된다. 모든 엔진은 ZF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트림 라인업은 엔진에 따라 D240, D300, P380으로 나뉜다.

 

시승한 D300은 V6 3.0L 인제니움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00마력(4000rpm), 최대토크 71.4kg.m(1500~1750rpm)를 네 바퀴로 보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은 6.5초고, 최고속도는 241km/h에 이른다. 모든 수치가 퍼포먼스를 강조한다. 가속은 고속 영역까지 활기차게 전개된다. 디젤 엔진이지만 끈기 있게 힘을 이어간다.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은 크지 않다.

노면 상태에 따라 전후륜 동력배분을 제어하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차체 움직임을 감안해 전자적으로 댐퍼를 조정하는 어댑티브 다이나믹스 시스템, 그리고 언더스티어 현상을 억제하는 토크벡터링 시스템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온로드 성능을 끌어올린다. 덕분에 차선 변경에 따른 무게 이동 혹은 코너 진입 시 몸놀림이 안정적이면서도 가뿐하다. 조향도 굼뜨지 않다. 물론, 1665mm에 달하는 높이로 인해 약간의 롤이 전달되기는 한다.

 

주행모드는 다이나믹, 에코, 노멀, 스노, 머드, 샌드 등 총 여섯 가지로 구성된다. 다이나믹 모드 선택 시 엔진과 변속기가 노멀 대비 민감하게 반응한다. 파워트레인의 넘치는 힘은 2톤에 가까운 무게를 단번에 잠재우고, 온로드용 265/45 R21 사이즈 피렐리 스콜피온 제로 타이어가 호쾌한 가속을 뒷받침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우선,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반응속도가 반박자 느리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디지털 클러스터 반응속도는 신속 정확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벨라의 것은 그렇지 못하다. 차라리 아날로그 클러스터를 장착하는게 나을 뻔했다.

엔진과 변속기 간 궁합이 완벽하지 않은 탓인지 다운시프트 반응도 시원치 않다. 주행감성을 방해하는 탓에 패들시프트로 손이 가지 않는다. 다행히 업시프트는 재빠르다. 원형 드라이브 셀렉터를 S에 두고 모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자세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장애물 앞에서도 차분한 거동을 띈다. 영리한 움직임은 시종일관 안락함 승차감을 구현하고 피로감을 낮춰준다.

105km/h가 넘어갈 경우, 지상고를 10mm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까지 한다. 이밖에 시동을 끄고 도어를 열 경우, 탑승객의 편리한 승하차를 위해 지상고를 50mm 내린다. 여성 혹은 키가 작은 탑승객을 배려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주행 안전을 위한 품목으로는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보시스템 등이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CEO인 랄프 스페스는 올해 초 “벨라는 레인지로버 라인업 중 가장 온로드에 특화된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주장대로 벨라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런 온로드 성능을 보였으며, 급격한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자랑했다.

랜드로버는 그간 레인지로버 스포츠로 시장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온오프로드 모두를 아우르며 퍼포먼스를 강화한 SVR를 만들어냈다. SUV도 역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노력해왔다. 벨라는 그런 배경 아래 탄생했다. 오프로드에 치우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화끈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가격은 9850~1억4340만원이다. 재규어랜드로버가 발표한 경쟁 모델 BMW X5, 아우디 Q7 대비 다소 비싼 것이 흠이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부족함 없는 출력, 그리고 각종 첨단 기술을 고려하면 상품성은 충분하다. 이 차는 다음달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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