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의 몽상인가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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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9 09:35
[주간김상영]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의 몽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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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현대차가 진행한 ‘차세대 수소전기차 미디어 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현재 주행테스트와 세부 조정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에 이번 행사 자체가 조금 갑작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직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차에 대한 막연한 정보를 발표하는데, 마치 간밤에 꿨던 꿈의 해몽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독자분들이 그 자리에 계셨다면 ‘이건 궁극의 자동차’라고 느끼셨을 겁니다. 그 정도로 수소연료전지차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이상적입니다. 전기를 만들어 저장하는 것보다 수소를 얻는게 더 쉽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보다 수소를 채우는게 훨씬 용이합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수소를 무료로 공급하기도 했고, 수소연료전지차에 수소를 가득채우는 것은 불과 몇분이면 끝납니다. 전기차에 비해 괜찮은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현대차는 스스로를 이런 수소연료전지차의 ‘퍼스트 무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개발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한 것은 현대차라서 그렇습니다. 꼭 틀린 말은 아닌거죠. 그래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막상 판매는 일반 소비자들이 아닌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만 이뤄졌고, 인프라도 그 주변으로만 구축됐습니다. 판매는 하지만 사실상 살 수 없는 차인 셈이었죠.

 

그런데 현대차보다 한발 늦게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인 도요타와 혼다는 조금 달랐습니다. 성능이나 가격에 있어서 훨씬 현실적인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들었습니다. 일반 승용차의 속을 개조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와 달리 도요타 ‘미라이(Mirai)’와 혼다의 ‘클라리티(Clarity)’는 독자적인 플랫폼과 디자인이 적용됐습니다. 최대주행거리도 큰 차이가 있었죠. 그런데 가격은 절반이었습니다. 도요타 기술홍보부장 나카이 히사시 부장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보조금 제도 덕에 일본에선 3300만원이면 미라이를 살 수 있었습니다.

미라이가 출시된 후 현대차도 부랴부랴 1억5천만원이나 하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을 8500만원을 낮췄습니다만, 역시 일반적인 가격은 아니었고, 일반 소비자들의 판매는 전무했습니다. 가격을 떠나 누구나 쉽게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일본 브랜드는 요란하게 ‘최초’를 외치기 보단, 미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수소 충전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도요타는 미라이의 특허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제조사가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기 위함이었죠. 오히려 현대차보다 더 ‘선구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 현대차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

가장 먼저 출발했다고 꼭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는 것은 아니죠. ‘수소 사회’는 꽤 먼, 장기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거창한 ‘개업식’보단 ‘운영’이 관건입니다. 현대차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때맞춰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를 공개할 계획만 있는 반면, 도요타는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도쿄가 수소연료전지차로 가득차는 ‘빅피처’를 그리고 있습니다.

수소 사회를 준비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자세도 크게 다릅니다. 일본 정부는 수소 충전소의 건설비용과 운영 보조금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라이가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의 수소 충전소는 100여개를 넘어섰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발맞춰 그 환경까지 갖춰놓은 것이죠. 2020 도쿄올림픽에 공개될 차세대 미라이를 위해서 일본 정부는 또 100여개의 충전소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 도요타 미라이. 미라이는 출시되자마자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판매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의 수소 충전소는 약 10여개에 불과합니다. 현대차와 정부는 2020년이면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움직임은 둔합니다. 올해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된 정부 예산은 185억원 정도로, 충전소 10기를 세우고, 수소연료전지차 130여대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일본 정부의 지난해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한 예산은 약 4160억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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