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신형 시빅…상품성은 '만족', 가격은 '글쎄'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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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4 14:34
[시승기] 혼다 신형 시빅…상품성은 '만족', 가격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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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이 10세대로 돌아왔다. 아홉 번에 걸친 진화는 무르익은 기계적 완성도를 안겨주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진취적이며 도전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미국 오하이오 혼다 테크니컬 센터에서 개발된 글로벌 플랫폼과 캘리포니아 혼다 디자인 센터에서 구현된 디자인이 평범했던 지난 세대와 다른 매력적인 시빅을 만들어낸 것이다.

 

드라이브 트레인은 정교하게 설계된 플랫폼 속에서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뽐낸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은 CVT와 맞물리며,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19.1kg.m를 발휘한다. 높지 않은 출력이지만, 1300kg을 소화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에콘 모드를 끄고 기어노브를 S에 두면 기대 이상의 가속을 느낄 수 있다. 저속부터 움직임에 답답함이 없는데, 4200rpm부터 터지는 최대토크가 고속까지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엔진음도 꽤 두터워진다.

CVT는 모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다. 나긋한 주행을 원하면 특별히 불편할 것이 없으나, 운전 재미를 추구한다면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엔진 회전수를 높인 채 달려 나가는 느낌이 마치 스쿠터를 모는 듯 단조롭기 때문이다. 빠릿빠릿한 가속과는 별개로 '운전의 재미'라는 감성은 결여된 느낌이다.    

 

글로벌 플랫폼은 초고장력 강판을 적극 사용해 구형 대비 비틀림 강성이 25% 향상됐다. 덕분에 차선을 변경하거나 굽이진 길을 돌아 나갈 때 거동이 꽤 안정적이다. 특히, 코너에서는 AHA(Agile Handling Assist)라고 불리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앞뒤 스태빌라이저 바 등으로 더욱 공격적인 진입이 가능하다. 타이어는 215/50 R17 사이즈의 파이어스톤 FT140이 담당한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 링크로 구성된 서스펜션은 노면의 정보를 담백하게 전달한다. 부드러움과 딱딱함 그 사이의 승차감을 구현한다. 이전 세대들이 편안함에 중점을 뒀다면, 10세대 시빅은 불필요한 상하 운동을 최대한 줄인 느낌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방지시스템, 긴급자동 제동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혼다 센싱이 빠진 점은 많이 아쉽다. 혼다코리아가 수입한 10세대 시빅은 미국 시장에서 최상위 트림으로 팔려 나가는 투어링이다. 이 트림에는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적용돼 있고, 소비자가 임의로 뺄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혼다코리아의 정책도 이해가 가지만, 소비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소비 요인은 '안전'이다.

 

디자인은 남다르다. 패스트백 스타일 아래 펼쳐진 낮고 넓은 비율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자아내고, 여기에 날카롭게 다듬어진 LED 헤드램프와 좌우로 길쭉한 그릴은 도로 위 존재감으로 자리한다. 앞, 뒤, 좌, 우 모두를 관통하는 입체적인 면처리는 차의 모양새를 더욱 감각적으로 빚어낸다. 10세대 시빅을 디자인한 혼다 수석 디자이너 자라드 홀은 “새로운 시빅은 낮고 넓은 비율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날렵하게 디자인된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각종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디지털 계기판, 그리고 실내 곳곳에 쓰인 알루미늄 패널이 평범치 않은 느낌을 전달한다. 다만, 터치로 음의 높낮이를 조율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 컨트롤러는 신선하기는 하지만 민감한 반응에 사용이 꺼려진다. 아날로그 방식이 더 직관적이다. HDMI, USB, 파워 아울렛 단자는 센터페시아 하단 깊숙한 곳에 마련돼 있어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겠다.

8방향으로 조절되는 운전석은 몸을 잘 지지한다. 2열은 패스트백 스타일로 헤드룸에서 약간의 손해를 볼 것 같지만, 막상 앉아보면 안락하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골프백 두 개쯤은 무리없이 들어간다. 60:40으로 접히는 2열을 활용하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차체 제원은 길이X너비X높이 4650X1800X1415mm고, 휠베이스는 2700mm다. 현대차 아반떼와 유사한 크기다.

 

시빅은 혼다를 대표한다. 지난 45년 간 북미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이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런 시빅이 아홉 번의 진화를 거쳐 완전히 새로운 차로 거듭났다. 플랫폼에서 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을 바꿨다. 상품성은 확실히 무르익었다.

다만, 미국과 다르게 혼다 센싱이 기본 품목에서 제외되고 대중 브랜드 준중형 세단 가격이 3000만원을 넘는다는 점은 분명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혼다 센싱을 옵션으로 두면서 동시에 가격까지 낮출 수 있는 EX나 LX 트림을 수입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3060만원이란 가격은 크기·성능·가격면에서 더 우수한 닛산 알티마를 살 수 있는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부족해 보인다.

혼다코리아는 올해까지 1000대의 시빅을 팔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두 달의 실적(6월 52대, 7월 53대)을 보면, 혼다코리아의 상품 전략이 다소 미흡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지금으로써는 500대 팔기도 어려울 듯하다.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면 혼다 센싱을 추가하거나 트림을 늘리는 등 소비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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