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칼럼] 기아차, 쏘렌토·스토닉 예상 넘는 인기에 '생산 비상'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7.07.26 00:09
[김한용 칼럼] 기아차, 쏘렌토·스토닉 예상 넘는 인기에 '생산 비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섭씨 35도,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에 뜨거운 햇살까지 내리 쬐는 날이다. 기아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왜요? 스토닉이 잘 안팔려서요?" "그게 아니라 너무 잘팔려서 걱정이예요"

얼핏 농담인가 싶었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잠시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만도 했다. 

기아차 스토닉

그에 따르면 스토닉은 올 연말까지 8만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9:1의 비율로 수출에 90%를 할당하고 이 중 8000대를 국내 판매  작정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계약 건수가 너무 올라 하루에 200-300건에 달했다. 자칫 한두달만에 연간 생산 목표치를 모두 채워 연말에 팔 차가 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판매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이렇게 잘 팔릴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게 기아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아차 측은 쌍용차 티볼리가 워낙 강력한 상대인데다 앞서 나온 현대차 코나가 먼저 자리를 잡은 탓에 스토닉을 틈새 모델로 봤다. 그러나 실제 차가 나오고 소비자들이 스토닉의 디자인에 높은 호응을 보이면서 티볼리는 물론 코나까지 위협하는 실정이 됐다. 

기아차 국내 영업 조직은 부랴부랴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스토닉을 생산하는 소하리 공장은 전통적으로 인기 많은 카니발, 수익성이 높은 스팅어, 수출의 일등 공신인 프라이드와 물량이 적은 K9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생산량을 빼올 방법도 없다. 9:1이나 되는 수출 비율을 조정해 달라 요청하고는 있지만 유럽에서의 스토닉에 대한 반응이 꽤 좋아서 오히려 국내 판매 물량을 뺐길 정도라고 했다. 유럽 수출 1차 물량은 이미 내보냈고, 지속적으로 물량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기아차 신형 쏘렌토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된 쏘렌토 문제는 더 심각하다. 7월 15일부터 계약에 들어갔는데, 하루 계약이 무려 1000대가 넘으면서 생산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예상보다 높은 계약 물량도 그렇지만 옵션 및 판매 트림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당초 예측은 50% 이상이 전륜구동 2.0리터급 모델이 팔릴 것으로 봤지만 실제 판매대수를 보니 이보다 윗 등급인 2.2리터 4륜구동 모델이 70%를 차지했다. 이전까지는 프레스티지와 노블레스가 주력이었는데, 이번 페이스 리프트는 퀼팅시트와 LED 램프 등을 장착하는 최고 트림이 가장 많이 계약 됐다. 

쏘렌토를 생산하는 화성1공장은 생산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본래 K5, K7 등 주력 차종을 생산하는데다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전 중이다. 4륜구동 트랜스퍼 시스템 등 부품을 납품하는 마그나도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차 측은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를 기다리고 있던 마니아 층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당분간 어떻게든 고급 모델의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말 싼타페의 후속 모델의 출시 전까지 쏘렌토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코나

현대차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도 정신 없기는 마찬가지다. 옵션이 워낙 복잡한 탓에 영업일선부터 생산, 최종 품질 관리까지 모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라인은 엑센트(RB)를 생산하던 단순한 라인인데, 코나의 수많은 옵션에 대응하는데 아직 익숙치 못한 상황이어서 충분한 생산 속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의 도입을 앞두고 3개월 전부터 사전 생산 교육도 하고 선행 생산 실습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한편, 현대차는 파업을 가결하고 출정식을 진행했으며 기아차는 다음달 15일을 전후해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때문에 생산 관리 및 관계자들은 파업 이전까지 차를 한대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