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쌍용차 티볼리의 뚝심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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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8 13:57
[주간김상영] 쌍용차 티볼리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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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코나에 이어 기아차 스토닉까지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대·기아차에겐 자비란 없었죠. 두 차종을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게 포지셔닝했습니다. 스토닉은 세련됨과 ‘가성비’로, 코나는 개성과 ‘만능’으로 티볼리를 정조준했죠. ‘골목’에 들이닥친 ‘공룡’과 대적하기 위해 쌍용차는 갑옷을 두른 ‘티볼리 아머(Tivoli Armour)’를 새롭게 내놓았습니다.

 

티볼리 아머는 범퍼, 안개등, 휠 등의 디자인이 변경됐고, 실내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둔 모델입니다. 단순한 연식 변경이라기엔 변화된 부분이 많고, 페이스리프트로 불리기엔 다소 심심한 모델이죠.

디자인 변화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티볼리 아머 기어 에디션’으로 불리는 주문 제작 방식 모델입니다. 여덟개의 외장 색상에서 전부 투톤 루프 컬러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아웃사이드 미러의 컬러도 아홉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또 후드 데칼과 루프 데칼이 각각 다섯개가 준비됐습니다. 쌍용차의 ‘쓰리서클’, ‘윙’ 엠블럼 등을 자유롭게 붙일 수 있고, 스키드 플레이트, 윙 타입과 립 타입의 스포일러, 사이드 실, 스피닝 휠캡 등도 마련됐습니다. 실내도 두가지 컬러가 적용됐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수십만 가지의 조합이 나온다고 합니다.

 

마치 벤틀리나 포르쉐를 주문하듯 ‘나만의 티볼리’를 만들 수 있게 된거죠. 대량 생산 체제에서 이런 ‘커스텀 오더’는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섣불리 도전하지 않는 영역이죠. 생산자가 감당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주문을 받는 영업 사업의 마인드도 달라져야 합니다. 또 완성차를 검수하는 일도 평소보다 훨씬 어려워지죠. 쌍용차 관계자는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사전 준비를 했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기대해달라고 하더군요.

G4 렉스턴에게 물려받은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도 티볼리 아머의 큰 장점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티볼리 아머를 관심있게 보게 된 것은 ‘티볼리’ 그 자체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한달 사이 코나와 스토닉, 티볼리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작은 차를 찾는게 아니라, ‘B세그먼트 SUV’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죠. 티볼리 아머는 B세그먼트 SUV로 불리는 모델 중에서 가장 SUV답습니다. 강인하고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은 스키드 플레이트를 장착한 ‘껑충한 해치백’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아머’란 이름처럼 탄탄하고 듬직해 보입니다. 괜히 안전할 것 같다는 신뢰도 생기고요.

실내 공간은 가장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트렁크 공간은 코나, 트랙스와 엇비슷하지만 뒷좌석 공간만큼은 티볼리 아머가 압도적입니다. 기본적인 공간이 넓고, 동급에서는 유일하게 등받이도 뒤로 기울일 수 있습니다. 많은 B세그먼트가 개인적인 반면, 티볼리 아머는 패밀리카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만 합니다. 뒷좌석 송풍구가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열선시트, 암레스트 등의 편의장비는 마련됐습니다. 딱 집어서 젊은 층을 공략하겠다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쌍용차는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티볼리를 다듬고 있습니다.

 

혹시나 골목상권을 지켜려는 마음에, 성급하게 티볼리의 이곳저곳을 티나게 바꾸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익숙한 것’의 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그동안 티볼리는 우리나라에서 세그먼트를 리딩했고, 여전히 호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쌍용차의 어떤 모델보다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고, 철저한 계획에 따라 뚝심있게 움직여야 합니다.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면서 B세그먼트 SU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물론 질적으로도 풍성해지고 있죠. 무엇보다 브랜드의 성격과 신차의 특징이 가장 잘 부각되어 더욱 흥미롭습니다. 곧 있으면 르노삼성차의 QM3 페이스리프트도 출시될 예정이니, 시장이 더 풍성해지고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차가 무엇일지 함께 점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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