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충돌방지시스템 기본 적용?…택시·소상용·버스는 '제외'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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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8 10:37
현대기아차, 충돌방지시스템 기본 적용?…택시·소상용·버스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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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승용 모델 전 차종에 전방충돌방지시스템을 기본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택시 및 소상용차, 대형버스 등은 제외됐다. 보다 적극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정부와 제조사의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16일, 경차부터 RV까지 내년부터 출시되는 승용 모델 전 차종에 전방충돌방지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방충돌방지시스템 부재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신기술 기본 적용을 통해 이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향후 나올 신차 및 개조차(페이스리프트), 연식변경 모델들도 출시 시점에 맞춰 기본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는 현대기아차에서 판매하는 승용 전 차종에 충돌방지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와 소형상용 등은 전방충돌방지시스템 기본 적용에서 제외됐다. 해당 차종은 법인이 주요 소비층인 탓에 선택 품목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 방침을 내세우며 기본 적용 불가론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전방충돌방지시스템이 기본 적용되면 그만큼 가격 오른다"면서 "영세 법인 사업자가 많은 특수한 시장 환경 및 이를 배려한 정부 방침 때문에 강제로 장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택시사업자 및 소상공인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택시 및 소형상용에 전방충돌방지시스템을 기본 적용할 계획"이라 말했다. 

 

하지만, 택시와 소상용차의 안전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소상용차는 '영세 사업자의 부담'이란 명목하에 안전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실제로 현대차 포터II와 기아차 봉고III의 경우 4WD 모델은 아예 에어백이 장착되지 않으며, 2WD 모델은 운전석 에어백만 기본 적용될 뿐 동승석 에어백이 옵션으로나 선택 가능하다. 한국GM 다마스와 라보도 에어백이 빠져있는 데다가, 안전성제어장치(ESC)와 제동력지원장치(BAS), 안전벨트 경고등 등 승용 모델에 의무화된 안전 시스템의 도입도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는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며 "안전 시스템이 부족할 경우, 작은 사고가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세 사업자들이 더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추돌사고 출처=유튜브

대형버스도 문제다. 현대기아차는 대형버스 역시 내년 1월부터 충돌방지시스템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무화 기준은 길이 11m 초과(및 20톤 초과)인데,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대부분의 대형버스는 이 기준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전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유니시티는 길이가 11m에 조금 못미치는 10.955m다. 일렉시티도 10.998m로 겨우 2mm 차이로 비껴간다. 10.955m의 슈퍼 에어로시티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현대차에서는 11.730m의 유니버스 단 한 종만이 기본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물론, 이들 차량에도 전방충돌방지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대형버스 등에 의한 일련의 추돌사고를 돌이켜봤을 때, 반쪽짜리 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길이 11m 초과 및 무게 20톤 초과 기준 역시 영세 법인 사업자를 배려한 정부 방침에 의해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기업은 정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교통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조사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조사는 항상 정부 정책보다 느리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다. 생명과 직결된 교통안전은 타협할수 없는, 타협하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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