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재료개발센터를 가다…세타엔진 문제도 잡을 수 있나요?
  • 화성=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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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7 21:44
[르포]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재료개발센터를 가다…세타엔진 문제도 잡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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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아차는 스토닉의 출시에 앞서 경기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의 재료개발센터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날 찾은 재료개발센터는 차량에 쓰이는 각종 소재에 대한 개발과 검증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각종 부품의 소재를 연구하고 효율적인 소재를 개발·적용해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 비파괴시험실...세타엔진 문제 잡을 수 있나요?

재료연구동 1층에 위치한 '비파괴시험실'에서는 엑스레이(X-ray)를 이용해 제품을 투시하는 단층촬영이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병원에서 CT(Computed Tomography)기기에서 몸속을 촬영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방식이다. 

 

이번 단층 촬영기에는 엔진 실린더 헤드가 들어있었고, 단층 촬영을 통해 헤드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제품을 360도로 돌리면서 사방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세밀한 내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나타내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에는 엑스레이 촬영을 실제로 한 것은 아니고 앞서 준비 돼 있는 영상을 시연했다. 이 장비는 부품 내부의 균열이나 형상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용도라고 했다.

"최근 세타엔진에서 문제 됐던 오일홀 내부의 버(Burr)도 찾을 수 있나" 질문했지만 담당 연구원은 "여긴 연구 개발 단계기 때문에 그런걸 볼 수는 없다"면서 "그 경우는 원래 뚫려 있는 부품이어서 분해만 하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CT가 필요한건 아니고, 실제로 공장이나 파손 쪽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정밀분석실'에서는 투과전자현미경, 핵자기공명분광기와 같은 정밀분석기기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 소재의 형상, 화학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성인 남성 키보다 더 큰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소재를 분석했는데, 이 투과전자현미경은 국내에 몇 개 없는 최첨단 정밀분석 장비이다. 전자를 300mV로 가속시켜 투과시키면 물체를 약 100만 배 이상으로 확대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정도인 1nm(나노미터·10억 분의 1m)까지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은 이 현미경을 통해 차량에 쓰이는 금속, 세라믹, 고무 등의 소재 내부 구조와 구성원소 분포를 분석해 최적의 차량 소재를 찾아내고 있다고 했다.

# 재료 시험실...에탄올 워셔액, 타이어 냄새 왜 심한가 했더니

연구동 2층에 위치한 20여 개의 재료 관련 시험실들을 견학했다. 그 중에서도 '고분자재료분석실'과 '금속성분분석실'도 살폈다.

금속성분분석실에서는 금속·무기 소재의 화학 성분을, 고분자재료분석실에서는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고분자의 화학구조를 분석하는데, 부품에 어떤 소재가 적용됐는지 유해물질이 사용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연구 과정을 거친다.

신차의 냄새를 측정하거나 부품의 노후화를 가속시켜 차량에 적절한 재료가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신차 냄새를 측정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내놓는 신모델들에는 신차 냄새가 극히 줄었던게 이런 이유인가 싶었다.

트렁크에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 경우 훨씬 냄새가 심한 이유를 묻자 타이어에 들어있는  '황'성분 때문이라고 했다. 황은 LPG에 냄새를 나게 하는 용도로 사용될 만큼 자극적인 향이 나기 때문에 허용 범위안에서 관리 돼도 냄새가 심하다고 했다. 

최근 에탄올 워셔액을 쓰면서 알코올냄새가 더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에탄올은 더 향이 강한데, 유독성은 극히 적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에탄올 워셔액이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것도 낭설이라고 했다. 

 

# 소박한 시설, 신소재 개발은 '갸우뚱'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2013년 10월 완공된 재료연구동은 약 5천평 규모의 연구시설로서 플라스틱, 금속 등 재료에 대한 분석 연구뿐 아니라 친환경 소재, 연비향상 소재, NVH 향상 소재 등 최적의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동에는 총 40여개의 시험실에서 재료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총 1천 종이 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돌아본 연구소는 몇가지 기기를 제외하면 의외로 대학교 실험실 수준의 소박한 시설이어서 좀 의아했다. "카본이나 알루미늄 같은 신소재를 개발하는 곳은 없나" 질문하자 몇개 자그마한 방들을 가리키며 "모두 이곳에서 부분적으로 시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경쟁 브랜드들은 신소재를 개발하는 부서를 별도로 마련하거나 신소재 생산 업체를 인수하기도 한다. 아우디는 1991년부터 알루미늄 차체의 자동차를 만들어왔고, BMW는 세계 최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제조업체 SGL을 인수하기도 했다.

신소재의 사용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를 가르는 지표와 같이 사용된다. 고급 재료로 만들지 않으면 프리미엄이 될 수 없다는 식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차 못지 않은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적어도 신소재 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비해 확연한 격차를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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