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G4 렉스턴, 렉스턴W의 업그레이드 버전?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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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4 14:09
[시승기] 쌍용차 G4 렉스턴, 렉스턴W의 업그레이드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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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마음이 복잡하다. 이 차가 많이 팔려서 쌍용차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지만, 한편에서는 짙은 아쉬움이 솟아난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완벽히 새로운 프리미엄 대형 SUV'라는 쌍용차의 주장이 그리 와닿지 않았다. 그냥 렉스턴W가 풀체인지되면서 크기가 조금 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G4 렉스턴은 렉스턴W와 꽤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차체는 렉스턴W의 프레임 바디를 기반으로 강성을 높였다.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 2.2 LET 엔진을 개선해 성능을 소폭 상승시켰는데, 서스펜션을 비롯해 스티어링휠 및 각종 페달의 반응성 등 주행 감각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실내외 디자인도 꽤 고급스럽게 바뀌었지만, 렉스턴W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듯하다.

실제로 렉스턴W는 G4 렉스턴 출시와 함께 단종됐다. 당초 쌍용차는 G4 렉스턴과 렉스턴W는 차급이 다르다며 당분간 함께 판매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G4 렉스턴이 나오자 곧바로 렉스턴W의 생산을 중단했다. 두 모델의 상품성이 워낙 많이 겹치는 이유도 있지만, 쌍용차 입장에서는 당장 G4 렉스턴을 살리는게 더 중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렉스턴W를 단종시키는게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듯하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디자인

측면 캐릭터 라인 등 외관은 티볼리에서 봤던 그것을 꽤 많이 채용했지만, 코란도 투리스모 등 구형 모델의 향기도 함께 느껴진다. 다행히 이를 적절히 잘 버무렸는데, 실제 크기에 비해 차체가 작아 보이면서 깔끔하다. 주간주행등과 안개등 등에 LED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지만, 정작 헤드램프는 최고급 트림에도 HID 방식이 적용돼 아쉽다.

 

높은 지상고·시트포지션을 고려해 사이드 스텝을 옵션으로 마련했는데, 고정식과 전동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시승차 중 한 대는 운전석쪽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작동할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났는데, 오프로드를 다녀와서 뭔가 낀 듯했다. 이런 상황까지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할 듯하다. 

# 고급감을 한껏 올린 넉넉한 실내 

실내에는 스티치가 들어간 나파가죽과 우드트림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개인적으로는 센터페시아 레이아웃과 스텝게이트 방식의 기어노브 및 토글시프트 등 전체적으로 '올드'한 느낌이 들지만, 이런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을 듯하다.

 

들어간 사양은 확실히 좋아졌다. 9.2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연동 7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 등의 편의 사양과 긴급제동 보조시스템과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주행 보조 사양을 넣었다. 그러나 레이더(또는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아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을 지원하지 않는 점, 유압식 스티어링 방식을 사용해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이 들어갈 수 없던 점은 아쉽다. 시끄러운 기계음의 통풍시트 소리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공간은 꽤 넉넉하다. 대형 SUV인 만큼 1열, 2열, 트렁크가 모두 여유로운데, 특히 2열 등받이 각도가 꽤 크게 기울여져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슬라이딩을 지원하면 더 좋았을 듯했지만, 등받이 기울기 조절 정도가 워낙 커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다만, 나중에 나올 3열·7인승 구조를 위해서는 슬라이딩 기능이 필요할 듯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20리터로 꽤 넓다. 2열 시트는 풀플랫과 더블폴딩 등 2가지 방식으로 접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최대 1977리터의 공간이 나온다.

# 일상에서 부족함 없는 주행 능력

전체적인 주행 감각은 예전에 탔던 렉스턴W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쌍용차가 자랑하는 2.2 LET 엔진과 벤츠 7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의 완성도는 더욱 좋아졌고, 동력 성능도 187마력·42.8kg·m로 기존(178마력, 40.8kg·m)보다 더 강력해졌다. 그러나 차체가 워낙 크고 무거워지다 보니, 이런 향상 폭을 체감하기는 무척 어려운 노릇이다.

 

벤츠 7단 변속기가 신속함보다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듯 변속 속도가 한 박자씩 느려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특히, 최대토크가 시작되는 구간이 1600rpm으로 렉스턴W(1400rpm)보다 200rpm 높아진 탓인지 초기 반응 속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대토크 밴드에 올라타고 나면 부드럽고 진득하게 속도를 올린다. 뛰어난 가속성은 아니지만, 차체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나무랄데 없는 빠르기다. 주행감도 만족스럽다. 프레임 차체의 단단함이 주행 중에 그대로 전달돼 안정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흡·차음재도 넉넉하게 사용해 아이들링부터 고속 주행까지 시종일관 조용하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잘 막아냈다. 

# 놀라운 오프로드 능력, 역시 프레임 바디

잠깐 경험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G4 렉스턴의 진가는 돋보였다. 차 자체가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모두 섭렵할 수 있도록 세팅됐지만, 사실 예전에 비해 온로드 성향이 더욱 짙어진 모델이다. 그럼에도 오프로드에서 여전히 강력한 주행 능력을 발휘했다.

 

단단한 프레임 바디는 차체 거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줬고, 약 3.2회전(락투락)의 스티어링휠은 좌우의 출렁거림에서도 불안하지 않게 운전자의 의지대로 잘 조향해줬다. 타이어 편평비도 50이지만, 웬만한 험로에서는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이어나갔다. 이 정도면 굳이 서스펜션을 트림에 따라 저가 모델에는 오프로드용 '리지드 액슬'을, 고가 모델에는 온로드용 '멀티링크'로 나눠 달지 않아도 될 듯했다. 

사륜구동은 파트타임 방식이다. 평소에는 후륜으로 움직이다가 주행 상황에 맞춰 4H(하이)와 4L(로우)을 선택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 적합한 구동 방식이지만, 요즘 나오는 풀타임 사륜구동에 비해 활용성은 크게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참고로 안전을 위해 4H 모드에서는 시속 80km 이하로, 4L 모드에서는 40km 이하로 주행하는게 좋다. 

# 경쟁력 높인 가격 정책, 기본 사양도 좋아

쌍용차는 최근 티볼리의 절묘한 가격 정책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엔트리 모델의 가격을 1600만원대로 맞춰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 사실, 좀 탈만한 차를 사려면 2000만원이 훌쩍 넘고, 최고급 모델은 옵션을 제외하고도 2500만원에 달하지만, 어쨌든 진입 가격을 낮춘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G4 렉스턴에도 티볼리에 사용된 정책이 그대로 적용됐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3350~4510만원으로, 차급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사양이 달라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모하비(4110~4850만원)와 비교해 기본 모델은 약 760만원, 최고급 모델은 340만원가량 낮다. 특히, 모하비뿐 아니라 싼타페·쏘렌토(2695~4035만원) 등 중형 SUV 소비층을 흡수하기에도 충분한 가격대다.

다행인 점은 3350만원의 기본 모델도 상품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후륜 서스펜션이 오프로드용 리지드 액슬인 점은 여전히 아쉽지만, 8인치 미러링 스마트 멀티미디어를 비롯해 운전석&동승석 통풍시트와 LED 안개등 및 LED 코너링 램프, EPB(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 홀드 포함), 앰비언트 라이팅, 220V 인버터, 고성능 에어필터 등의 사양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 G4 렉스턴, 티볼리 성공 신화 이어갈 수 있을까?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G4 렉스턴은 잘 팔릴 가능성이 높다. 모하비밖에 없는 국산 대형 SUV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데다가, 쏘렌토급 중형 SUV 오너들이 넘어오기에 가격 부담도 없다. G4 렉스턴은 철저하게 이 빈틈을 공략했다.

 

시장 분위기도 호의적이다. 최근 SUV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더 크고, 더 고급스러운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형 SUV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고, 그 중심에 G4 렉스턴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출발은 나쁘지 않다. 지난달 판매량은 2733대로, 목표 판매량인 월 2500대를 넘겼다. 월초의 연휴로 인해 부족했던 영업일수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티볼리가 그랬던 것처럼 G4 렉스턴이 놀라운 판매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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