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루즈 VS 아반떼…”좋은 차의 기준”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7.06.14 09:40
[시승기] 크루즈 VS 아반떼…”좋은 차의 기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GM이 도발적인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쉐보레 크루즈와 현대차 아반떼의 주행 성능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비교 시승 행사를 열었다. 이런 비교 시승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확실한 노림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실 알고 보면 이 행사는 단순히 서킷에서 잘 달리는 것을 보여주는게 전부는 아니었다.

# 서킷을 달리는 준중형차

국산 준중형차로 서킷을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적인 행사였다. 크루즈는 이미 충분했던 완성도가 더 높아졌고, 아반떼는 이전 세대보다 큰 폭으로 주행성능이 향상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은 아주 미묘한 차이를 두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서킷을 달리기엔 크루즈가 더 나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크루즈야 예전부터 탄탄한 골격과 다부진 하체 세팅으로 명성이 자자했으니 서킷을 달리는게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신형 크루즈는 몇가지 부족함마저 훌훌 털어버렸다.

 

아반떼에 비해 약 100kg 가량 무거웠던 크루즈가 극심한 다이어트를 통해 무게를 비슷하게 맞췄다. 신형 크루즈는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최대 110kg 가량 가벼워졌다.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새로운 준중형 플랫폼,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적극적인 알루미늄 사용 등이 주요했다.

무게만 가벼워져도 서킷을 더 수월하게 달릴 수 있는데, 신형 크루즈는 터보 엔진으로 출력도 큰 폭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서킷을 아주 스릴있게 달릴 수 있었다. 여전히 1.6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아반떼와 진검 승부를 하는 것 자체가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크루즈와 아반떼의 엔진 성능은 차이가 컸다. 크루즈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전구간에 부족함이 없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에서 크루즈는 손쉽게 시속 180km를 육박했지만, 아반떼는 시속 170km에 근접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비단 엔진 성능의 차이로 발생한 결과는 아니었다. 코너에서부터 명확한 차이가 발생했고, 탈출 속도도 크루즈가 월등히 빨랐다. 특히 고속 코너 구간에서는 크루즈와 아반떼의 조종성은 크게 달랐다. 크루즈의 스티어링은 직설적이었다. 조종이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이어의 그립이 스티어링휠로 또렷하게 전달됐다. 아반떼의 스티어링휠도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있었지만 다소 이질적이었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시점도 아반떼가 조금 빨랐다. 아반떼는 고속 코너에서 큰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간과할 수 없었던 부분은 타이어였다. 모두 ‘달리기’에 최적화된 차는 아니기 때문에 타이어에 의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크루즈에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아반떼에는 넥센타이어 ‘엔프리즈 AH8’가 장착됐다. 크루즈의 타이어가 가격도 두배 정도는 더 비싸고, 접지력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같은 타이어가 탑재됐다면 아반떼의 불안감이 훨씬 많이 해소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좋은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도 제조사의 역할이니, 마냥 불공평하다고 할 수 없었다.

여러 부분에서 크루즈의 서킷 주행 감각이 더 우수했지만, 아반떼가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반떼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서킷을 달리며 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럴때면, ‘한국GM이 뭔가 실수한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반떼의 차체 강성이나 서스펜션의 반응도 아반떼MD와 비교했을때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반떼의 기본기 또한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브레이크 시스템 등은 차이가 확연했다. 크루즈의 최고출력은 153마력, 최대토크는 24.5kg.m, 아반떼의 최고출력은 132마력, 최대토크는 16.4kg.m다. 제원만 놓고 따져도 차이가 컸다. 작은 코너가 연속된 구간에서 크루즈의 강력한 토크가 빛을 발휘했고, 오르막을 오를 때도 크루즈는 경쾌했다. 반면, 아반떼는 소리만 요란할 뿐 가속이 수월하진 않았다.

브레이크의 감각도 아반떼는 ‘여전히 현대차’였다. 페달을 살짝 밟아도 움찔했다. 완전히 꾹 밟기전까지의 답력 차이가 일정하지 않았다. 원하는 제동력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이에 반해 크루즈는 페달을 밟는 정도를 통해 줄어드는 속도를 예측하기 쉬웠다.

# 좋은 차의 기준

서킷에서 잘 달리는 것이 ‘좋은 차’와 연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GM도 이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한국GM은 크루즈가 아반떼보다 서킷에서 ‘몇초 더 빠르다’를 강조하지 않았다. 크루즈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어떤 설계가 있어서 서킷에서도 잘 달리는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엄청난 강성을 자랑하는 첨단 소부경화강(PHS, Press Hardened Steel)이 차체 밑바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반떼와 달리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프론트 너클의 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강조했다. 이밖에도 차체의 74.6%에 달하는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 랙타입 전자식 속도 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치밀한 설계가 곧 ‘좋은 차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서킷을 잘 달리는 것은 ‘덤’이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