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기가스 조작? 아우디는 "억울하다"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7.06.07 16:06
[기자수첩] 배기가스 조작? 아우디는 "억울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우디의 배출가스 문제가 또 불거졌다. 이렇게 거대한 회사에서 왜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지 고개를 갸웃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아우디 입장에서도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이번엔 '속임수'라고 단정짓기 좀 애매한 면이 있어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부 장관은 "새로 조사한 2종의 아우디 차량들에도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달린 것을 확인했고 여기 해당되는 2만4000대의 차량을 조사해 리콜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작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국(CARB)이 발표한 내용에 따른 것이다. 당시 CARB는 차량에 장착된 '특별한 소프트웨어'로 인해 시험 조건에서만 환경 오염물질이 적게 배출되고, 실제 도로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공해물질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젤 뿐 아니라 가솔린 차량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사실상 전 차종에 이 문제가 있다고 했다. 

CARB에 따르면 조작 소프트웨어는 스티어링 휠의 회전 상황을 모니터링하다가 스티어링휠이 15도 이하로 꺾이는 경우는 배출가스를 적게 배출하고, 그 이상으로 꺾으면 일상주행으로 인지해 자동 변속기가 변속을 늦추는 등의 수법을 동원한 조작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 아우디 생산 공장의 모습

시험실에 비해 일상 주행에서 배출가스가 많이 나오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때 사용된 소프트웨어는 '비밀' 조작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우디에 달려있는건 아우디가 자랑했던 '인텔리전트 시프트(intelligent shift)' 프로그램으로 주행 모드, 가속페달 전개 상황, 언덕이나 코너 등의 각종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변속을 늦춰주는 기능이다. 다시말해 직선도로에서는 일찌감치 변속해서 낮은 rpm을 유지하고 연비도 높이지만 코너에서는 높은 rpm을 유지해 다이내믹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팜플렛에도 적힌 기능이다. 

이 프로그램은 변속기 전문업체 ZF가 제공한 것으로 코너링 중간에 갑자기 변속이 돼 버려서 위험해 지거나 혹은 가속감이 사라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마니아들에게 칭찬을 듣던 기능이기도 하다. 

▲ 아우디 생산 공장의 모습

실은 변속기 회사 ZF가 제작한 만큼 아우디 뿐 아니라 이 변속기를 쓰는 포르쉐 등 다양한 폭스바겐 그룹의 자동차는 물론이고, BMW 등 다이내믹함을 중시하는 브랜드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모두 적용했다. 

아우디 입장에선 주행 감성을 높이기 위한 새 기능을 넣은 건데, 그 부분에서 발목을 잡히니 좀 억울할만도 하다. 엄밀히 보면 불법도 아니다. 코너링 중 배출가스를 측정한다는 규정이 지금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독일 교통부가 내놓은 아우디 A7, A8에 대한 리콜 발표는 조금 다른 사안이다. 이전에 CARB가 문제 삼은 상당수 아우디 차종의 변속기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부 대배기량 디젤 엔진에 국한 된 것으로, 시내 주행시 요소수(ADBLUE)의 분사를 조절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지적 한 것이다. 

# 왜 배출가스 문제 쏟아지나...RDE가 뭐기에

요즘 갑자기 등장하는 다양한 자동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문제는 모두 RDE(Real world Driving Emissions)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RDE 환경에서 배출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폭스바겐 투아렉이 막히는 서울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RDE란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포집해 시험하는 규정이다. 기존까지는 실험실에서 롤러 위에서 차를 주행하며 도로 환경을 모사해 배출가스를 시험하는 방식이었다. 이때는 목표하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만큼 우수한 기술력이 있는 회사일수록 더욱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시험 공부를 잘해 놓은 모범생이 더 나은 점수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RDE 환경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평범한' 운전자가 일상적인 도로에서 운전 했을때도 배출가스 규정을 맞춰야 한다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평범한 주행'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험실에서 주행하는 경우는 유로6를 통과한 모든 차량이 시험실 밖에서는 단 한대도 통과하지 못했다. 적게는 1.5배, 심한 경우 11배 이상의 NOx 배출가스를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시험기관에 따라서도 그 수치가 들쭉날쭉했다.

유럽 일부 국가와 우리나라에선 불과 3개월 후부터 RDE 규정이 시행된다. 당장 RDE 환경에서 유로6를 충족 하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차가 없기 때문에 일단 유로6의 2.1배까지는 허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판매 할 수 없는 차가 수없이 많아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 3년 후인 2020년까지는 1.5배까지 낮춰야하는데, 이 정도면 차를 못파는 회사도 생긴다. 이건 제조사 입장에선 보통 사건이 아니다. 

RDE 테스트 기법이 아직 설익었고, 제조사도 아직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시험이 정착 될 때까지는 폭스바겐은 물론 수많은 회사들의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헤프닝이 수없이 반복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