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420d…효율 얻고 낭만을 잃었나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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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07 14:34
[시승기] BMW 420d…효율 얻고 낭만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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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의 생명은 멋이다. 또 낭만이 서려 있어야 한다. 편의나 실용성 보다는 심미적인 디자인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문짝은 2개고 프레임도 없는게 보편적이다. 루프 라인은 세단과 달리 날렵하게 트렁크까지 이어진다. 최근엔 자칭 '4도어 쿠페'라는 이단아들도 많이 생겼지만 정통 쿠페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포츠카 디자인이다.

 

BMW가 최근 내놓은 4시리즈는 쿠페의 매력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3시리즈와 차별화를 뒀고 기술적인 차이점도 커졌다. 문짝은 두개로 줄었지만 차체는 더욱 넓어지고 높이는 낮아졌다. 또 공기저항계수나 양력계수가 향상됐고 차체 강성도 높아졌다. BMW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하체를 잘 다졌다.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느껴보기 위해 BMW 420d에 올랐다. 판매가격은 5533만원이며 최고출력은 184마력, 연비는 리터당 16.5km다.

◆ 3시리즈 파생 모델 중 최고의 핸들링

신형 3시리즈(F30)와 여기서 파생된 투어링, GT 등은 구형 3시리즈(E90)의 찰진 맛을 재현하지 못했다. 좀 엉성하고 말랑말랑해 단단하고 날카로운 맛이 줄었다. 스티어링휠의 가벼움과 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을 통해 편안한 조작과 승차감을 얻었지만 대다수의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3시리즈 특유의 역동성은 잃었다.

 

하지만 4시리즈는 다르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손맛과 노면을 확실하게 읽어내는 서스펜션, 넓고 낮아진 차체 등은 운전자를 열광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방향 전환에 따르면 반응이나 안정감은 최근 출시된 BMW 신차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국내 출시되는 4시리즈에는 M 스포츠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적용된 탓도 있다. 무게 중심이 낮은 것도 강점이다. 시트포지션이 BMW 전차종 중에서 가장 낮다. 운전석에 앉으면 엉덩이의 높이가 땅과 불과 130mm 떨어져 있다. BMW에 따르면 4시리즈는 무게 중심 또한 500mm 미만으로 낮춰 BMW 라인업 중에서 가장 낮은 무게 중심점을 확보했다.

 

차체의 한계점도 높다. 420d에 장착된 엔진으로는 이 차를 한계까지 내몰기 어렵다. 차체 강성이나 공기역학적인 요소가 워낙 잘 설계돼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동일한 와인딩 구간에서 점차 속도를 높이며 반복적으로 달려도 불안감이 고조되지 않는다. 손쉽게 코너를 재빨리 빠져나온다. 무거운 디젤 엔진이 앞에 달렸지만 밸런스가 우수해 조작한 것 이상으로 앞머리가 한쪽으로 쏠리지도 않는다.

◆ 역동성의 결여, 4시리즈의 개성이 필요

BMW 2.0 디젤 엔진은 120d부터 320d, 520d, X1, X3 등에 두루 탑재된다. 우수한 성능과 효율을 모두 겸비한 엔진임은 틀림없지만 다소 식상하다. ZF의 8단 변속기와 함께 조합되는 파워트레인은 차종 마다 세심하게 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고속으로 향해가는 느낌은 3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스포티함이나 짜릿함이 크게 부각되지도 않는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매력적이지도 않다. 서스펜션이 조금 딱딱하다는 차이만 전달되는 수준이다. 고회전을 쓰지 못하고 재빨리 변속되는 느낌이 쿠페에선 썩 와닿지 않는다. 속도는 빠르게 올라가는데 박진감은 없다. 하지만 고속주행에서 3시리즈나 GT에 비해선 크게 안정적이다. 노면에 바싹 붙는다.

 

주행모드 변경을 통해 그나마 엔진이나 변속기를 적극적으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스포트나 스포트+ 모드로 달리면 꽤나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가고 변속 시 얕은 충격도 전달된다. 하지만 역시 조금만 더 극단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궁극의 드라이브(Ultimate driving)’의 맛만 살짝 보여주고 마는 느낌이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 급제동은 나무랄 데 없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앞쪽이 가라앉는 ‘노즈-다이브’ 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흔들림 없이 차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제동 성능은 와인딩 구간에서도 꾸준하다. 앞바퀴 캘리퍼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가벼우면서도 열 저항성이 높고, 브레이크 건조 기능도 갖췄다.

◆ 차별성이 부족, “3시리즈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3시리즈 쿠페만 하더라도 세단과 디자인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다른 차라고 구분이 가능했는데 4시리즈는 옆모습을 보기 전까지 쿠페 모델 특유의 독창성이 발휘되지 않는다. 3시리즈에 비해 키드니 그릴이 더 날렵하고 범퍼 디자인도 조금 변경됐다고 하는데 따로 놓고 보면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다. 뒷모습도 아주 조금만 변경됐다. 

 

실내도 큰 차이는 없다. BMW 실내는 무척 익숙해 다소 지루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몇몇 부분이 바뀌었다는데 눈치채기 힘들다. BMW는 프리미엄을 강조하면서도 가장 구두쇠같은 브랜드다.

 

앞좌석을 앞으로 젖히고 당겨도 뒷좌석에 탑승하기 편하지 않다.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면 큰 불편은 없다. 다리 공간도 넉넉하고 머리공간도 충분하다. 단 좁은 시야에서 오는 답답함은 해결방안이 없다. 앉자마자 잠드는게 속 편하다. 앞좌석 승객의 편의를 위해 안전벨트를 밀어주는 자동 벨트 피더가 적용됐다. 문을 열고 닫을 때, 안전벨트를 착용했을때 각기 다르게 반응한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심각할 정도로 연약해보이고 마감도 저렴하다.

 

4시리즈에는 터치가 가능한 iDrive 터치 컨트롤러가 적용됐다. 하지만 사용 빈도는 극히 드물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돼 시인성이 뛰어나다. 

 

◆ 쿠페에겐 바라는 것이 많다

쿠페는 비싸다. 세단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문짝이 두개나 줄었고 뒷좌석 공간도 불편한 쿠페를 웃돈 줘가며 사야하는 것에 낯설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쿠페엔 바라는 것이 많다. 디자인, 고급스러움,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세단에 비해 월등해야 한다. 또 낭만이나 감성도 극대화돼야 한다. 어쩌면 디테일한 디자인요소나 성능은 애프터마켓 튜닝을 통해 보완이 될 수 있지만 감성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특히 420d는 눈을 뗄 수 없게 할지는 몰라도 귀를 즐겁게 해주진 못했다. 곱상한 쿠페가 덜덜대는 소리를 내며 지나는 모습을 보자면 괴리감이 크다. 거칠다 못해 시끄럽기까지한 4기통 디젤 엔진 소리에 한순간 맥이 빠진다. 이 엔진은 날카로운 엔진음과 폭발적인 배기음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효율을 위한 선택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느냐는 소비자의 몫이겠지만 쿠페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멋을 버리고 효율성을 택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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