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당신의 자동차에 안전조끼를 놓아두세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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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12:59
[이완 칼럼] 당신의 자동차에 안전조끼를 놓아두세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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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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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철입니다. 후보자들이 여러 가지 공약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 문뜩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게 됩니다. '만약 지금 내게 당장,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통정책을 하나만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생각해 보니, 그동안 자동차나 교통 관련 글을 쓰면서 여러 의견을 냈었네요. 꽤 거대한 담론부터 공격적 의견까지 다양한 주장을 펼쳤더군요. 그런데, 막상 공약을 걸려니 무척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효과는 물론이거니, 법이 만들어졌을 때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오랜 고심 끝에 제가 내놓은 공약은 '안전조끼 의무화'입니다. 

# 늘어나고 있는 교통사고 2차 피해자

최근 교통사고 사망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2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2차 사고의 치사율은 매우 높은데요. 사고를 수습하겠다며 수신호 등을 보내다 미처 이를 발견 못하고 달려오던 차에 치였다는 뉴스 등을 본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특히, 야간에 고속도로 등에서 갑자기 차가 고장이 나거나 추돌 사고 등을 당했을 때 2차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 안전조끼 착용 모습 / 사진=tuv.com

보통 추돌 사고나 고장이 났을 땐 차량을 갓길로 옮기고 삼각대나 불꽃 신호기 등을 설치하고 난 뒤, 차로 바깥으로 피하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이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차량을 이동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죠. 또 1, 2차로에서 사고를 당해 차 안에서 빠져나와 가드레일 밖으로 이동하는것 역시 다른 차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등에선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안전조끼는 내 위치를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알리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됩니다. 

# 안전조끼 의무화한 나라들

얼마 전 독일의 한 어두운 국도에서 고장 난 차를 세우고 수리를 하려던 운전자가 트럭에 치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로등이 없는 곳이었는데, 하필이면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있어서 트럭 운전사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이죠. 그런데 만약 이 운전자가 안전조끼를 입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독일에서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독일에서 등록된 자동차, 트럭, 버스 모두에 안전조끼가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법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의 경우 강제적이진 않지만, 비치하라고 권하고 있죠. 또 어두운 도로를 이용하는 보행자나 자전거 등도 안전을 위해 착용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 자전거 운전자도 안전조끼 착용을 권하는 나라가 많다 / 사진=tuv.com

독일이 이를 법으로 규정한 것은 사고 비율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 법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비치해야 한다는 것은 의무지만, 이를 착용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다른 나라처럼 착용까지 의무화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독일 이외에도 많은 나라들이 안전조끼를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구체적 내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고 벌금도 최고 2000유로 이상(오스트리아)까지 다양합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룩셈부르크, 루마니아, 세르비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체코, 헝가리 등이 안전조끼 비치나 착용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가 법으로 정해놓고 있죠? 그중에는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룩셈부르크, 핀란드, 헝가리)도 상황에 따라 반드시 입어야 한다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안전조끼의 중요성이 인정된다고 하겠습니다. 

# 보관은 트렁크가 아닌 실내

▲ 안전조끼가 놓여 있어야 할 적절한 위치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재무팀 캠페인 유투브 영상 캡처

법으로 정했으니 구입해 놓긴 했지만 의외로 독일의 많은 운전자들이 안전조끼를 트렁크에 둔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다 놔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캠페인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차 안에서부터 조끼를 입고 나오는 것입니다. 차 밖으로 나오는 순간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죠. 

# 등하굣길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안전조끼

독일은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히 아이들, 그리고 애완동물의 안전조끼 착용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독일 완성차 업체나 자동차 관련 단체들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는데, 그중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조끼 보급과 교육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도로를 횡단하며 등하교해야 하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만이라도 꼭 입혔으면 하는 생각인데요.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안전조끼 착용한 독일 초등학생들 / 사진=ADAC

# 우리도 안전조끼 의무화 필요, 제조사는 신차 출고 시 기본 비치해야

도로 청소하는 분들, 도로변에서 공사하는 분들 모두 안전조끼나 안전띠가 달린 복장을 하고 일합니다. 자동차 탑승자도 마찬가지죠. 도로에 나서는 순간 예외 없이 누구나 사고 위험에 노출됩니다. 따라서 우리도 더 늦지 않게 의무화를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 부담이 없음에도 사고 예방에 확실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들도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차 출고 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잡고 안전조끼를 비치해주면 어떨까 싶네요. 비용 부담 크지 않으면서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는 좋은 마케팅이라 생각합니다. 또 자동차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자전거 타는 아이들, 등하교 시 횡단보도 등을 이용해야 하는 학생들도 습관처럼 착용하게끔 부모와 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거대한 시스템 개선이나 강력하고 지속적 단속 등을 통해 위험을 억제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작은 규칙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더 나은 도로환경과 더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부터 실천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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