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화제의 차는 단연 켄보 600과 쉐보레 신형 크루즈다. 켄보 600이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품질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면, 크루즈 또한 상식을 넘나드는 가격 정책과 논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신형 크루즈는 품질 이슈로 군산공장 가동 차질까지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판매에 한 발 다가선 신형 크루즈가 이번엔 돌연 200만원 가격인하 카드를 들고 나와, 준중형차 시장 1위가 아닌 이슈의 차 1위 자리를 탈환하고자 한다.

 

사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문을 열어 제친 신형 크루즈는 준중형차 시장에 무혈입성이 가능한 기대주였다. 더불어 올란도 단종 소식에 몸을 떨어야하는 군산공장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앞서 말리부와 같은 구세주가 되어야 할 차였다.

그러나 고객들 손에 쥐어진 크루즈의 가격표는 놀라움을 넘어선 분노의 대상이었다. 한국GM은 '장기적인 관점의 시장 전략이 없다'는 것을 자백이라도 하듯 본격적인 판매개시를 앞둔 시점에 전면적인 가격 수정을 가져왔다.

 

지난해 말리부와 카마로, 트랙스가 빨랫줄 같은 안타와 도루, 밀어내기로 어렵게 만든 만루의 기회를 지명타자인 크루즈가 싸인 미스로 놓치는 꼴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해외파 볼트EV가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마쳤지만, 선수층이 취약한 팀에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찬스를 절대 흘려보낼 수 없다.

새로운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면 늦은 고심의 흔적이 보이는 것도 같다. 기본 모델 가격은 아반떼 밸류플러스와 맞추고 주력인 LT 트림 이상의 모델도 수긍할 수준의 가격 사정권에 들어왔다. 고객 인도 전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은 이제라도 차를 팔아보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어 반갑다. 비록 일관성 없는 가격정책일지언정 소비자 의견에 귀기울이는 모습은 바람직한 자세라고 추켜세우고 싶다.

 

제임스 김 사장은 초기 가격 정책을 입안한 임원에게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긴급 가격 수정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약속과 팀 운영의 일관성 사이에서 강공을 택한 것이다

이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크루즈가 힘껏 풀스윙을 휘둘렀다. 안타일지 홈런일지 아웃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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