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모터그래프 기자들에게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1.02 11:53
[신년사] 모터그래프 기자들에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둘째 아이는 우리 모터그래프와 나이가 똑같습니다. 사무실에 처음 입주한 그날, 8월 16일에 태어났으니까요. 4개월 지난 아기는 아직도 누워 옹알이를 하는 정도지만 우리 회사는 전혀 다릅니다. 

모터그래프는 이미 인터넷 통계 사이트에서 봤을때 자동차 전문지 중 5위에 올라섰고, 주간 순위를 보면 2위까지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다음 같은 포탈 사이트에 자동 전송되는 것이나, 커뮤니티 사이트로 옮겨져 읽히는 기사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단한 성과입니다.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불과 4개월만에 이런 성과를 거둔다니 놀랍죠. 양적으로 기본 바탕을 갖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 만족해선 안됩니다. 뻔한 잔소리가 되겠지만 새해를 맞아 몇가지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Worth to read. 많이 읽히는 기사가 아니라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야 합니다. 단순히 가십성이나 소문을 유포하는게 아니라 우리만의 글, 읽고 나면 읽기 전에 비해 무엇인가가 나아지는 글. 생활 태도가 바뀌는 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글. 업체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글이 모두 가치있는 글입니다. 가치있는 글은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기자 자신에게도 보람된 일이 됩니다.

기자란 눈에 보이는 물건을 생산하는 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의 기쁨을 좀체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쓸모 없는 글, 돈벌이를 위한 글만 쓴다면 결국 일의 의미를 잃고 자괴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거지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가치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다만 아무리 멋진 글을 쓴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가치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단지 그래야 한다는 생각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 구조와 기술적인 능력을 키워나가고 매일 갈고 닦아야 합니다.

'가치있는 기사'가 꼭 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영상이나 사진이나 인포그래픽 또한 가치있는 기사입니다. 인포그래픽을 그리는게 기자의 본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 또한 오산입니다. 기자가 정보를 전달하는데 수단을 가려서는 안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 적절하게 전달하는게 바로 가치있는 기사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모든 기술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걸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두번째는 존경받을 수 있는 매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매체가 양적인 성장은 이루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이 점입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 자기만의 글을 쓰는 매체여야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적거나 그저 그런 정보를 조합해 내는 식의 글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많지만 이런 글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발로 뛰어 쓴 기사는 생명력이 있고 스스로 살아 숨 쉽니다. 독자들에게 언급되고 다른 기자들을 통해 재생산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꺼리가 없다고 말하기 쉽지요. 하지만 자동차 세계도 총알이 빗발치고 , 권력이 업계를 지배하며, 난민처럼 버림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면받는 이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올바른 글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세번째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라는 직종은 유혹이 많습니다. 홍보담당자들은 기자들을 추켜세우며 걸핏하면 술먹자거나 밥먹자고 하는 등 여러 유혹이 생깁니다.  반대로 취재원은 퉁명스럽거나 관계가 잘 맺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간사해서 이러다보면 생각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글도 그렇게 되기 쉽습니다. 홍보담당자는 기자들과 만나는게 주 업무지만 기자는 그 사람들과 친해지는게 업무가 아닙니다. 나를 만나자는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내가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흔들리기 쉽습니다. 자신만의 편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옳은 것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기자들이나 데스크와 시시콜콜한 얘기라도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도록 노력합시다. 

지난 4개월간 우리는 언제나 좌충우돌하는 매체였습니다. 싸우고 협박받기도 했지요. 간혹 틀리기도 하고,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속에서도 우리는 더 나은 길로 가고자 했습니다. 

어떤 길이 더 나은 길인지 당장은 모르지요. 하지만 세상을 나아지게 할 만한 가치있는 글을 쓰고 존경받을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하고 흔들리지 않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우직하게 가다보면 결국엔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거라고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