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미세먼지 주범? 디젤차 아닌 '타이어·브레이크'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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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7 16:42
[독일은 지금] 미세먼지 주범? 디젤차 아닌 '타이어·브레이크'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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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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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디젤차 진입 및 통행이 엄격하게 제한될 예정입니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의 대표 도시 중 하나로,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의 고향이자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미세 먼지가 너무 많이 발생돼 아예 내년 1월부터 유로6 이하 디젤차가 못 다니도록 원천봉쇄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최근 바덴-뷔르템부르크주 총리인 녹색당 소속 빈프리트 크레취만은 주도(주의 수도)인 슈투트가르트에 디젤차 운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을 승인했습니다. 이는 작년 초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지 1년여 만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미세먼지 경보 발령이 나자 주정부는 자발적으로 시민이 디젤차 이용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죠. 결국 일일 평균 기준치 50㎍/㎥(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를 1년에 35일 이상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EU 규정을 훌쩍 넘어 63일이나 초과하게 됐습니다. 이에 주정부는 과감하게 디젤차 진입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 국내에 비해 2배나 엄격한 미세먼지 등급

미세먼지 평균 제한치를 초과한 슈투트가르트의 경우 80㎍/㎥에 이르는 경우가 잦아 EU로부터 벌금 등, 제재 대상이 되었습니다. 당장 이 수치를 기준치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되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디젤차 운행 금지 조치입니다.

 

참고로 유럽연합의 일일 미세먼지 기준치는 50㎍/㎥인데요.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과 같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100㎍/㎥로 되어 있죠.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슈투트가르트의 미세먼지 일일 평균치가 80㎍/㎥여서 문제가 됐는데, 이를 우리나라 기준에 대입하면 미세먼지 '보통' 등급에 해당됩니다.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되는 것이죠.

어쨌든 규정을 지켜야 하는 주정부 입장에서는 구형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제한하는 게 효과를 가장 빨리 보는 것이라 판단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디젤차 제한조치는 미세먼지만이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정부와는 달리 유럽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2) 배출을 구분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 질소산화물 배출의 주범으로 역시 디젤차가 지목된 것입니다. 현재 강하게 규제되고 있는 대기오염 대상은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그리고 질소산화물 등입니다. 이 중 두 가지가 디젤차와 연결된 것이죠. 당연히 주의 입장에선 디젤차를 콕 찍어 지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 정부가 작년 디젤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 미세먼지 주범은 따로 있다?

슈투트가르트 시내 디젤차 진입 금지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 독일의 유력 일간지 차이트는 미세먼지에 있어 자동차 엔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차이트가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운영하는 '환경측정 및 자연보호 연구기관(LUBW)'의 자료를 그 주장의 근거로 삼았죠.

연구소는 슈투트가르트에서 가장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것으로 드러난 넥카토라는 지역에서 측정을 했는데,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85%는 타이어 마모, 제동장치 사용 시 생기는 미세가루, 그리고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가 도로 면과 마찰하며 생기는 먼지 등에 의한 것임을 알아냈습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를 지목했는데 공교롭게도 해당 주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는 다른 실험 결과를 낸 것입니다. 실제로 측정된 자료를 보면 자동차 엔진에 의해 발생한 미세먼지 농도가 1.9㎍/㎥였던 것에 반해 타이어 마모와 도로 면의 마찰로 인해 부유한 미세먼지의 농도는 11.9㎍/㎥로 훨씬 높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배기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 전기차라 할지라도 이런 이유 등으로 미세먼지는 발생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실제로 디젤차 진입 금지 조치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 스위스에 있는 재료테스트 및 연구 기관인 'EMPA'는 자동차 제동장치가 미세먼지 발생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독일 연방고속도로 연구소'는 자동차 한 대에 장착된 타이어가 1년 평균 0.1g의 미세먼지는 만드는데 이는 독일에서 1년에 총 111,400톤의 미세먼지를 만드는 양이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아데아체나 독일 자동차 전문지 등은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서도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타이어업체인 피렐리는 반론을 폈는데요. 타이어는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1% 이하밖에 차지하지 않으며,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타이어 마모나 도로면 마찰 등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세먼지양은 적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LUBW는 슈투트가르트 시내 전체를 조사했을 때 타이어와 브레이크가 미세먼지 발생에 주는 영향력은 44% 수준이었다며 1% 미만이라는 피렐리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습니다.

# 독일인 68%, 디젤차 금지 조치에 부정적

 

그 외에도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도 미세먼지 발생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 종합해도 디젤 엔진을 미세먼지의 주범이라 보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유로6 이하의 디젤차 진입 금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29%(4,353명)가 바덴-뷔르템부르크주의 조치가 환경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고, 68%인 10,279명은 '너무 과한 결정'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지난 1월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2016년은 독일 내 미세먼지 발생량이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해였다는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죠. 디젤차가 늘어난 독일에서 아이러니하게 미세먼지 평균 수치는 점점 낮아졌다는 건데요. 이러한 사실만 봐도 디젤 엔진과 미세먼지 증가의 관련성은 낮아 보입니다.

# 그럼에도 디젤차는 위험하다

정리해보죠. 일단 주정부의 결정에 의해 슈투트가르트에는 유로6 이하의 디젤차는 특수목적차를 제외하고 모두 진입이 금지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와 기관들은 미세먼지 증가와 디젤차의 관련성은 높지 않다며 이것이 미세먼지 억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아닌 질소산화물로 이야기가 넘어오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독일 연방환경청은 작년에 독일에서 질소산화물 기준치가 57% 넘어섰다고 전했는데요. 인체에 해로운 질소산화물이 디젤 엔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에 영향을 받은 주행색 스모그(LA 스모그)는 질소산화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아닌, 질소산화물이 만드는 직접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디젤차에 대한 제한 조치는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디젤차만이 아니라 자동차와 이동 수단 전체에 대한 명쾌한 조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기오염 예보의 경우 질소산화물은 스모그라는 더 광범위한 대기오염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미세먼지 예보 등급이 아닌, 확장된 개념의 스모그 예보 등급으로 변환해 대기 오염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가장 큰 위험은 중국발 스모그

올해 초 한국일보는 단독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70%가 중국 탓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발 스모그가 한국으로 밀려와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정부가 그간 밝힌 40%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중국에서 발생해 날아온 스모그 (그 안에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외에 여러 오염 물질이 포함돼 있음)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대기오염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에 대한 확실한 종합적 대책을 중국과 협의해 세워야 합니다. 물론 디젤차가 만들어내는 질소산화물 배출 역시 규제하고 관리해야겠죠. 하지만 더 큰 문제를 외면하고 엉뚱한 것에서만 답을 찾아선 안 됩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디젤차 제한조치로 얘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현재 우리 대기오염 대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 부분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지켜보는 입장에서 염려가 큰데요. 중국발 스모그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은 디젤 자동차가 아니라 타이어나 제동장치, 그리고 자동차 주행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 등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확한 분석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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