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시승기…'단점이 안 보이는 차'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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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3 12:05
[이완 칼럼]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시승기…'단점이 안 보이는 차'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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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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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 하나로 버티던 빈약한 SUV 라인업에 티구안의 가세는 폭스바겐에게 큰 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008년부터 팔려나간 티구안 1세대는 2016년 2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실용성, 주행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다시 1세대의 약점들을 보완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출시된 지 1년(2016년 4월), 한국 정부로부터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2세대 티구안은 아직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증이 끝났어도 벌써 끝났어야 할 이 차에 대해 한국 내 정보는 많지 않은 상태인데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잠깐이지만 시승해 본 소감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 커진 차체에 달라진 인상

▲ 신형과 구형 앞측면 비교 사진 / 상 : 1세대, 하 : 2세대

2세대 티구안은 1세대와 스타일에서 우선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곡선과 동그란 면 처리 등이 1세대의 특징이었다면 2세대는 선과 각을 강조했죠. 더 커진 차체는 물론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을 줬던 1세대에 비하면 좀 더 복잡해진 인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1세대와 2세대는 제원상 어떤 차이를 보일까요? 유럽에서 판매되는 티구안 신, 구세대를 한 번 비교해봤습니다.

▶ 전장 / 전폭 / 전고 / 휠베이스 (mm)

1세대 티구안 : 4,433mm / 1,809mm / 1,703mm / 2,604mm

2세대 티구안 : 4,486mm / 1,839mm / 1,673mm / 2,677mm

더 길어졌고 더 넓어졌으며 더 낮아졌습니다.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의 축간거리 역시 더 길었습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기아 스포티지와 비교해봤더니 전장은 6mm 길었고, 전폭은 16mm 좁았으며, 높이는 28mm 높았습니다. 휠베이스 역시 7mm 티구안 신형이 더 길었습니다.

▲ 후방측면 비교 사진 / 상 : 2세대, 하 : 1세대

▶ 트렁크 용량

1세대 티구안 : 기본 470리터, 최대 1,510리터

2세대 티구안 : 기본 615리터, 최대 1,655리터

기존 티구안에 가장 큰 불만이라면 역시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었을 겁니다. 폭스바겐도 그 점을 인식하고 신형은 공간 확보에 주력한 듯합니다. 경쟁 모델인 스포티지(기본 491리터, 최대 1,492리터)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는데요. 독일 매체 아우토빌트가 BMW X1과 비교한 티구안 트렁크 용량을 보면 X1보다 작은 박스(1.5리터 패트병 6개가 담기는)가 한 개 더 들어가더군요. 이제 동급 기준으로 트렁크 작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신형 트렁크

# 넉넉한 좌석 공간과 세련되어진 실내

1세대와 2세대를 모두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습니다. 운전석에 앉자 일단 1열 좌석 공간이 여유롭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습니다. 지상고가 낮아졌지만 답답함보다는 넉넉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실내 디자인과 소재도 1세대보다 좋아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습니다.

▲ 실내 비교 / 상 : 2세대, 하 : 1세대

특히 시승차의 경우 계기반이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Active Info Display)라는 이름을 한 디지털 계기반이 적용돼 있었는데요. 아우디의 버츄얼 콕핏과 기본적으로 같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잠시 경험해보니 굳이 센터페시아에 있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지 않더라도 계기반 안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그 점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 등이 너무 직각으로 돼 있어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게 비스듬하게 조정이 되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 운전대 및 계기반 모습

뒷좌석의 경우 실내 공간이 더 넓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무릎 공간도 넉넉해서 답답한 느낌이 1세대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죠. 또 마사지 기능이 있는 시트와 직물임에도 알칸타라를 부분 적용한 시트 커버 등도 고급감을 더했습니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둘러봐도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고 할 만했습니다.

▲ 뒷좌석 받침대
▲ 2열 무릎 공간

# 4모션, 이렇게 부드러웠나?

시동을 걸고 바로 영업점을 빠져나와 달렸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아우토반을 달릴 수 없었던 점이 제일 아쉬웠는데요. 그럼에도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네바퀴 굴림 4motion이 준 느낌이었습니다. 1세대 시승 당시에도 사륜 모델을 타봤지만 2세대의 경우 훨씬 더 좋았습니다.

▲ 신형 티구안

구동은 무척 부드러웠고, 독일 매체들이 칭찬한 서스펜션의 덕인지 코너를 부드럽게 돌아줬습니다. 회전교차로나 좌우 회전이 필요한 곳에서 더 과격하게 차를 돌리고 싶어질 정도였죠.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요. 그만큼 부드럽고 안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정지했다 출발 할 때의 가속감은 좀 아쉬웠는데, 400Nm 수준인 190마력 모델이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주행의 안정감은 이전 모델보다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엔진룸

시승차는 2.0 TDI 7단 DSG 모델로, 1세대 (140마력, 토크 320Nm)보다 마력과 토크(340Nm)가 강화됐고 DSG 역시 7단이 적용돼 연비나 주행질감 등에서도 작은 진전을 보였습니다. 다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서는 7단을 거의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아우토반 등을 달려야 좀 더 정확한 차이를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 맘에 드는 조향감과 넓은 시야

폭스바겐의 전체적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면 조향감입니다. 2세대 티구안 역시 스티어링 휠의 지시에 맞춰 차는 잘 따라주었습니다. 덩치는 더 커졌지만 되레 정확도나 민첩함에서는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 판단이 편견은 아닌지 궁금해 집에 돌아와 독일 매체의 비교테스트 자료를 몇 개 찾아봤습니다.

▲ 운전자 시야에 부담을 덜 주는 A필러, 그리고 BSD 작동 모습

240마력짜리 TDI 티구안과 231마력의 BMW X1의 아우토빌트 비교평가에서는 BMW의 자랑이랄 수 있는 민첩함과 조향감 항목에서 모두 티구안이 앞서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서스펜션 역시 X1과 견줄 수준으로 평가됐죠. 기아 스포티지와의 평가에서도 조향성과 민첩함 등에서 앞선 결과를 얻었습니다. 단 제동력에서는 스포티지가 좋은 점수를 받았죠. 전체적으로 공간, 주행, 편안함 등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였고, 연비 테스트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은 공인된 것보다 두 모델 간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자료들을 보면서 '내가 몸으로 느꼈던 것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더군요. A필러는 시야를 거스르지 않는 등 전방 시야 확보에서도 다른 경쟁 모델들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제동력의 경우 타이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승차에 장착된 기본 17인치보다 더 큰 19인치 이상을 장착한다면 보다 안정감 있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 단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키운

엔진에서는 디젤의 변화가 눈에 띄었는데요. 기존 140마력과 177마력 두 가지였던 디젤 엔진은 150마력과 190마력, 그리고 240마력,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또 다양한 사양 적용이 가능한데 터치식 내비게이션은 8인치 화면이 옵션 적용이며 음성 명령 지원 기능도 있습니다.

긴급 자동 제동 시스템과 그 외 다양한 안전 장치는 물론, 이미 골프에 적용된 실린더 가변형 액티브 실린더 매니지먼트 기술 등이 적용돼 안전과 연비효율을 높였습니다. 1시간 정도 운전을 해본 게 전부였지만 독일 내 여러 평가지표 등을 봐도 2세대 티구안은 특별히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말할 만한 부분이 없는 자동차였습니다.

▲ 신형 티구안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SUV, 그중에서도 콤팩트 SUV 시장의 경쟁은 뜨겁습니다. 그리고 티구안은 그 안에서 골프와 같은 존재가 되려고 작심을 한 듯 보입니다. 어느 독일 자동차 매체가 '해치백에 골프가 있다면 콤팩트 SUV 대표급은 티구안이라 할 수 있다'라고 표현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스타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만한 게 없습니다. 이렇게 차를 야무지게 만들면서 프로그램 조작 같은 바보 같은 선택을 해 자신의 가치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것인지,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는데요. 언제쯤 이 차가 한국에 들어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잘하는 점을 믿고 정직하게 승부를 펼쳤으면 합니다. 티구안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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