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5세대 코란도C, 뜨거운 얼굴과 차가운 몸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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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31 15:53
[시승기] 쌍용차 5세대 코란도C, 뜨거운 얼굴과 차가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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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촘촘한 LED가 점등된, ‘스페이스 블랙’ 컬러의 신형 코란도C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코란도’가 건네는 남성성은 여전했다. 충분히 멋져 보이는 각도도 있었다. 적은 비용과 시간 투자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게끔, 얼굴을 집중적으로 고쳤다. 새롭게 디자인한 멋있는 휠도 신었다. 뒷모습도 약간 달라졌다. 현재의 결과물은 쌍용차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다. 

세대 교체마다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엔진을 누군들 넣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쌍용차는 스스로 다양한 엔진과 변속기를 제작할 능력이 부족했다. 환경규제가 엄격해 질수록 쌍용차의 엔진은 점차 수가 줄어들고 있다. 회사는 오랫동안 적자를 냈다. 이제 겨우 흑자를 보며, 겨우겨우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엔진을 내놓았다. 변속기도 새롭게 가져왔다. 6~7년이란 시기를 딱 맞추지 못했을 뿐이지, 쌍용차는 나름대로 분발하고 있다.

세대 교체를 흠 잡을 생각은 없다. BMW도 풀체인지 모델에 예전 엔진을 그대로 넣는 경우도 있고, 현대차도 플랫폼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여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쌍용차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굳이 좋은 것을 바꾸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온 코란도C의 변하지 않은 부분은 과연 좋을 것일까. 어쩌면 소비자들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은, 생소한 얼굴, 똑같은 엔진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쌍용차의 성격이나 트렌드와 동떨어진 코란도C의 움직임이다.

오프로드를 잘 달리는 것이 SUV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그땐 프레임 바디와 사륜구동 등이 SUV의 기본이었다. 쌍용차는 이런 오래된 무기를 들고 싸웠다. 그사이 현대차와 기아차는 모노코크 바디로 제작된 투싼과 스포티지로 시장을 휩쓸었다. 쌍용차는 이후 7년이 지나서야 이들을 쫓기 시작했다. 

작은 세단에 대한 경험이 많았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생동감 넘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곧잘 만들었지만, 쌍용차는 경험이 없었다. 역사에 기록될만한 SUV를 여럿 만들었지만, 도심형 크로스오버에 대한 이해는 크지 않았다.

코란도C는 그동안 쌍용차가 만들었던 모든 차와 완전히 다른 차였지만, 쌍용차는 ‘정통 SUV’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결국 투싼, 스포티지와 형태는 비슷했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게 됐다.

오프로드를 더 잘 달릴 수 있을진 몰라도, 날렵하고 경쾌한 느낌은 크게 부족했다. 신형 코란도C도 마찬가지였다. 경쟁 모델보다 배기량은 높지만, 출력은 오히려 낮다. 14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된다고 하지만 경쾌함이 경쟁모델보다 확연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순간적인 가속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가속페달을 밟는 것, 엔진과 변속기가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것, 속도가 오르는 것 등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예전보단 꽤 많이 나아졌다. 반응이 즉각적이진 않았지만, 힘은 출중했다. 두터운 토크를 통해 불쑥 치고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몇년전부터 쌍용차의 새로운 변속기로 간택된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도 괜찮았다. 신속하고, 직결감이 뚜렷하진 않았지만, 변속이 부드럽고 무엇보다 디젤 엔진과 궁합이 좋았다. 코란도C의 엔진 성능을 깎아먹지 않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게 도왔다.

서울에서 화천까지 향하는 동안, 운전도 하고 조수석에서도 앉고, 뒷좌석에도 타봤다. 쌍용차는 뒷좌석의 유용함을 크게 강조했었다. 리클라이닝과 평평한 바닥을 통해 여유로운 공간과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감동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또 뒷좌석에는 별도의 에어컨 송풍구도 마련되지 않았고, 통통 거리는 서스펜션 스프링의 진동이 고스란히 헤드레스트로 전달됐다.

쌍용차는 신기할 정도로 서로서로 닮았다. 신형 코란도C의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느낌은 렉스턴W, 코란도스포츠와 판박이 같았다. 과감하게 한방에 스티어링휠을 돌려 코너를 통과하고 싶은데, 반응이 일관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야 했다. 느슨함, 혹은 헐렁함이 먼저 손끝으로 느껴졌다. 약간의 ‘맹탕’ 구간을 지나야 차의 무게와 반응이 전달됐다. 

어쩌면 티볼리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단순한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그간의 쌍용차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디자인, 파워트레인이 아닌, 신형 코란도C의 조금 성격이 달라졌다면, 더 쉽게 세대 교체를 납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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