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두얼굴'의 도요타 캠리 직접 보니...현대차도 놀랐다
  • 미국 디트로이트=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7.01.17 17:52
[디트로이트] '두얼굴'의 도요타 캠리 직접 보니...현대차도 놀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는 도요다라고 합니다” “도요타요?” “아니 저는 도요다인데요” “그러니까 그게 그거 아니예요?” 

2017 디트로이트 모터쇼. 도요타 캠리를 선보이기 직전 상영한 영상에 ‘아키오 도요다’사장이 파격적으로 등장했다. 도요타 신형 캠리의 광고 모델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꽁트였는데, 아키오 도요다 사장이 지원했다가 두명의 심사위원에게 놀림만 당하고 떨어지고 말았다는 내용의 코믹물이었다. 

 

보통 자동차 회사의 사장은 엄숙한 분위기로 인삿말 몇마디를 전하고 무대를 내려가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시종일관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로 마치 코미디언 사회자처럼 분위기를 이끌고 사람들을 소개했다. 발표회장에선 청중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본인이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점을 오히려 웃음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이번 도요타 캠리는 완전히 다른 두가지 트림을 갖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 XSE에 대해선 ‘엑스이’가 아닌 ‘섹시’라고 발음했고 ‘XLE’는 더 섹시하다며 ‘모어 섹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도요타 신형 캠리 XSE

사장은 웃음의 대상이 됐지만 내놓은 차는 결코 비웃을 수 없는 대단한 차였다. 디자인은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을 약간 가져오기도 했고,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화려한 요소들을 가득 담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덩치는 커졌지만 오히려 더 날렵해 보이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고급스런 실내를 강화했다. 

놀랍게도 모델을 두가지로 완전히 나눠 두가지 모두 캠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른 두개의 모델을 내놓은 듯 했다. XSE는 스포티한 모델로 마치 스포츠세단을 보는 듯 하고, XLE는 점잖은 프리미엄 고급차를 보는 것 같았다. 측면 라인은 비슷한데 전혀 다른 두차로 보이는 점이 마술 같았다. 말하자면 현대차 쏘나타를 비롯한 경쟁자들은 도요타의 한대 차가 아니라 두대의 차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 했다.

▲ 도요타 신형 캠리 XLE 하이브리드

현장에서 만난 양웅철 부회장도 “캠리 디자인이 좀 지루하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과감하게 두개의 디자인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 “우리가 그만큼 했으니까 도요타도 경각심을 갖고 하는 거고, 서로 경쟁을 해야 발전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사업은 항상 수년 후 까지 내다보는데 우리도 이 내용을 파악하고 다음 것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 아키오 도요다의 '도박'...가장 잘 팔리는 차, 가장 파격적으로 바꾸다

아키오 도요다는 캠리의 미국인 디자이너 이안 카타비아노(Ian Cartabiano)를 일으켜 세우고 치하한 후 도요타가 미국에서 무려 13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5년간 100억불(12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5년간 미국서 가장 많이 팔린 차라는 점과 공장에서 근무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했다.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체제에서 도요타가 누구보다 미국적인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아키오 도요다 사장이 캠리의 디자이너 이안 카타비아노를 일으켜 세워 소개하고 있다. 도요다 사장은 자신이 카타비아노의 이름을 발음하지 못한다고 우스개를 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59mm × 전폭 1839mm × 전고 1440mm, 휠베이스 2826mm로 커졌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오히려 좀 작아 보인다. 전고가 이전에 비해 25mm 낮아지고, 보닛은 40mm가량 낮아졌다.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무게중심(CG)이 더 낮아져 주행 안정성이 향상 됐다고 밝혔다. 시트 승차 높이(H포인트)도 이전 모델에 비해 앞좌석이 25mm, 뒷좌석은 30mm 낮아졌다. 

▲ 도요타 신형 캠리

인테리어는 스포티한 분위기로 훨씬 향상됐고, 센터 콘솔라인의 비스듬한 라인이 묘하게 들어갔다. 실제로 핸들링도 이전에 비해 스포티하게 세팅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여기에 10인치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엔진은 2.5리터 직렬 4기통, 3.5리터 V6,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3가지를 장착할 수 있다. 

▲ 도요타 신형 캠리 XSE
▲ 도요타 신형 캠리 XSE

무엇보다 이번 캠리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놔둬도 도요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를 굳이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자동차로 변모 시켰다. 어떤 면에선 괴상하지만 의외로 디자인이 개성있고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 만 했다. 고급모델 아발론이 맥을 못추는 탓에 어쩌면 캠리 한대로 두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 아키오 도요다의 도박이 성공 할 수 있을지 세계의 눈이 신형 캠리를 주목하고 있다. 

▲ 도요타 신형 캠리 XLE 하이브리드


관련기사